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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몰락을 읊다
2013년 06월 14일 09시 38분  조회:3291  추천:13  작성자: 김혁

. 작가의 말 .

 
달의 몰락을 읊다
 
- 장편력사소설 "완용 황후" 의 련재를 시작하며
 
김 혁
 
 
1,
 
지난 80년대 중기, 당시로서는 큰 흥행을 보였던 “마지막 황후”라는 영화가 있었다.
문학의 꿈을 안고 연길로 상경했던 나는 연길의 예술극장에서 그 영화를 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 번홍이 주역을 맡은 영화였기때문에 힘들게 표를 구해서 굳이 보았다. 그녀의 연기에 심취되여 영화지 “대중영화”에서 펼친 우수배우 추천표에 번홍을 적어 우편으로 보내기도 했다.
그렇게 극성맞은 팬이였던 나는 정작 번홍이 열연한 그 영화의 원형인 완용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사극물인 영화의 알둘말둥한 줄거리보다는 영화주역의 용모와 연기에만 온통 정신이 쏠려 있었던것이다.

그로부터 십여년이 흐른후, 주말마다 어김없이 찾아가 영화를 보았던 예술극장자리가 원 연길감옥자리였고 그곳에서 조선족투사 30여명의 성공적인 탈옥사건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적이 놀랐었다. 그후 다름아닌 또 그 자리에서 영화 “마지막 황후”속의 진실한 완용이 최후를 마감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더 소스라쳐 놀랐다.
 
2,
 
황후의 이미지라면 아마 대부분 사람들의 머리속에는 금의옥식과 사치함 등 단어가 먼저 떠오를것이다. 하지만 지존의 여느 황후들에 비해 완용의 운명은 달랐다.
황후로 책봉된 그 날로부터 그녀의 비극적인 운명은 시작되였다. 청나라 통치가 무너지자 완용은 부의와 함께 력대의 왕후장상들이 기거하고있던 황궁에서 가차없이 쫓겨났다. 그뒤로 장춘에 위만주국이 건립되였을때는 “꼭두각시 황후”, “괴뢰황후”로 력사의 정곡에 위배된 왜곡된 삶을 살았다. 괴뢰황제의 황후로서 완용은 부귀영화를 누릴수는 있었지만 그녀의 지위는 너무나 미약하고 난처한것이여서 생활에서의 불여의와 정신적 고통을 피할수 없었다.
결국 아편과 눈물로 고독을 달래다 곁에 친지 한 사람없이 변강의 오지인 연길의 감옥에서 홀로 마지막 숨을 거두었다. 거두어 줄 사람조차 없은 그의 시신은 연길 모아산의 어느 산자락에 무주고혼으로 묻혔다고한다.

완용의 일생은 가히 비극적이였다. 암흑한 봉건왕조와 잔혹한 일제는 그녀를 꼭두각시로 조종하다가 나중에는 망각과 방치의 나락속에 처넣었다. 만월을 꿈꾸었던 완용은 초승달같은 청승맞은 삶을 간신히 영위하다가 력사의 제물로 영영 이즈러지고 말았다.

중국의 마지막 황후가 스러진 현장이 다름아닌 바로 우리가 유흥을 즐기던 영화관자리였다는 사실은 충격 그 자체였다. 어쩌면 우리와는 상관이 전혀 없을번한 마지막 황후에 대한 이야기는 그후에도 간헐적으로 그냥 들려왔다.
지난 2007년 연길에서 어느 행상가의 후손에 의해 완용의 담비털옷이 발견되여 나는 커다란 흥미를 가지고 그 기문을 “코리안 타운” 주간지에 보도한적도 있었다.

사실 력사서를 두루 읽어보면 완용의 선조는 연변의 초기 개척과 직결된 사연들을 가지고있었다. 문무가 겸비하여 광서황제로부터 “길림장군”이라는 칭호를 수여받은적 있는 완용의 증조부 곽포라 장순은 길림과 조선의 무역에 관한 상주서를 조정에 올려 연변의 화룡욕(룡정시지신향), 광제욕(룡정시 개산툰진 광조향), 서보강(훈춘시 삼가자향)등에 국(局)을 설치하여 무역활동을 추진하게 한 공신이였다. 천보산 광산의 개발도 그의 제의에 의해 이루어졌다. 또한 그는 동북지구의 첫 통사인 “길림통지”를 저술하기도 하였다.
위만주국 “강덕황제”역시 연변과 련관의 동아줄이 이어져 있다. 개산툰에 설치된 “어곡전”, 우리 선조들의 벼재배 기술에 감복한 “임금”에게 진상하고자  우리 신변에서 “어곡미”를 산출하게 되였던것이다.

그렇게 먼듯 가까운 마지막 황후 완용, 그러한 력사의 세절이 주는 우연과 일치가 소설가로서의 나의 창작충동을 건드렸다.
 
3,
 
근년들어 력사제재는 다시 한번 대중의 열광을 불러일으키고있다. 텔레비의 채널을 임의로 틀어봐도 어느 채널인가에서는 꼭 력사드라마를 상영할 정도로 력사제재에는 아닌 호황이 도래했다.
하지만 지극히 “야담” 스러운 력사드라마의 인기는 보는이들로 하여금 한면으로는 눈살을 찌프리게 한다.
상업적 흥행과 재미를 추구하는 독자들의 구미에 맞춘 인물 형상의 상투성, 선정적 묘사, 출세담과 복수담의 범람으로 뻔한 스토리에 획일적인 끝맺음을 내세운 작품들이 소설지면과 브라운관에 넘쳐나고 있다.
요즘의 력사물들은 진부한 구도에서 반복재생산 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곡된 정통성에의 집착이 이른바 후궁들의 “적자 다툼”의 소재와 란세의 영웅주의와 사대주의를 표방하는 성숙미달의 이야기들… 그런 력사물의 홍수가 서점가에 넘쳐나고 TV의 채널을 메우지만 그래서 나는 사극 열풍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하지만 다른 한면 이러한 열풍에도 우리 작가들은 제재의 무풍지대에 처해 있다. 창작성향에서 력사물 한편 배출하지못하는 우리 작가들의 미온적인 태도 또한 불안하다.
중국제재의 소설 “대지”로 노벨상을 수상한 미국작가 펄벅의 일련의 중국소재의 력사소설은 각설하고 봐도 한국과 일본의 작가들 마저도 중국의 력사제재에 끊임없는 흥심을 가지고 끊임없는 번안물과 창작물을 내놓았다. 일본의 시바료 타로, 한국의 정비석, 박종하 등이 내놓은 “삼국지”, “초한지”등은 중국 본토작가들의 경전에 못지않은 선풍적인 인기를 몰아오고있다. 근래에도 한국작가들에 의해 중국 삼국시대의 조식, 당나라의 무측천, 양귀비, 중국동북의 항일제재, 지어 연안생활을 제재로 한 작품까지 창작, 출간되고있다.
할진대 중국소수민족의 일원으로의 그 권리를 향유하고 있는 우리 조선족 작가들 역시 거대하고 풍부한 중국의 력사소재에 눈길을 돌리고 필봉을 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또한 소재의 편협함에 좁은 소로에서 붐비는 우리문학의 병폐에도 넓은 활보의 지류를 열어주지않을가 하는 생각이다.
당시의 시대적 상황이 소설에 투영된 진지한 작품, 진지하게 시대의 문제를 성찰하는 작품. 그러면서도 그 속에 독자들의 재미성향을 보유할수 있는 작품을 써내려는것은 모든 작가들의 로망일것이다. 그러한 로망에 걸맞는 쟝르로는 력사소설이 적격일것이다. 또한 변혁기 당시 사회상과의 역학관계 속에서 부딪히는 주인공들의 치렬한 갈등을 보여줄수있는 그런 쟝르작품에서 작가의 여느 쟝르보다 더 진지한 창작자세가 보여질것이다.  

완용에 대한 기록물은 부의를 위한 방대한 연구의 한개 편단으로, 혹은 부가적으로 간략서술되여있을뿐 그를 위한 창작물은 단 한편도 없다는 그 공백이 나의 창작충동을 지긋이 건드리다 종내는 농도와 줄기 다른 필을 들게했다.
자신의 욕망대로 삶을 영위하고자 했으나 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채 왜곡된 인생을 마감한 한 비극적 인물, 력사의 고루한 관습에서 허우적거리며 더러는 충돌하다 결국은 좌절하는 황후의 모습을 그려보고자 한다. 그속에 우리 민족과도 직결되는 동북인들에게 커다란 고통을 주었던 위만주국의 우수꽝스러운 생성과 몰락과정을 그려보이고자 한다.

새로운 도전으로 중국력사제재를 선정하여 시작한 네번째 장편소설, 한 비운한 황후의 비극물, 연길로부터 시작하는 그 이야기의 첫페이지를 조심스레 펼친다.
 
 
"도라지" 2013년 1월호
 
 
김혁 문학블로그:http://blog.naver.com/khk6699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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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 1 ]

1   작성자 : 아아
날자:2013-06-14 16:26:51
완용의 사진을 보니 그 세울속을 살다간 완용이 서글퍼진다. 내 마음이 애닲다.

완용을 쓰느라 고생한 장편작가의 뼈를 깎는 고생을 장편을 창작해본 작가가 아니고서야 뉘 알랴!!

완용은 아련히 서기속으로 살아나고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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