장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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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고봉을 향하여
2021년 08월 03일 17시 29분  조회:231  추천:0  작성자: 문학닷컴

삼복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에어컨의 시원한 바람처럼 반가운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연변대학 예술학원이 출품한 가무극 <정률성>이 제2회 전국우수뮤지컬 전시공연 작품으로 입선되였다는 기별이 그것이다. <정률성>은 오는 8월 제35회 중국.할빈의여름음악회 기간에 공연 무대에 오른다고 한다.

전혀 뜻밖의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률성>이 전국 200여부 신작들 가운데서 선정된 9부의 우수종목 중의 하나로 입선되였다는 후문이 반갑지 않을 리는 없다. 그와는 정반대다. 전국무대에서 한 지방대학이 전국 유수의 가무극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는 사실이 어디 그리 소소한 일인가.

가무극 <정률성> 의 탄생은 참으로 참신하고 창의적인 장거라는 생각이 든다. 예술학원은 공연단체가 아니다. 예술인재 양성이 주업인 지방대학의 학원으로서 창작, 그것도 가무극이라는 대작 창작을 기획하고 성취했다는 것은 말 그대로 연변예술학원 사상 류례없는 독창적인 시도가 아닐 수 없고 예술학원 자체의 웅비를 위해서도 희망찬 전기를 마련한 셈이다.

그뿐이 아니다. 이는 아마도 위대한 음악가를 주인공으로 삼은 우리 나라의 첫 가무극이기도 할 것이다. 음악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는 적지 않다. 례컨대 우리 나라에는 영화 《섭이》가 있고 외국영화로는 《글린까》, 《무쏘르끄스끼》, 《모짜르트》, 《베토벤》등 다수가 있기는 하나 가무극으로 음악가를 형상화한 작품은 적어도 중국에서는 유일무이하다고 해야 할 터이니 이 역시 담대한 발상으로 경하할 일이다.

예술학원의 이런 창의력, 이런 개척 정신이 감동을 준다. 오랜만의 감동, 아련한 추억마저 불러 오는 감동이다. 이런 창의력은 하늘에서 떨어진 게 아니고 만용의 소산은 더구나 아니다. 이런 창의력, 담대한 구상의 원천은 우리의 자랑찬 예술전통이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전통은 삶의 근간을 지탱해 주는 정신재부이고, 이런 전통, 정신재부의 유무는 하늘과 땅 사이만큼 차이가 크다. 우리는 ‘가무의 고향’이라는 전통이 있다. 우리는 또한 경전숭배의 전통이 있어 교성곡(합창교향곡), 가극, 무극 창작과 공연의 유산을 갖고 있다. 모두가 전국무대 내지 세계 무대에 올려졌던 유산이다. 선배들이 예술혼을 불태우며 갈아번진 전통의 기름진 터전에서 이제 연변예술학원의 가무극 <정률성>도 위훈의 개선가를 만방에 울려주지 않을지, 기대감이 물이 오르는 요즘이다.

숨 가쁘게 돌아가던 동아시아 근대사의 굴곡을 억척스레 헤쳐 온 정률성의 삶의 려정은 파란만장하다. 지축을 울리는 행진곡과 아름다운 명곡들을 쏟아내며 군민들의 심장을 불태웠던 그의 음악 생애는 남다르다. 력사를 주름잡았던 음악가의 품격, 그의 심령의 깊이를 파내는 작업이 결코 식은 죽 먹기일리가 없겠건만은 고향 리별, 상해 연안 입성, <연안송가>의 탄생과 정설송과의 전설적인 사랑, 팔로군행진곡(후날 대국의 군가)의 탄생과 태항산 항전과 같은 삶의 단면을 주선으로 인민음악가의 빛나는 인생을 표현한 가무극 <정률성>은 우선 줄거리가 간결하고 극적인 기본 틀이 잡혀져 있어서 무난해 보인다.

정률성과 모친의 2중창, 정률성의 <연안송가> 독창, 정설송과 정률성의 2중창 <눈물을 삼키며>, 정률성 공목 정설송 두매 막야의 중창과 합창 <열혈>을 비롯하여 독창, 2인창, 중창, 방창, 합창, 무반주합창, 바이올린 솔로와 독창 등 다양한 성악 기악 표현형식을 활용하고 요소마다에 활기넘치는 무용을 배합함으로써 가무극 <정률성>은 기본 틀에 걸맞는 구색을 갖추어가며 나름의 풍성한 느낌을 창출하였다.

중앙음악학원, 연변가무단, 연변예술학원의 출중한 가수들, 그중에서도 특히 주인공 정률성 역을 맡은 간판 배우 허창의 열창은 가무극의 예술적인 완성에 생기와 력동성을 부여하면서 진한 인상을 남기였다.

정률성과 정설송의 사랑선 부분은 이번 가무극을 극적이게 만든 이채를 띤 부분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사랑이 영원한 주제라는 말은 결코 닳고닳은 고리타분한 말이 아니다. 인간의 삶에서 가지는 사랑의 의미는 지대한 것이다. 단지 군인이라고 해서, 항일용사라고 해서 례외일 수는 없다. 전쟁영화 《고요한 돈》에서의 그리고리와 악시니아의 기구한 사랑, 《빠웰 꼴챠낀》에서의 꼴챠낀과 또냐, 그리고 리따와의 열렬하면서도 아쉬운 사랑만을 떠올려 보더라도 그렇다. 그들은 사랑과 등진 이상한 외계인이 결코 아니다. 인간이라면 인간적인 뜨거운 사랑이 존재하기 마련이고 사활이 걸린 전쟁 속 군인의 사랑이라면 거기에는 더구나 평화시기에는 찾아보기 힘든 결연함, 비장함 또는 인성의 심도가 더 깊이 내재해 있을 것이다.

가무극 《정률성》에서 정률성과 정설송의 국경을 넘은 순진무구하고 도수높은 사랑 설정은 인물들의 내면세계 발굴에 기여하고 있음은 물론이고, 한걸음 더 나아가 전쟁과 평화, 고난과 행복이라는 측면에 대해서도 깊은 사고의 여지를 부여했다고 볼 수 있다.

“초연이 자욱하고 포화가 우는/ 전화 속의 사랑은 더없이 장려하여라”

“그의 마음은 그의 노래와도 같아요”

“예리한 검인들 흐르는 물을 가를소냐/ 백년가약을 어찌 일조에 버리리요”

“고귀한 사랑은 모든 것을 녹여내리”

가무극 가사의 문구들이다. 천재적인 청년작곡가와 강직하고 아름다운 녀성군인의 불같은 사랑의 온도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숭고한 리상, 숭고한 령혼이 숭고한 음악을 낳는다. ‘겨울날의 따뜻한 태양 같고/ 황야의 꽃과도 같은’(가사) 전화 속의 사랑, 음악의 숭고함과 인간의 순수의 일치에 대한 확신, 그리고 그런 용광로 같은 사랑의 힘이 정률성으로 하여금 일시적인 몰리해와 고뇌의 시련을 딛고 공목과 함께 ‘력사를 창조’(가무극 대사)하는 군가를 써내게 한다. 삶의 굴곡이 살아나고 극적인 갈등과 초월이 청중의 심금을 울리게 한 예술적인 처리이다.

현재의 시점에서 주인공을 재조명한 종장의 처리 역시 용의주도한 착상이다. 끝머리의 생동한 터치로 정률성 한생의 그림이 완성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결말이다.

기본 줄거리, 기본 틀은 기본상 갖추어졌다고는 하나 관중을 두번 세번 다시 불러들일 수 있는 자석 같은 흡인력을 낳게 하자면 가무극은 아직 탁마할 부분이 남아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우선 작곡과 안무를 여러 사람이 맡아서 그런지 서장부터 종장에 이르기까지 명작이라면 반드시 수반되는 대표적인 창작품, 이를테면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신선하고 황홀한 선률이나 기억에 남는 세련된 무용 장면이 부족한 것 같다.

어찌보면 고음 일색, 격정 일색이라는 감이 들게 한다. 격정이 주색조인 것은 비난할 바가 못되지만 희로애락으로 얼룩진 삶을 형상화하고 인물의 내면세계를 발굴함에 있어서 풍부한 서정, 슬픔의 뉘앙스의 조성도 홀시할 수 없는 부분일 것이다. 너무 급박하게 돌아가면 기복 있는 전개의 여유, 눈길을 끄는 장끼 표현의 여지가 모자라게 되지 않을가 싶다.

가장 가시적이고 일차적인 아쉬움으로는 무대장치, 무대배경이 단조롭고 색채가 어둡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인물들의 삶의 궤적은 바뀌는데 무대배경은 장벽처럼 무대를 메운 언덕 같은 우중충한 장치와 경사지게 설계된 통로 위주여서 답답한 감을 준다. 등장인물이 높이 올라서면 관중과 멀어보이고 경사지게 난 통로나 무대에 서도 장벽 같은 어두운 배경이라 인물의 생동감을 실추시켜 그들의 얼굴이나 표정을 선명하게 읽어내기가 어려워 보인다. 현대적인 조명 시스템이 발달한 오늘, 스크린만을 통해서라도 장소의 변화에 따른 무대배경의 변화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혹은 일망무제한 논밭과 몇몇 농가를 보여주고 혹은 대도시 번화가를, 혹은 연하수 강가, 멀리 탑과 움집 모습으로 변화를 줄 수 있다. 변화가 희박한 고정적인 이미지보다는 탁 트인 공간, 출연자들이 자유자재로 호흡할 수 있고 활발한 움직임이 가능한 무대가 력동적인 삶의 현장감과 좀더 어울리지 않을가 싶다. 배경은 배경일 뿐, 중요한 것은 배우들의 연기, 배우들과 관중의 근거리에서의 눈맞추기와 정감 교류일 것이다.

아무리 미세한 것이라 할지라도 세부는 있어도 좋고 없어도 그만인 사말적인 부분이 아니다. 하나하나의 세부가 모여서 작품의 효과 전반을 좌우하는 것만큼 세부에 대한 세심한 배려 역시 필요불가결하다.

주인공의 리력서에 해당되는 내용은 보관서류 전달식의 처리보다는 극정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물의 복장 길이도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 작은 동그라미로 나오는 배경 영상보다는 스크린 전반을 리용함이 더 효과적일 것 같다. 주인공의 지휘 장면, 바이올린 연주 장면도 보다 완숙된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어차간에 우리의 목적이 일회용 흉내내기가 아니라 위대한 예술가의 비범한 형상 창조라면 말이다.

이 관후감은 대체로 가무극 <정률성> 초연 뒤의 감흥과 인상을 담은 글이라 그동안 필시 수정보완되였을 지금의 작품 실상과는 거리가 있을 수도 있음을 부언한다.

예술의 고봉에 오르기는 힘들어도 정상을 향한 등반의 희열은 크다.

  위대한 음악가를 조명한 가무극 <정률성>이 나라적인 전시 공연 프로에 입선된 쾌거에 축하의 인사를 전한다. 유구한 예술전통의 맥을 이으며 새 작업을 크게 벌린 가무극의 총감독, 총연출, 그리고 창작진과 배우진에 경의를 표하며, 예술의 고봉에 톺아 오르고저 탁마에 탁마를 거듭하는 그들의 치렬한 행보가 뜻했던 바의 풍만한 결실을 맺는 날이 어서 오기를 두손 모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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