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jingli 블로그홈 | 로그인
강려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홈 > 전체

전체 [ 1200 ]

580    아래세상 / 신진 댓글:  조회:833  추천:0  2018-12-25
아래세상       신진       아래세상이 궁금하다 비행기를 탈 때도 아래세상이 궁금하다 산길 오를 때에도 자꾸 내려가고 싶다 일 층 집에 앉아서도 자꾸 궁금한 아래세상 땅바닥을 내다본다 * 신진 신작시집 『미련』중에서               신진의 신작 시집『미련』중에서 이나 같은 ‘2부, 3부’의 짧은 시를 주목한다. ‘지하철역에 를 만들어 시리즈물로 전시하면 어떨까?’ 대중들이 반길 것 같다. 지하철역에 걸린 시는 15행 이내의 짧은 시다. 위의 시는 8행의 짧은 시다. 행도 짧고, 쉬운 한글로 썼는데, 깊이와 넓이와 해학이 있다. 세상사는 이치가 보인다. 신진의 시를 ‘놓음의 미학’이라고 이름하여 본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선택한 시는 ‘놓음’이 아니라, 시집 제목처럼 ‘미련’처럼 보일 것이다. 그것이 이 시의 반전이다. ‘역설과 아이러니’ 기법 구조를 가지고 있다.   먼저 화자의 심리상태를 두 가지 측면으로 분석하여 보자. 첫째는 문자 그대로 해석하는 방법이다. 정말 형이하학적인 ‘아래 세상’에만 관심을 갖는 현재상황이다. 둘째는 문자 뒤에 숨은 화자의 심리상태를 유추해 보는 방법이다. 형이상학에만 관심을 갖고 살던 꿈꾸는 이상주의자인 청년기를 지나서, 중년의 나이에 형이하학적인 아래세상 것에 관심을 가져보려고 새롭게 시도하는 도입상황이다. 첫 번째 상황에 집중하여 해석하면 세상의 이치를 깨달은 허를 찌르는 촌철살인의 ‘짧은 사유 시’ 로 분류할 수 있다. 그러나 두 번째 상황은 ‘아이러니와 역설’ 구조의 시로 해석된다. 본 장에서는 위의 시를 두 번째 상황으로 분류하여 해석하고자 한다.   인생은 마흔이 분기점이라고 생각한다. 마흔 살이 되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도 있다. ‘매슬로우의 욕망’의 법칙을 살펴보면, 인간의 욕망은 삼각형 구도를 가지고 있다. 첫 단계인 먹을 것, 입을 것이 충족되면, 인간은 그 다음 단계인 정신적, 정서적 욕망을 충족하려하고, 꼭지점에서는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받으려 한다.   20세를 육체적, 정신적, 경제적 성년으로 칠 때, 마흔 살은 20년 정도 사회생활을 한 성숙한 시점이다. 인간은 마흔의 분기점에 서면 지금까지 자신이 살아온 생을 뒤돌아보게 된다. 참 열심히 살아왔는데, 자신의 입신양면만을 위해 산 사람은 생활태도를 반성하며 이웃을 돌보는 자선의 삶으로 우회한다. 또는 반대로 자기를 버리고 배우자, 자녀, 가족, 이웃 등에 시간과 에너지를 희생한 사람은, 자기가 없다는 허탈감과 자괴감에 빠진다. 새롭게 공부를 시작하거나, 직업을 갖거나 사회활동을 시작하여 존재확인을 하며 성취감을 가지려 한다.   위의 시의 중심어인 은 신진의 시집 제목처럼『미련』이라는 단어로 해석되고 요약된다. 위의 시의 화자를 불특정한 한 사람으로 치환하여 대입하여 보자. 그 시점을 40세 중년이 아니라, 노년기 인물을 대입하여 보자.   중년보다 노년에 돌아보는 개인의 삶은 더 극적이며 파국적 국면이 있을 것이다. 성공적인 삶이든 실패한 삶이든 누구에게나 인생은 진정성 있는 치열한 전쟁터였다. 파노라마처럼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재상연할 때, 후회도 되고 시집 제목처럼 ‘미련’도 남을 것이다.   인간은 향이상학을 꿈꾸면서 몸은 향이하학인 세상에 산다. 꿈을 꾸는 청년기에는 위를 보면서 살았을 것이다. 꿈이 현실을 밀어내고 아래세상을 우습게 보았을 터. 미련도 없었을 터. 그러나 노년기가 되면 ‘지금까지 알고, 생각하고, 실행하던 삶의 방식이 옳은 것이었을까?’ 질문하게 될 것이다. 어떤 부분은 후회도 될 터. 인생은 치열하게 살아온 뒤에 남는 미련 같은 것. 후회는 아니지만 자꾸 궁금하여 뒤돌아보는 것. 연애처럼 실행하지는 못하지만 흥미로운 것.   신진의 시는 단어와 문장, 행간에 더 많은 이야기를 숨겨 두고 있다. 1행의 ‘궁금하다’는 단어는 가능성이며 열린 기회다. 궁금하여야 과학과 역사가 새 옷을 갈아입는다. 새로운 도약과의 비밀이 벗겨진다. 궁금하지 않으면 ‘개미, 잠자리, 개구리, 도마뱀’을 평생 연구하는 사람이 없다. 궁금할 때 사물이 옷을 벗고 내재된 속내를 보여준다.   신진의 ‘아래세상’은 성공가도를 달리다 잠깐씩 뒤돌아보는 간이정거장 같은 휴지다. 산 정상을 향하여 땀 흘리며 오르다가, 바위에 걸터앉아 내려다보는 보랏빛 쑥부쟁이 들판을 보는 환희다. 내가 보지 않고 간과했던 나의 자화상이다. 부끄러움이다. 시의 뒷면이다.  
579    쥐눈 / 배홍배 댓글:  조회:822  추천:0  2018-12-25
쥐눈       배홍배       어디선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마룻바닥 터진 틈으로 빠끔히 내다보는 쥐, 쥐눈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아서 어두워져버린, 어두워서 슬픈 눈이 더듬는 내 몸뚱이에 어스름이랄까, 그늘 같은 것이 번졌다   벌써 축축했으므로 허물어졌으므로, 슬픔은 검고 고요해도 무방했겠지만 또랑또랑 고이다 까만 눈물 한 방울로 반짝여 들어간 곳, 그곳   쥐의 눈 안에, 나는 동그란 심장 하나로 앉아 있었다   물렁해진 맥박 안으로 놈의 팔딱거리는 박동이 밀려들어 왔다         * 배홍배 신작시집 『바람의 색깔』중에서                   배홍배 신작시집 『바람의 색깔』중에서「쥐눈」을 선택하여 조명하는 이유는 일상성에서 벗어난 제목 때문이다. 상투적이고 비슷비슷한 시를 읽으면 머리가 복잡하고 흐릿해진다. 그러나 다른 시인이 언급하지 않은 독특한 내용과 구조의 시를 접하면 눈이 반짝 뜨인다. 집중하게 된다.     시인은 무의식적이든, 의식적이든 시적화자를 통하여 작품 속에 ‘나’를 투사한다. 위의 시 1-6연에도 ‘쥐’와 ‘나’가 혼용되어 있다. 혼용 구조는 아래와 같다.   1연: 쥐   2연: 쥐   3연: 나   4연: 쥐, 또는 나   5연: 쥐+나   6연: 나+쥐     쥐와 내가 오버랩되어 한 개체로 해석된다. 1-6연의 중심어를 정리하면 ‘쥐’의 상태와 상황을 통하여 ‘나’의 상태와 상황, 하고 싶은 말을 유추해 낼 수 있다.   1연- 바스락 소리   2연- 작은 틈으로 바깥을 내다보는 쥐눈   3연-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어두운 슬픈 눈, 그늘   4연- 축축하고 허물어진 슬픔, 검고 고요, 눈물   5연- 쥐의 눈 안에 있는, 내 심장   6연- 나의 맥박 안에 들어온, 쥐의 맥박     1-6연을 요약하면 ‘어둡고 습한 곳에 숨어 사는 소외된 쥐, 관심과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잊혀져 아무도 찾지 않는 쥐, 그러나 바스락 소리를 내며 살아있음을 외치고 싶은 쥐’의 모습이다. 그 소외된 쥐의 모습은 시적화자인 ‘나’의 모습이다. ‘작가’의 무의식에 숨어있는 심상일 터. 시는 행복한 자랑질이 아니다. 소외와 절망, 고통과 그늘을 짊어지고 사는 시인의 모습에서 독자는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프로이드는 사회화에 실패한 시인에게 독자는 공감한다고 하였다. 행복한 시는 시가 아니다. 행사 시나 동시에 가깝다.     산문과 사진작가로 시의 길에서 멀어졌던 배홍배 시인이, 시간을 되돌려 워밍업하는 소리가 들린다. ‘축축하고, 어둡고, 물렁한 세계’에서 벗어나서, ‘또랑또랑 반짝이는 쥐의 눈’으로 ‘바스락, 소리를 내는’ 시인에게 ‘팔딱거리는 쥐’의 심장박동소리가 접속되어 있다. 빠끔 새로운 시의 문을 열고 나오는 싶어 하는 시인의 모습이 보인다. 배홍배 시는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빗대어 이야기한다. 객관적으로 진솔하게.  
578    존재의 불안 그리고 내일 자 신문 / 이영준 댓글:  조회:765  추천:0  2018-12-25
존재의 불안 그리고 내일 자 신문   -꿈 4 ․ 사회 동물들의 이기적 사회엔 희망이 없다                                                               이영준         나는 고층 빌딩과 빌딩 옥상을 가로질러 놓은 겨우 발로 짚을 만한 넓이에 나무를 밟고 고소 공포에 떨며 건너고 있었다.빌딩 옥상을 통해 땅으로 가려는 필사적 전념을 했다.   그러나 어느 옥상도 땅으로 가는 문은 없었고 고소 공포를 피할 여유를 주질 않았다. 옥상은 작열하는 태양으로 점점 벌겋게 달아올랐기 때문이다.   나는 나무 위에서 중심을 잃고 떨어질 뻔하다 겨우 매달려 있을 수 있었다.   머리 위 태양은 너무 뜨겁고 빌딩 속 사람들은 나의 위태한 모습을 보면서도 전혀 무관심하다. 살려달라고 소릴 질러 대지만 전혀 동요가 없다.   문득, 아침 신문에 읽었던 인조인간론이 떠올랐다. 입력된 일만하는 인조인간들   감정은 인간의 영원한 실수 감정은 인간을 진보시키지 못하는 병 감정은 인간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병, 병, 병․․․   나는 더 이상 지탱할 의지를 상실했고 손을 놓았다. (존재에서 탈피해 편히 쉬고 싶었다.)   그, 추락 위로 아침 신문과 똑같은 기사의 내일자 신문이 희망 없는 온 도시를 눈 내리듯 뒤덮어가고 있었다.                 키에르 케고르는 죽음에 이르는 병을 ‘고독’이라고 정의하였다. 현대인에게 절망에 이르는 병은 ‘불안’이라고 생각한다. 예전 수동식 건축방법으로 빌딩과 빌딩 사이에 나무 사다리를 올리고 공사를 하는 인부들을 비계공이라고 하였다. 비계공은 종종 그들의 목숨을 담보로 일을 한다. 아슬아슬한 높이에서 좁은 나무판자에 서서 일하는 그들은 ‘불안’의 대명사였다.   이영준의 시는 그만의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신문의 사설이나 평론적 구조라고 정의하여 보자. 해석적 문장과 존재론적 질문은 까뮈를 연상시킨다. 까뮈는 그의 작품 「이방인」에서 ‘햇빛이 너무 눈부셔서’ 살인을 저질렀다고 주장한다. 그는 살인행위를 개인의 의지보다는 ‘강렬한 햇빛’이라는 조건 때문이라고 변명한다. 위의 시에서도 2연 3행 ‘옥상은 작열하는 태양으로 점점 벌겋게 달아올랐기 때문’과 4연 1행 ‘머리 위 태양은 너무 뜨겁고’ 부분에서 까뮈적 해석을 하고 있다. 햇빛은 화자의 심리상태의 ‘배경’이면서 ‘불안’의 ‘이유’이며 ‘조건’이다. 부조리한 현대사회의 ‘분리불안’적 문명요소를 ‘뜨거운 햇빛’에 치환하고 있다.   6연을 1-3행을 살펴보자. 감정은 인간의 영원한 실수 감정은 인간을 진보시키지 못하는 병 감정은 인간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병, 병, 병․․․   6연에서 언급하고 있는 ‘감정’은 아날로그 시대의 일차적 유물처럼 생각될 것이다. 까뮈의 존재론적 철학인 ‘부조리’와 전혀 관계없는 이질적 개념인 것 같이.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부조리’한 현대사회에서 인간은, 인간적이고자 하는 개인적 ‘감정’을 배제하지 못하여 ‘불안’이 야기된다. ‘감정’의 개성주의를 주장하면서 개인적 일탈이 일어난다. 감정은 부조리한 ‘갈등’의 주역이다. 현대사회에서 ‘고소공포증, 폐쇄공포증, 불안신경증’은 심리적 현대병이다.     위의 시는 개인주의적이면서 사회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 ‘소외’와 ‘불안’으로 죽어가는 빈민계층의 사회상과 지식계급인 이상주의자의 ‘절망’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현대 정보화시대에는 개인은 기계의 부속품에 불과하다. 부속품들은 서로 다른 부속품에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 제 시간에 ‘그때’에 ‘그곳’에서 정확하게 나사인 부속품의 임무를 완수해야 신상품이 생산된다. 부속품은 남을 돌볼 여유가 없다. 그 자리를 이탈하거나 한눈을 팔면 생산에 오류가 발생한다. 한 파트의 일원으로 스스로 존재할 뿐이다. 부분은 전체를 대표하기 때문이다. 부모나 이웃의 농경법을 전수받으며 협력해서 살던 고대 농경사회와 달리, 현대인은 이 ‘부분’이라는 조건에서 ‘불안’이 시작되었다. 부분인 개인은 다음 생산과정을 억압받으며, 자기 위치를 버텨내야 한다. 방만하고 과도한 물질의 시대에, 극도로 자유를 제한받는다.     이영준의 시는 웅변과 주장을 하지 않아도 현대사회의 바닥을 고발하고 있다. 논문처럼 논리적이고 냉정하게 비정한 현대사회를 고발한다. 다만 개인의 불안구조를 ‘보여주기’할 뿐인데, 사회전체를 대표한다. 시적거리가 먼 객관적 문장이 해석적이며 단정적이다. 문장은 짧고 힘이 있다. 이영준 시의 존재론적 주제와 독특한 구조는, 그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시의 영역을 만들어가고 있다.
577    우화(羽化)* / 오혜정 댓글:  조회:805  추천:0  2018-12-25
우화(羽化)*                                                  오혜정        초록빛 누드가 기어간다   유연한 곡선의 리듬이   몸에 결을 새기며 간다   날개를 향한 동사들이 곡선 안에서 꿈틀댄다   주름들이 계절을 당기면서 간다   온몸으로 끌어당겨지는 먼 곳의 봄빛들     빈 가지에 매달린 주머니는 심심하다   동사들은 껍데기 안에서 차렷! 자세로   리듬이 ( )안에 갇힌다   곡선의 결들을 꿈꾸며   변신을 꿈꾸는 주머니가 딱딱해진다     지난 계절은 바람이 ‘딱딱하다’   껍데기의 형용사를 벗고   누드에 날개꽃이 피어난다   우화羽花   유연한 곡선이 피어난다     욕실에 앉은 내가   지루한 형용사를 벗겨낸다   날개짓이 없는 나는   매일매일 불완전변태 중     * 우화(羽化) : 곤충이 유충 또는 약충이나 번데기에서 탈피하여 성충이 되는 일.                                오혜정의 「우화(羽化)」는 우화(羽化)의 과정을 동사와 형용사, ( )와 은유하고 있다. 위의 시 1-4연에서 중심 동사와 형용사를 살펴보자.     1연: 기어간다-간다-꿈틀댄다-간다-끌어당긴다(애벌레 상태)   2연: 심심하다-갇힌다-꿈꾼다-딱딱해진다(번데기 상태)   3연: 딱딱하다-벗는다-피어난다-피어난다(탈피 과정)   4연: 벗겨낸다(탈피 후 나비 상태)     1연은 초록빛 애벌레가 기어가는 형태를 ‘동사’로 보았다. 사실적인 애벌레의 움직임을 ‘동사’로 정의하고 5-6행에서 ‘주름들이 계절을 당기며 불러오고, 온몸으로 봄빛을 끌어당긴다.’고 사유하고 있다. 표현은 피동적 표현기법으로 멋과 사유를 더하였다.    2연은 고치 안에 갇혀 있는 번데기 상태의 꼼짝달싹 못하는 상태를 ( )에 갇힌 것으로 보았다. 4-5행에서 ‘곡선의 결들을 꿈꾸며, 변신을 꿈꾸는 주머니가 딱딱해진다’고 사유하고 있다. 직선은 딱딱하다는 관념적 재해석을 하고 있다.   3연은 딱딱한 번데기에서 나온 나비의 날개는 곡선이다. 곡선은 유연하다는 재해석을 내리고 있다.   4연은 곤충의 우화에 현재의 ‘나’를 연관시켰다. 비상을 꿈꾸는 현재 불완전변태 중인 ‘나’를 조명하고 있다.         그런데 위의 시에서 중요한 요소는 아래에 제시한 시구들이 하이퍼시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다음 시행들을 살펴보자.   1연 4행 ‘날개를 향한 동사들이 곡선 안에서 꿈틀댄다’   2연 2-3행 ‘동사들은 껍데기 안에서 차렷! 자세로/ 리듬이 ( )안에 갇힌다’   3연 ‘껍데기의 형용사를 벗고/ 누드에 날개꽃이 피어난다’   4연 ‘욕실에 앉은 내가/ 지루한 형용사를 벗겨낸다’      감각적이고 새로운 하이퍼시의 표현구조다. 곤충의 우화과정인 ‘탈피’의 형태를 품사 중 ‘동사’와 ‘형용사’로 은유하고 있다. 감각적이며 새로운 표현기법이다. ‘사물-행위-품사’로 이동하며, 하이퍼시의 ‘러너’ 기능인 ‘건너뛰기’를 하고 있다. 초현실주의적이며 색다른 표현기법이다.   과거의 시는 1단계나 2단계 러너의 사물시였다. 그러나 하이퍼시는 ‘상상력의 이동거리’가 멀다. 1, 2단계를 동시간대에 이동하거나, 3단계나 4단계로 훌쩍 ‘건너뛰기’ 한다.   과거의 서정시와 현대시는 ‘과거-현재-과거-현재’ 패턴의 시가 제작되었다. 그러나 하이퍼시는 ‘과거-현재-미래-현재’ 시점으로 사물과 사건은 ‘상상력의 순간이동’을 한다. 현대 공상영화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위의 표현에 거짓은 없다. 건너뛰기를 하였으나 허황되지 않고 객관화되었다.   사물의 움직임과 형태를 아주 이질적인 품사와 조합하는 새로운 위의 시 기법은 시에 새로운 감각과 미의식을 준다. 이 새로운 형태미와 방법론은 하이퍼시의 시창작 방법론으로 분류된다. 아버지 오남구 시인이 시작한 디지털 시론을, 딸이 확장시켜 하이퍼시로 실현시킨 것은, 시단의 아름다운 역사다. 시창작 방법론의 새로운 미래를 향한 확신이다.  
576    그대의 별이 되어 / 허영자 댓글:  조회:836  추천:0  2018-12-25
그대의 별이 되어     허영자     사랑은 눈멀고 귀 먹고 그래서 멍멍히 괴어 있는 물이 되는 일이다.   물이 되어 그대의 그릇에 정갈히 담기는 일이다.   사랑은 눈 뜨이고 귀 열리고 그래서 총총히 빛나는 별이 되는 일이다.   별이 되어 그대 밤 하늘을 잠 안 자고 지키는 일이다.   사랑은 꿈이다가 생시이다가 그 전부이다가 마침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는 일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그대의 한 부름을 고즈넉이 기다리는 일이다.                     서정시의 매력을 몇 가지로 요약하여 보자.     첫째, 제목의 서정성.   둘째, 압축미- 간결하고 심플하다.   셋째 진정성- 왜곡, 도치, 미사여구 언어놀이가 적다.   넷째, 짧은 행과 연, 여백미.   다섯째, 관념과 재해석 문장- 해석이 쉽다.   여섯째, 향유층이 넓다.   일곱째, 운율- 쉽게 외울 수 있다.   여덟째, 이미지- 선명한 그림이 그려진다.   아홉째, 단일구성- 시점과 관점이 복합적이지 않고 단일하다.   열째, 해석- 다양하게 내용이 확장되어 해석된다.       위에서 정의한 서정시의 구조에 허영자의「그대의 별이 되어」를 대입하여 보자. 몇 가지 서정시의 조건과 특징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제목이 서정적이다. ‘그대’와 ‘별’은 자연친화적인 제목이다.   둘째, 6연으로 구성된 행과 문장은 짧고 간결하다. 압축미가 있다.   셋째, 진정성이 있다. 사랑의 속성을 1-6연에서 선명하게 간파하고 있다. 1연- 사랑은 물이다. 눈 멀고 귀 먹는다. 2연- 사랑은 정갈하다. 3연- 사랑은 별이다. 눈 뜨이고 귀 열린다. 4연- 사랑은 그대를 잠 안 자고 지킨다. 5연- 사랑은 전부이면서 무이다. 꿈이며 생시다. 6연- 사랑은 기다림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고즈넉이 기다린다.   넷째, 짧은 행과, 연으로 이루어졌다. 여백미가 있다.   다섯째, 해석이 쉽다.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문장이다. 비유는 무리수가 없다. 체험을 통하여 습득된 지식이다.   여섯째, 허영자의 시는 향유층이 두껍다. 쉽게 이해되어 독자가 많다.   일곱째, 운율이 있어 쉽게 외울 수 있다. 율격이 노래처럼 입에 착착 감긴다.   여덟째, 선명한 이미지를 가진다. 사랑이라는 관념이 객관화되고, 구체성을 갖는다. 선명한 그림이 그려진다. 1연- 물. 2연- 정화수 그릇에 담긴 물. 3연- 별. 4연- 잠안 오는 밤에 반짝이는 별. 5연- 번뇌. 6연- 기다림.   아홉째, 단일구성이다. 시점과 관점이 흩어지지 않는다. 현재-과거-현재. 또는 현재-미래-현재-과거-현재 등 오늘날 현대 영화와 같은 복합적 구성이 아니다.   열째, 해석이 다양하게 확장된다. 체험과 사유가 깊다.        허영자의 시를 읽으면 눈물이 난다. 아름답다. 진정성이 있다. 문장은 짧고 간결하다. 이미지는 선명하다. 그러나 그 내용은 깊다. 사랑의 체험과 상처, 기다림, 상실의 아픔이 전달된다. 독자의 마음에 깊게 뿌리를 내리는 서정시의 힘이다.     서정시는 정물화가 아니다. 이발소에 걸린 그림이 아니다. 굳이 이름 붙이자면 생략된 수채화다. 시의 구조가 변화무쌍한 21세기 시단에서 쉬르리얼리즘, 다다이즘, 미래파, 하이퍼, 초현실주의, 비트가 경쟁하는 21세기에도 서정시는 경쟁력이 있다. 살아서 꿈틀거리며 독자의 마음을 강렬하게 집중시킨다. 눈으로 읽는 지성적인 현대시. 외우고 싶은 간결한 서정시.누가 승리의 선두 주자가 될 것인가? 보편적인 대중이 존재하는 한, 어느 장르와 경쟁하든 서정시는 영원한 맞수일 것.  
575    너가 바로 나로구나 / 정대구 댓글:  조회:898  추천:0  2018-12-25
너가 바로 나로구나         정대구        저 예쁜 여인과 팔짱을 끼고 다정하게 수작을 걸며 오솔길을 걷고 있는 숫기 좋은 너가 바로 나로구나  그날 저녁 노래방에 가서 밤새도록 수십 곡씩이나 목이 터져라 줄 기차게 불러대던 너가 바로 나로구나  탱고면 탱고 왈츠면 왈츠 고전무용이면 고전무용 막춤이면 막춤 못추는 춤이 없는 너가 바로 나로구나  어느 회식 모임에 나가 품위 있게 음식을 들며 능란한 화술로 좌중 을 휘어잡는 너가 바로 나로구나  저것 좀 봐 또 저것 좀 봐 모두가 어울려 확 풀어져 거침없이 노는 데도 역시 멋진 너가 바로 나로구나  아무리 술이 떡이 되어 돌아와도 마누라의 푸근한 품에 따듯이 안 기는 대접을 받는 너가 바로 나로구나  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지금 나에게는 없는 너 내가 부러워하는 너의 못난 짝퉁 나가 바로 나로구나                   정대구는 인간군상의 여러 행동패턴을 7연의 시로 역설과 아이러니 기법으로 표현하였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회적으로 왜곡된 성격유형들을 일곱 가지 행동유형으로 분류하여 고발하고 있다.      그런데 위의 시는 ‘7연을 어떤 방식으로 해석하는가?’에 따라서 시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다. ‘논다’를 순기능과 역기능으로 두 가지 방식으로 해석하여 보자. 한 가지는 역설과 아이러니로 분류하여 ‘사회 고발시’와 ‘시인 고발시’로 분류하는 것이다. 다른 한 가지는 7연을 순기능적으로 해석하여, ‘논다’를 재조명하고 재해석하는 것이다. 먼저 역기능적 측면인 ‘시인 고발시’적인 측면과 ‘사회 고발시’로서의 측면을 살펴보자.       첫째, 연애질에 능한 사람   둘째, 노래를 잘하며 신변잡기에 능한 사람   셋째, 춤에 능한 사람   넷째, 능란한 외교와 화술로 인기몰이를 하는 사람   다섯째, 바닥까지 인품을 내려놓고 저질로 노는 사람   여섯째, 밖에서 술과 향락으로 타락한 생활을 하는데, 아내는 모르거나 눈감아 주는 경우   일곱째, 생각만 앞서고 행동은 못하는 짝퉁인생인 나     사회적 왜곡 행동들이 아이러니 기법과 역설기법으로 나열형으로 구성되어 있다. 신변잡기와 외교적 재능은 현대사회에서 중요한 덕목으로 사회적 성공과 명예, 부, 지위를 얻는 방편으로 역할이 크다. 또한 ‘시의 본질과 원리’에는 집중하지 않고, 시단 정치나 자리에 연연하며 ‘시’보다는 ‘위치’에 능한 시인도 있다.   심각하고, 정직하고, 정확한 사람은 진지하지 않거나 진정성이 없는 위와 같은 행위들을 싫어한다. 인격과 지식, 역사를 바꾸는 일도 아닌 신변잡기에 시간을 쓰는 것이 아깝다고 생각한다. 판단과 비판은 유보하지만 무관심으로 일관하거나 무시한다.  그러나 성공과 자리에 대한 부러움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역설과 아이러니 기법의 애매성과 모호성의 옷을 벗겨보자.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직접화법으로 재해석한다면 다음 말일 것.     첫째, ‘시’라는 본업에는 집중하지 않고 ‘연애질’에 열 올리는 시인.   둘째, ‘시’에 집중해야 하는 에너지를 ‘노래방’에서 노는 일에 다 쓰는 시인.   셋째, 모든 춤을 섭렵한 날라리과 분위기 메이커 시인 야유.   넷째, 진정성이나 정신세계를 버리고, 허세와 인기몰이에 연연하는 시인.   다섯째, 품위를 잃고, 완전 무장해제하여 저질로 노는 시인.   여섯째, 밖에서는 술과 향락으로 살면서, 시치미 떼는 시인.   일곱째, 타락할 용기도 없는, 생각만으로 행동하는 짝퉁 시인.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위의 일곱 가지 행동유형은 ‘순기능적 측면’을 가지며 레크리에이션 재창조적 기능이 있다. 신변잡기나 노래, 춤, 화술은 재능으로 인정받으며 능력으로 부각된다. 가장 인기 있는 대상이다.    시는 숨어서 쓰는 일기처럼 솔직한 고백록이다. 위의 시에서 고백하듯 그런 재능은 화자인 시인에게는 없다. 그 부분이 독자의 공감과 지지를 받는다. 화자가 지금까지 거부한 행동유형들이 ‘나는 바보같이 놀지도 못하고 살았구나’ 라는 후회의 고백일 수도 있다. 뒤늦게 ‘놀이와 놀기’에 대한 강렬한 자극을 원할 수도 있다. 인생의 황혼기에 ‘논다’를 ‘인간학’으로 접근하여 철학적 깨달음을 얻은 재해석 시로 해석하여 보자.   역사는 클레오파트라와 로마병사와의 연애질에서 시작되었다. 여자의 미모와 사내의 힘의 대결구도다. 동서고금에 미인을 싫어하는 영웅은 없다. 억압된 것은 지나치면 언제라도 분출된다. 연령별로 ‘놀이’를 충분히 하지 못하면 ‘사춘기’나 ‘사추기’에 왜곡으로 나타난다. ‘논다’는 명제는 그 만큼 현대사회에서 중요하게 평가되며 주목받고 있다. 사회적 성공을 한 뒤 늦바람을 피우는 것. 놀지 못하고 공부만 하던 교수들이 중년이나 노년에 딸 같이 어린 여대생에게 성희롱을 하여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일. 검사나 판사가 늦게 술과 향락을 배우는 일. 최근 여고생에게 바바리맨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은 제주도 검사장. 제 때 놀지 못하여 병이 된 사회적 왜곡현상이다.     위의 왜곡된 ‘일곱 가지 행동유형’들은 사회적 성공 뒤에 허탈함을 메우기 위한 행동유형으로 해석된다. ‘부러움’이 지나쳐 부정적 ‘모방행동’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위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모두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놀이’와 ‘예술’의 기능을 한 번에 실현할 수 있는 것이 ‘시를 쓰며 놀기’이다. 시는 ‘상상력’이라는 그물을 가지고 있다. 그 ‘상상력’이라는 그물로 극대화된 무대를 흰 종이 위에 맘껏 펼쳐 놓는다. ‘상상력’은 예술성의 근원이다. ‘상상력’은 이성의 지배를 벗어나 우주공간을 지배한다.     내가 갖고 있지 않은 다른 사람의 재능이나 개성적인 성격이 부러운 경우가 있다. 내가 하기는 낯간지럽고 부끄러운 행동들을 남은 잘도 하며 사람들은 성공적으로 사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행동은 생각보다 우위에 있다. 시련을 극복하고 성공한 사람이 영화처럼 그려보는 상상일 뿐. 하고 싶지만 억압하고, 가지고 싶지만 갖지 못하고 억압된 것은 ‘술’과 ‘꿈’으로 획득되듯이.     레크리에이션의 힘을 다시 회복하는 ‘순 기능적 측면’과 ‘논다’로 창조적 에너지를 허비하는 ‘역기능적 측면’이 위의 정대구의 시에는 함께 공존한다. 그것이 정대구 시의 매력이다.
574    공모(共謀) / 정재학 댓글:  조회:751  추천:0  2018-12-25
공모(共謀)                                             정재학      죽은 지 이틀 만에 시체에서 머리카락이 갈대만큼 자라 있었다1 나와 그림자들은 시체를 자루에 싸서 조심조심 옮겼다2 그림자 하나가 울컥했다3 죽이려고까지 했던 건 아닌데…4 나머지 그림자들이 그를 달랬다5 그러지 않았다면 네가 죽었을 거야 차 트렁크 열고 시동 좀 걸어놔6 간신히 1층까지 왔는데 아파트 현관 앞에 순찰중인 경찰이 보였다7 이게 무엇입니까?8 하필이면 자루가 찢어져 그의 멍든 허벅지 살이 드러났다9 하하 이건 고구마입니다10 우리는 서둘러 트렁크에 실으려 했다11 한번 확인해봐도 되겠습니까?12 그림자 하나가 칼이 든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1 옆의 그림자가 그의 팔을 잡았다14 네 그렇게 하시지요15 우리는 자루를 펴보였다15 자루 안에는 지푸라기와 고구마가 가득했다16 경찰관과 우리는 미소를 지었다17 고구마 하나가 김이 모락모락 났다18 방금 찐 고구마인데 하나 드셔보시겠습니까?19 그럴까요 네 고맙습니다20 경찰관이 고구마를 한입 물자 썩은 피가 뿜어져 나왔다21           정재학의 시「공모(共謀)」는 오 헨리의 단편소설처럼 시니컬한 반전 매력이 있다. 21행의 문장이 단 10줄로 묘사되어 있다. 시는 짧고 드라마틱하다. 꿈에서 모티브를 얻지 않았을까 생각할 정도로 황당한 내용이 전개된다. 대사와 지문과 해석적 문장이 위기감을 고조시킨다. 추리소설을 읽는 것처럼 상황전개에 흥미를 갖게 한다.     위의 시는 구조를 살펴보기 위하여, 편의상 각 문장마다 번호를 붙였음을 밝혀둔다. 한 사람의 대사는 편의상 한 문장으로 처리하였다. 각각의 번호들을 시에서의 행으로 해석하였음을 밝혀둔다.   위의 시는 다음의 여러 시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첫째, 의인화와 과장법, 상징법   둘째, 희곡 형식의 소설적 구도   셋째, 상상력의 극대화   넷째, 사회고발시        위에서 제안한 4가지 기법들을 시 내용에서 살펴보자.   첫째, 의인화 기법과 과장법은 1행과 21행에서 잘 나타나 있다. 위의 시가 꿈에서 모티브를 얻지 않았을까, 생각되는 대목이다. 2행을 의인화 기법과 과장법으로 해석하면 시가 편하게 읽혀진다. 고구마는 겨울에 말라서 죽은 것 같아도 살아 있다. 싹을 틔우고 새로운 맛있는 고구마를 생산하는 모체가 된다. 두 문장은 황당한 설정이지만 100% 거짓이 아니다. 의인화하면 100% 참이다. 시는 상징과 비유기 때문이다.   위의 시를 과장법이나 꿈의 구도로 설정하면 시니컬한 반전 매력을 갖게 된다.  그로테스크한 그림이 된다. 1행과 21행은 위의 시의 구도를 탄탄하게 받혀주는 역할을 한다.   상징법은 내용적 측면이다. 구도는 위의 시를 상징시로 읽게 한다. 있을 수 없는 황당사실을 통하여 거짓과 참이라는 사회적 진실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개인에서 출발한 사건이 사회적으로 확장되어 큰 파장을 일으킨다.     둘째, 희곡 형식의 소설적 구도를 살펴보자. 1행에서 21행의 문장들은 사건일지처럼 대사와 지문, 급박한 행위로 이루어진다. 기승전결의 구도를 갖고 있다. 이라는 구도를 갖고 있다. 대사와 지문처럼 각 행들은 짧고 힘이 있다. 위의 시에서는 대사와 행위, 지문이라는 희곡 형식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 편의 추리소설을 읽은 것처럼 박진감 있다.     셋째, 상상력의 극대화 부분을 살펴보자. 시에서 상상력이 빠지면 국물 없는 건더기와 같다. 상상력의 공간은 시적 미의식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예술의 필요충분조건이다.    말라버린 ‘고구마’라는 사물을 보고 작가는 상상했을 것이다. 1행의 중요한 역할을 살펴보자.   ‘죽은 지 이틀 만에 시체에서 머리카락이 갈대만큼 자라 있었다’ 라는 한 문장은 섬뜩하고 극적인 상황을 위의 시에 설정한다.   말라서 죽은 것 같던 고구마에서 놀랍게도 싹이 트는 과정을 보고 얻은 상상력일 것이다. 상상력의 공간을 극대화시켜 이라는 희곡 형식의 소설 같은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상상력은 현장감을 부여한다. 상상력은 시의 뼈대며 힘이다.     넷째, 사회고발시의 측면을 살펴보자. 고 박종철 사건에서 ‘탁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 는 명언을 생각나게 하는 시다. 80년대 민주화 운동과 반공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진 거짓 간첩사건 등 우리 사회의 ‘섀도우-그림자’를 고발하고 있다.   2행과 3행을 살펴보자. 고구마라는 한 개의 사물에서 이 시는 출발한다. 그러나 그 전개와 스토리는 반전을 거듭하며 긴장감을 준다. 그 이유는 출연자를 ‘그림자’로 명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림자’는 융의 ‘섀도우 이론’ 적 측면에서 살펴보자. ‘그림자’는 이 시의 실재 등장인물이다. 그러나 사회적 어두운 측면을 고발하는 상징시로 읽어야 한다.  ‘그림자’라는 인물은 이 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경찰과 피의자의 대치상황을 만들고 극적상황을 조성한다. 80년대 경찰과 정치권, 시민의 그림자잡기 놀이를 연상하게 한다. 피의자와 경찰이 공모하여, 거짓을 참이라고 바꾸어버린 결말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정재학의 시를 읽으면 사르트르의 이 생각난다. 약자일 수밖에 없는 소시민들은 피해의식에 시달린다. 정치가와 경찰의 더러운 손과 악수를 하는 악몽. 환한 대낮에 꾸는 선명한 낮꿈.  
573    푸른 호랑이 이야기 / 이경림 댓글:  조회:736  추천:0  2018-12-25
푸른 호랑이 이야기     이경림     설렁탕과 곰탕 사이에는 푸른 호랑이 한 마리가 산다     어떤 생의 무릎과 혓바닥 사이에는 어떤 생의 머리뼈와 어떤 생의 허벅지 살 사이에는 형언할 수 없이 슬픈 눈과 사나운 관능을 가진 푸른 호랑이 한 마리가 산다     저 높은 굴뚝을 천천히 빠져 나가는 푸른 연기와 사라지는 뼈 사라지는 살들 사이에는     낡은 의자에 앉아 곰탕을 먹는 노신사와 그 앞에서 설렁탕을 먹는 시든 다알리아 같은 아내 사이에는     그것들의 배경인 더러운 유리창과 산발을 하고 흔들리는 수양버들 사이에는     날개를 빳빳이 펴고 태양 속으로 질주하는 새 반원을 그리며 느리게 불려가는 바람 사이에는, 그래!     미친 듯 포효하는 푸른 호랑이 한 마리가 산다             위의 시는 시창작 기법에서 조건절을 사용하였다. 다의적이고 함축적이며 이경림의 시각으로 재해석된 조건절인 ‘푸른 호랑이’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푸른 호랑이’라는 시어에 시의 애매성과 모호성의 원리와 상징과 생략, 삭제의 원리를 적용해 보자. 3연에서 이경림은 ‘슬픈 눈’과 ‘사나운 관능’으로 바로 답변하고 있다. ‘슬픈’과 ‘사나운’은 분명 이질적이고 반대적 개념과 이미지다. 그런데 한 문장, 한 공간에서 같이 사용함으로써 언어충돌, 이미지 충돌을 하고 있다. 이처럼 ‘낯설게하기’ 기법을 적용한 새로운 해석적 용어는 독자에게 흥미와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독자는 추리소설을 읽듯, 한편의 시에 집중하게 된다. 작가의 답이 궁금하다. 독자를 끝까지 집중하게 만드는 것, 이경림 시가 갖는 힘이다.     그런데 ‘푸른 호랑이’ 한 마리 때문에 시가 사는 것일까? 아니다, 이경림은 삶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진지하게 조망한다. 언제나 이경림의 시는 거짓이 없다. 생경하게 뛰어든 거짓인 조건절인 ‘푸른 호랑이’를 참으로 만드는 재주가 있다. 분명 푸른 호랑이는 가설인데도, 거짓으로 만들지 않는다. 이경림은 생을 단순하거나 하찮은 놀음으로 놀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이경림의 시는 무게감이 있으며 늘 진중하고 진실하다. 그것은 관통의 힘이다. 생을 진지하게 절단하여 단면을 들여다본다. 그 진실에는 늘 중생을 애정과 가여워하는 마음으로 감싸는 이경림의 넉넉한 마음스케일이 있다. 1-8연의 기법과 내용을 살펴보자. 이경림 시가 미꾸라지처럼 힘있게 치고 올라가는 시 기법을 발견할 것이다.     1연- 설렁탕과 곰탕을 먹는 노신사와 아내가 있다. ‘먹는다’는 단순한 사실에서 ‘푸른 호랑이’라는 조건을 줌으로써, 시는 갑자기 ‘형이상학적’ 의미를 가지며 비약하고 확장된다. 사물인 설렁탕과 곰탕은 ‘푸른 호랑이 한 마리가 산다’라고 생생한 진행형 삶과 생존을 획득.   2연- 1행의, ‘무릎뼈’는 남자의 섹스도구로 발군의 힘을 과시하며, ‘혀’는 여자의 콧소리와 함께 유혹과 애교라는 섹스의 중요한 소품이다. 2행의 머리뼈는 남자가 아내를 얻기 위한 설득작업과 생계수단인 직업에 지략이 사용된다. 허벅지살은 여자의 중요한 섹스심볼을 감싸고 있는 관능적인 몸의 일부분.   3연- ‘푸른 호랑이’라는 조건절을 다시 강조.   4연- 곰탕과 설렁탕의 조리과정이다. 불을 때고 연기가 나며 살, 뼈들이 녹아난다. 이경림은 사라진다는 슬픈 사실로 인식.   5연- 낡은 의자에서 곰탕을 먹는 노신사와 늙은 아내를 클로즈업. 사라지는 시간이 주는 슬픈 이미지.   6연- ‘더러운 유리창’과 ‘산발하고 흔들리는 수양버들’은 노신사와 아내의 삶의 역경과 고난으로 대비된다. 일반적 인간과 짐승들의 삶의 모습일 터.   7연- 7연 1행 ‘태양 속으로 질주하는 새’와, 2행 ‘느리게 불려가는 바람’은 이상과 괴리, 노신사와 아내의 삶을 유추적으로 본 작가적 시점. 그러나 또한 일반적인 사람이 사는 생의 한 풍경화. 질풍노도의 청춘이 저지르는 외도일 것.   8연- ‘미친 듯 포효하는 푸른 호랑이 한 마리가 산다’ 부분에 집중을 하여 보자. 노신사와 늙은 아내는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갈등하며 미친 듯 싸울 것. 또한 생을 놓는 순간까지 치열하게 살게끔 생은 고난을 준비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   요약하면 다음의 패턴을 그린다. 1연 설렁탕과 곰탕 먹는 인물, 푸른 호랑이 조전 제시- 2연 상징적 조건제시- 3연 조건 강조- 4연 사라지는 슬픈 것들- 5연 노신사와 아내 사실 규명- 6연 배경 설정- 7연 배경의 내용, 질주하는 새와 바람- 8연 푸른 호랑이 강조.       이경림의 시 한편을 분석하여 보면 그 안에는 삶이라는 과제가 치열하게전개되고 있다. 1연과 8연까지 긴장의 끈이 흐르고 있다. 이경림이 본 생의 뜨거움이다. 또한 슬픔이다. 척박한 조건에서도 치열하게 맞받아치는 생을 향한 의지와 힘이 느껴진다. 그것은 시에 대한 그의 사랑이기도 하다.   한 그릇 설렁탕과 곰탕을 먹으면서 옆 자리 손님을 물끄러미 관찰하였을 것. 마음속으로 그들 모습에서 또 다른 생의 그림을 유추하였을 것. 곰탕을 먹으면서 이렇듯 치열하게 삶의 곡선을 찾아낸다. 객관화된 상징화는 강하고 적나라하다.   이경림의 시에는 뜨거운 삶의 집착과 뜨거운 삶의 향기가 있다. 용트림하는 생을 맞받아치는 삶의 치열한 경쟁력이 있다.  
572    봄의 완성 / 정용화 댓글:  조회:801  추천:0  2018-12-25
봄의 완성     정용화       향기를 반으로 접으면 나비가 된다 바람은 오래된 권력처럼 나태해지고 나무마다 온통 초록 연기를 뿜어낼 때 우리는 귀가 큰 구름을 쓰고 우기 속으로 저물어간 꽃 속에 당도한다     쉽게 부서지는 입술을 가진 당신 아직 꽃으로 피지 못한 것들이 한 줄의 비밀로 환원될 때 단단한 혀로 만져지는 침묵 나비는 정오 근처를 날고 봄은 수평선으로 확대된다     햇빛을 녹여 꽃으로 돌아가는 시간 나비 만으로는 봄을 다 말할 수 없기에 시드는 꽃을 바라보는 일은 늘 위태롭다 그것은 얼룩을 더듬어 일구어낸 몇 개의 발자국을 잃어버리는 일이다     나비의 문장은 설익은 고백이라서 향기라는 욕망을 갖고서야 봄을 견디는 법을 배웠다 계절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한 묶음의 봄으로 압축되면 투명을 향한 좌표 하나 지니게 될까 나비가 꽃 속에서 접고 있던 날개를 펼 때 비로소 절반의 봄이 완성된다          정용화 시의 압축파일을 풀면 몇 가지로 요약되는 은유적 이미지와 연결고리를 만난다.       첫째, 물질이미지를 형상 이미지로 환원하여 감각적 표현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 이름을 ‘나비’이미지라고 명명하여 보자.   나비 이미지는 로 대별할 수 있다.  나비효과 등, 나비는 욕망의 또 다른 매개체다. 나비가 날개를 펼쳤다 접는 이 분화된 모습에서 시는 시작된다. 역으로 향기와 꿀을 얻는 나비의 모습을 치환하여 나비를 향기로 언급하고 있다. 무형태의 물질을 나비라는 현실의 물상으로 표현하여 선명한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       둘째, 또 다른 기법은 사동을 피동으로 바꾸어 감각적 신선함을 얻고자 하였다. 1연 4행 ‘우기 속으로 저물어간 꽃 속에 당도한다’ 구절과 2연 2행 ‘아직 꽃으로 피지 못한 것들이 한 줄의 비밀로 환원될 때’ 구절과 3연 ‘햇빛을 녹여 꽃으로 돌아가는 시간’에서 보여진다.       셋째, 또 다른 기법은 해석적 문장과 단어의 치환과 피동으로 생겨나는 이미지의 ‘낯설게하기’다. 생경한 언어의 충돌로 만들어내는 집합적 이미지가 신선함을 준다. 1연 ‘바람은 오래된 권력처럼 나태해지고’ 구절에서 ‘바람’의 속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낯선 문장이지만 사실적 문장이다. 객관화된 이미지다. 멋을 낸다고 감정에 치우친 문장을 마구 투척하면 객관화를 간과하게 된다. 모든 시어와 생각들이 ‘새로움’이라는 옷을 입었다.   2연 ‘단단한 혀로 만져지는 침묵’을 들여다보자. 평서체 문장은 ‘침묵하는 혀’다. 그러나 ‘단단한 혀로 만져지는 침묵’이라고 표현함으로써 더 구체성을 갖는다. 사실 혀로 침묵은 만질 수 없다. 그러나 데칼코마니처럼 표현기법의 묘미다. 똑같은 앞면과 뒷면이 뒤집어 찍으면 멋스럽다. 둘러치나 매치나 시어는 같다고 생각하지만 전혀 같지 않다.   2연 4행 ‘봄은 수평선으로 확대된다’ 부분을 들여다보자. 평서체는 ‘수평선으로 해가 진다’가 맞다. 그러나 문장을 한번 흔들어주었다. ‘진다’라는 이미지를 ‘확대된다’고 돌연변이적 표현을 함으로써 신선함을 준다. 확대 이미지는 감각적 미의식을 갖는다.   3연 1행 ‘햇빛을 녹여 꽃으로 돌아가는 시간’을 들여다보자. 시간의 경과과정이 구체성을 가지고 직접적으로 체감된다. 사실은 ‘꽃이 햇빛을 받아들이는 시간’이 맞다. 그러나 피동형으로 문장을 도취시켰다. 다른 사람이 사용하지 않은 단어와 문장 스타일 기법은 정용화의 상표다.   3연 4행 ‘그것은 얼룩을 더듬어 일구어낸 몇 개의 발자국을 잃어버리는 일이다’ 이 구절도 도치와 치환적 문장이다. 또한 피동적 표현이다. ‘잃어버린 발자국’은 상징적으로 떠나간 사람과 떠나보낸 인연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설명적이거나 구태의연하지 않다. 다의적 해석이 가능한 문장이다.       넷째, 특징은 기승전결 4연의 시 구절에서 보여주는 나비 이미지의 공통성이다. 1연에서는 향기와 나비를 연결하였다. 2연에서는 팔랑팔랑 날아다니는 나비의 날개짓과 입소문을 연결시키고 있다. 가볍다라는 이미지를 연결시켰다. 3연에서는 나비와 꽃의 상관관계다. 시드는 꽃을 여성성으로 매치시켜 잃어버린 인간관계로 설정하였다. 4연은 나비의 ‘날다’라는 이미지를 상승욕망으로 연결시켰다. 또한 ‘꽃’의 ‘여성성’에 탐닉하는 ‘나비’라는 ‘남성성’을 넘을 때 인간관계의 완성된 이상이 실현된다는 메시지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정용화 시의 매력은 단단한 내용을 가벼운 기교로 설교하지 않는 데 있다. 정용화 시의 모든 문장은 참이라는 설정이 가능하다. 그 이유는 가볍게 시어에 접근하지 않고 객관적 사물과 객관적 행위를 제시하기 때문이다.       다섯째, 사유의 신선함이다. 1연 ‘향기는 반으로 접으면 나비가 된다’ 2연 ‘봄은 수평선으로 확대된다’ 3연 ‘시드는 꽃을 바라보는 일은 늘 위태롭다/... 그것은 얼룩을 더듬어 일구어낸 몇 개의 발자국을 잃어버리는 일이다’ 4연 ‘나비의 문장은 설익은 고백이라서 향기라는 욕망을 갖고서야 봄을 견디는 법을 배웠다/ 나비가 꽃 속에서 접고 있던 날개를 펼 때 비로소 절반의 봄이 완성된다’ 부분을 살펴보자. 단답형 결어는 심심하지 않다. 싱겁지도 않다. 무게감과 형태미를 은유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정용화의 시를 읽으면 박하향 가득 머릿속에 피어난다. 문장마다 새로움으로 환하다. 뇌가 덤블링을 한 듯 먹먹하다. 예술이 도달할 종착역은 유미주의다. ‘무엇을’이 아니라 ‘어떻게’가 중요한 시적 과제이다.
571    백치시인 / 이영식 댓글:  조회:755  추천:0  2018-12-25
백치시인           이영식             내 머리맡에 놓인 시인이라는 이름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불알 두 쪽은 달렸는데 남자가 없다, 대쪽 같은 기개가 없다     한 때는 사상이니 이념이니 더운피 개천에 풀어 저자거리에 이름값이라도 한 모양인데, 요즈음은 신변잡기 파리채 놀음이나 다름 아니다     作爲만 있고 行爲가 없다, 活語(?)라면 살 저며 등뼈 내놓고 초고추장이라도 튀어야할 게 아닌가     가끔 언어를 비틀어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로 성찬을 베풀기도 하지만 돌아서면 어느새 개다리소반에 찬밥이다     시인의 모자를 쓰고 보니 어깨가 자꾸 움츠러든다, 걸음걸음이 조심스럽고 그림자조차 낮은 곳으로 눕는다     언제부턴가 나는 한 마리 풍뎅이가 되어간다, 목 비틀린 채 땅바닥에 헛바퀴를 돌고 있는 외뿔풍뎅이다     세상의 저녁, 어느 한 불빛이 내 시를 읽고 있는가? 우리가 상한 날개 껴입고 헛춤을 추는 것은 아직도 추락할 꿈이 남아있음이라.             이영식의「백치시인」을 읽으면 시인이라는 이름에 대하여, 시인이라는 직업에 대하여 자괴감이 든다. 어느 집단이나 직업군이나 나름의 애환이 없겠는가? 그러나 정신과 정서가 예민한 시인은 늘 오감이 깨어 있다. 같은 상황이라도 더 아프게, 더 슬프게, 더 절절하게 느낀다. 시인은 유난히 자의식과 피해의식이 강하다. 그 자의식은 불편한 마음을 갖게 하는데, 이 심기불편함이 또한 시를 밀어붙이는 힘으로 작용한다. 시의 아이러니다.     이영식이 자평한 시인론을 살펴보자. 7연의 짧은 문장들로 재해석하여 요약적 보여주기를 하고 있다. 시인으로서의 불만족과 불편한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1연- 남자다운 기개가 없다. 2연- 내용이 사상이나 이념이 없다. 신변잡기를 쓴다. 3연- 생각만 많고 추진력이나 행동력이 없다. 4연- 언어유희로 성찬을 베풀지만 내용은 빈약하다. 5연- 시인은 위축되고 소심해진다. 6연- 목이 비틀린 채 누워있는 풍뎅이처럼 같은 자리를 맴돈다. 7연- 상처로 쓰는 시는 추락하는 꿈을 향하여 춤을 춘다.     이영식의 7가지 시인론을 읽으면 콧등이 시큰해지고 머리가 멍멍해진다. 구구절절 맞는 말이기 때문이다. 시인과 시에게 냉정하게 다음의 질문을 던진다. 시인이여, 10가지 질문에 정직하고 솔직하게 맘속으로 대답하여 보라.     나는 매너리즘에 빠진 시에서 비상할 돌파구를 찾고 있는가? 내 시는 나를 구원하는가? 내 시는 독자를 구원하는가? 내 시에는 새로운 철학이 있는가? 내 시는 새로운 표현기법을 사용하고 있는가? 내 시는 지루하지 않은가? 나는 시를 쓰는 작업이 재미있고 행복한가? 내 시는 역사를 바꿀 힘이 있는가? 내 시는 나만의 상표로 분류할 수 있는가? 내 시는 후대에 새로운 이즘으로 탄생할 수 있는가?     시인이여, 늘 속이 답답한 시인이여, 뒤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달리기만 하는 시인이여, 그대는 영원히 꿈꾸는 이상주의자다. 현재의 자신의 등급보다 늘 자신을 더 높게 평가하고 있다.  
570    나와 나 / 김남조 댓글:  조회:807  추천:0  2018-12-25
나와 나               김남조             범선을 타고   내가 저만치 사라진 후   부두에 서서   수평선을 바라보는   내가 또 있다   더 이상한 건   떠나간 나와 남아 있는 나를   흐린 필름을 통해   무슨 세균검사처럼 점검하는   세 번째의 나   이를 진단할 의사   혹은 판결할 법관은   어느 방향에서   언제 도착할는지             시는 시인의 감정에서 출발한다. 시가 메시지를 갖는 이유다. 물론 미술이나 음악도 창작자의 감정이 feel을 받고, 아이디어를 찾을 것이다. 시인은 삼 일 동안 거울을 들여다보는 자라고 한다. 거울은‘객관화’를 의미한다. 자신을 객관화하여 관찰한다는 뜻이다. 거울 이미지는 시에서 객관화 영역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시창작 과정에서 는 시인의 감정을 절제하고 사물의 관점에서 출발한다. 사실에 기초하여 시가 더욱 객관화된다. 위의 시는 사물시의 관점과 같이 객관화되어 있다.     위의 시는‘라깡 이론’에서 ‘자아의 타자화’로 명명할 수 있다. 1-3연은 감정을 배제하고 제삼자의 입장에서‘나’를 분석한다. 자아를 시적거리가 먼 시점에서 객관적으로 관찰한다.     1연을 살펴보자. 1-2행‘범선을 타고/ 내가 저만치 사라진 후’부분에 라깡이론을 대입하면, 자아를 객관화하여 감정을 배제하고 멀리보고자 한다. 그러나 이 부분은 다른 표현기법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먼 과거의 시점에서 현재까지 살아온 사실적인‘나’를 감각적 표현기법 미의식을 주었다. 2가지 요소가 모두 있다. 3-5행‘부두에 서서/ 수평선을 바라보는/ 내가 또 있다’부분을 살펴보자. 라깡의 자아의 타자화를 가장 잘 나타낸 표현이다. ‘부두’라는 한 공간과 시점에서 2가지 사건이 실행된다. 중첩 이미지다. 피카소의 그림처럼. 두 얼굴의 나를 또 다른 내가 관찰한다. 사물인‘나’를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있는 또 다른 타자인‘나’다.     2연은 라깡 이론과 프로이드 정신분석 비평 방법을 대입하여 보자. ‘그때 거기’라는 시점은 프로이드 정신분석 비평의 핵심 포인트다. 프로이드는 시를 사회부적응자인 시인이, 그 부적응을 작품으로 승화시켜 발표하고, 독자가 공감하여 감동하게 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하였다. 3행‘흐린 필름을 통해’부분은 오래 전 잊어버린 상처의 기억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시는 상처로부터 시작한다. 시는 상처에서 피는 꽃이기 때문이다. 4-5행 ‘무슨 세균검사처럼 점검하는/ 세 번째의 나’는 라깡의 자아의 타자화 이론과 프로이드 이론이 중첩된다. 프로이드 이론은 과거를 현재의 시점으로 불러와서 그때의 사건과 사실을 재정리한다. 각각의 상처와 기억에 이름표를 붙여야 시인은 직성이 풀린다. 그 이유는 먼 과거시점에서 일어난 큰 사건은 어린나이에 감당하기에는 버거웠다. 힘 있는 어른이 되어 뇌 깊숙이 숨겨왔던 상처를 꺼내 현재에 재현한다. 다시 예리하게 슬픔의 이유와 근원을 분석하고 이해하고 싶어한다. 시는 시가치유의 과정이다.     3연은 시창작 과정에 비유한다면 비평과 평론이다. 1-4행‘이를 진단할 의사/ 혹은 판결할 법관은/ 어느 방향에서/ 언제 도착할는지 ’부분을 살펴보자. 시인의 무의식은 자신의 감정을 분석평가해 줄 타자를 기다린다. 또 다른 타자의 객관적인 인정이 필요하다. 작가는 과거의 먼 사건을 현재의 시점에서 공감해 주기를 원한다. 그 공감은 독자와 비평가의 몫이다. 혹 직접 상처를 입힌 당사자인 형제나 어머니의 사과가 보다 빠른 감정치료제일지 모르는데 시가 너무 우회하는 건 아닐까?     김남조의 시를 라깡이론과 프로이드 심리비평 방법을 적용하여 분석하여 보았다. 그러나 거울은 사실이 아니다.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은 실상을 허상으로 반사하여‘보여주기’한다. 작가는 무의식으로 시를 쓰고 자신을 반영한다. 비평가는 창작된 작품에서, 작가의 무의식과 심리를 캐치하고 이름을 명명한다. 시는 선택받고 비평과 분석을 거쳐야 시의 가치를 인정받는다. 비평이 활성화되어 새로운 문예사조가 탄생되기를 기대한다.
569    옛날 영화 제목 같은 / 이 승 하 댓글:  조회:814  추천:0  2018-12-25
옛날 영화 제목 같은                                                      이 승 하           화려한 영상매체의 시대에 나 참 무미건조하게 살고 있다네   파격을 모르고 파국을 모르고 파탄을 모르고   어제는 무사분주 오늘은 무사안일 내일은 무사태평     그 시절에는 영화 수입 업체의 직원도 시인이었다   ‘수영장’(La Piscine)을 ‘태양은 알고 있다’로 바꿀 줄 아는 감각을(태양이 알기는 뭘 아는가!)   ‘여상속인’(The Heiress)을 ‘사랑아 나는 통곡한다’로 바꿀 줄 아는 상상력을(신파의 극치가 사람을 울려!)   소설가도 소설의 제목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로 붙이거늘     나 어느새 산문의 시대에 산문 같은 시를 쓰고 있다네   운율을 잃고서 좌충우돌   압축미를 잊고서 횡설수설   때로는 주저리주저리 설명을 일삼았네   시란 결국 말을 갖고 노는 말놀음인데   나, 말을 학대하고 있었네 매질하고 있었네   먹을 것 제대로 주지도 않고 잘 달리기만 바랐던 것     ‘보니 앤 클라이드’를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로   ‘푸치 캐시디 앤 더 선댄스 키드’를 ‘내일을 향해 쏴라’로 바꿔 붙이는 실력   나 이제부터라도 역설과 상징을, 아이러니와 알레고리를, 다의성과 모호성을!   말을 잘 부릴 줄 모른다면 시는 이제 그만 쓸 것!!             위의 시는 짐짓 시치미를 떼고 말한다. 짐짓 농담처럼 이야기를 하듯이, 말을 걸듯이, 내레이션을 하듯. 그러나 진지하게 정신 바짝 차리고 들어야 한다. 반어적이고 역설적이며 아이러니한 기법이 이 시의 기교다.   먼저 제목을 살펴보자. 제목은 2음절로 된 4개의 단어로 조합되어 있다. 전혀 멋을 부리지 않은 무미건조한 옛날영화처럼 말이다. 그것이 숨은 기교다.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을 제목에서 다 보여준다. 시에 대하여 역설적으로 경고하고 있다.   이승하의 시「옛날 영화 제목 같은」은 네 가지 관점으로 분류하여 볼 수 있다. 1연은 현재적 관점, 잘 먹고 잘 사는 안일주의에 빠진 시인을 고발한다. 2연은 ‘옛날 영화 제목’을 내세운 사회적 관점, 시를 허투루 다루는 사회분위기를 고발한다. 3연은 ‘나’를 내세운 작가적 관점, 시창작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4연은 역설과 아이러니의 미래적 관점이다. 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승하의 시는 시에 대한 반성적 국면을 갖게 한다. 시에 대한 자학적이고 니힐하며 시니컬한 접근법이, 반어적으로 시에 대하여 숙연함을 갖게 한다. 시를 가벼이 여겨온 것에 대한 미안함에 부끄러워진다.   처음 시를 쓸 때 ‘대중이 좋아하는 시를 쓸 것인지, 시인들이 좋아할 시를 쓸 것인지 결정하라’ 는 말을 선배 시인들에게서 듣는다. 마음속으로 시인도 좋아하고 대중도 좋아할 두 마리 토끼를 꼭 잡고야 말겠다고 다짐할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뒤돌아보면, 두 가지 다 놓쳐 버린 어정쩡한 시인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것이다. 이승하가 시인으로서 이 시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다만 수입영화의 제목을 원어와 달리 번안한 것에 대한 불평일까? 흥행을 앞세워 무지한 대중의 입맛에 맞춘 것에 대하여? 아니다. ‘기승전결’ 중 시의 ‘결’에 해당하는 부분은 4연이다. 결론적으로 ‘말을 잘 부릴 줄 모른다면 시는 이제 그만 쓸 것!!’ 이라고 시인들에게 경고한다. 3연을 살펴보자. ‘산문시, 운율을 무시한 시, 압축이 안 된 시, 설명 시, 내용과 알맹이가 없는 말놀음 시’를 고발하고 있다. 4연을 살펴보자. ‘역설과 상징, 아이러니와 알레고리, 다의성과 모호성’의 시를 이승하는 찬양하는 것일까? 진지하게 질문하여 볼 일이다.   21세기 한국은 시의 춘추전국시대다. 시의 범람과 시인의 범람시대에 살고 있다. 좋게 말하면 문화혁명이요, 나쁘게 말하면 시의 비전문가가 전문가 행세를 하고 있다. 다음 질문을 시인 자신에게 하여 보자.   나는 멜로영화 같은 시를 쓰는가? 나는 연애편지 같은 시를 쓰는가? 나는 일기 같은 시를 쓰는가? 나는 기록문이나 신문기사 같은 시를 쓰는가? 나는 연설문이나 논문 같은 시를 쓰는가? 나는 나르시시즘에 빠져 먼저 자족하는가?   자기가 쓴 시에 감동해서 먼저 울고 있는 시인을 자주 만난다 자기감정을 독자에게 강요하거나 설득하는 시인을 자주 만난다 동물, 꽃, 새, 물고기들의 생각을 다 아는 척하는 시인을 자주 만난다. 시인은 공감과 감동의 천재인가, 엄살꾸러기 거짓말쟁이인가? 시인은 순수한 영혼을 지닌 지고지순한 존재인가, 객관성을 잃은 변덕쟁이인가?   이승하 시인은 오늘의 시인들에게 질문한다. 정직하게 객관화된 대답을 하여야 할 때가 되었다.  
568    나는 물고기에게 말한다 / 정 호 승 댓글:  조회:753  추천:0  2018-12-25
나는 물고기에게 말한다              정 호 승             그래도 너를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을 때   그래도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을 때   그래도 떠날 때는 내 돈을 모두 너에게 주고 싶다고 말하고 싶을 때   그래도 너에게 단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말하고 싶을 때   나는 촛불을 들고 강가로 나가 물고기에게 말한다   물고기는  조용히  지느러미를  흔들며 내 말을 듣고만 있을 뿐   아무에게도 아무 말도 하지 않으므로      내 산을 모두 밭으로 만들어 너에게 주고 싶다고 말하고 싶을 때   네 밭을 모두 산으로 만들어 내가 가지고 싶다고 말하고 싶을 때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이제는 인간이 되고 싶지 않을 때   기어이 인간을 버리고 혼자 울고 싶을 때   나는 강가로 나가 물고기의 허리를 껴안고 운다   침묵만이 그들의 언어이므로   침묵 외에는 그 어떠한 말도 하지 않으므로             대중이 좋아하는 시의 조건은 무엇인가? 아래와 같이 몇 가지로 요약해 본다.   첫째, 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말로 쓴다.   둘째, 대중이 좋아하는 연애시와 사랑시를 쓴다.   셋째, 감각적 미의식을 가진 표현을 한다.   넷째, 자연, 생물, 사물에서 얻은 직관과 사유로 시의 품격을 높인다.   다섯째, 작가의 해석적 깨달음과 재해석이 있다.   여섯째, 약자가 되어 진정성과 애환적 어조로 독자의 동정심을 자극한다.       위의 시를 살펴보고, 대중들이 사랑할 만한 요소를 찾아보자.   첫째, 제목이 짧고, 직접적. 내용도 진정성이 있으며 감각적이다. 바쁜 현대인도 한번쯤은 ‘나무, 풀, 별’에게 말을 건 적이 있다.      둘째, 대중이 좋아하는 ‘사랑시’. 1-2행 ‘그래도 너를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을 때 / 그래도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을 때’ 는 정서적, 정신적, 감정적 사랑 모두를 포함한 사랑의 일반화다. 대중적 사랑이다. 그러나 3-4행 ‘그래도 떠날 때는 내 돈을 모두 너에게 주고 싶다고 말하고 싶을 때/ 그래도 너에게 단 한푼도 줄 수 없다고 말하고 싶을 때’ 는 현재적, 현실적 적나라한 사랑의 현재감정이다. 사랑은 원래 ‘통속적’이며 육체적이다. 1-4행은 솔직하다. 직접적이다. 감각적이다. 에로스적 사랑은 대중의 원초적 욕구를 자극한다.       셋째, 시의 품격. 5행 ‘나는 촛불을 들고 강가로 나가 물고기에게 말한다 ’ 부분을 살펴보자. 미완의 사랑은 번뇌와 번민을 가져온다. 아마도 신라시대 여인들은 촛불을 바위 위에 켜 놓고, 남자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 주술적 기원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촛불을 들고 강가에서 기도를 하지는 않는다. 속도화 시대에 별을 쳐다볼 여유도 없는 현대인의 사랑방법은 아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5행은 아름답다. 기원하는 한 남자의 간절함과 진정성이 있다. 또한 사랑을 통속적으로 전락시키지 않고 ‘승화’하였다.     넷째, 사유와 감각적 미의식. 2연 1-2행 ‘내 산을 모두 밭으로 만들어 너에게 주고 싶다고 말하고 싶을 때/ 네 밭을 모두 산으로 만들어 내가 가지고 싶다고 말하고 싶을 때’ 를 살펴보자. ‘산’을 남성성으로 ‘밭’을 여성성으로 치환하여 보자. 애로티시즘과 섹슈얼리즘의 극치다.     다섯째, 솔직함과 진정성. 2연 3-4행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이제는 인간이 되고 싶지 않을 때/ 기어이 인간을 버리고 혼자 울고 싶을 때’ 부분에서는 ‘진정성’이 강하게 느껴진다. ‘그래, 사랑의 감정은 이런 거야’ 라고 독자는 절절하게 공감한다. 만약 그 사랑이 나는 유일한 진정성을 가진 우주적 사랑인데, 세상은 부정과 불륜이라고 지탄한다면? 불같은 연애를 해본 사람은 알 것. 금지된 사랑일수록 뜨겁게 불탄다.     여섯째, 상상력과 동정심 유발. 2연 5행 ‘나는 강가로 나가 물고기의 허리를 껴안고 운다’ 면, 독자는 영화처럼 무조건 주인공편이다. 물고기의 허리를 껴안고 우는 비현실적 진실에 독자의 상상력은 심미적 자극을 받는다. 동정과 공감 100%.     일곱째, 객관화와 사실적 표현, 재해석. 2연 6-7행 ‘침묵만이 그들의 언어이므로/ 침묵 외에는 그 어떠한 말도 하지 않으므로’ 처럼. ‘침묵’은 사실적인 표현인 동시에 객관화, 재해석을 내포한다. 침묵하는 사랑은 더 아파서, 독자의 공감까지 이끌어낸다.       초월적 사랑은 어느 시대에나 예술의 주제였다. 갈등과 극적 요소가 강한 내용은 지금도 우리의 안방극장을 독점하고 있다. 연예인이라면 가십거리가 되지만. 평범한 옆집 중년부부의 사랑에 누가 돈을 지불하고 영화관에서 구경할까? 불안정하고 쇼킹한 내용에 대중은 돈을 지불하고, 실 컷 울고 카타르시스를 한다.       한 편의 짧은 시 속에는 10권의 대하드라마가 숨어 있다. 위의 시는 필자가 제시한 여섯 가지 요소를 함의하고 있다. 진정성을 가진 시인의 숨은 사랑 이야기는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품격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독자를 공범자로 흡입한다. ‘시는 소설이다, 영화다’, 정호승은 흥행을 아는 시인이다.  
567    사랑할 때와 죽을 때 / 황 학 주 댓글:  조회:780  추천:0  2018-12-25
사랑할 때와 죽을 때             황 학 주           나는 겨울을 춥게 배우지 못하고    겨울이 모일 때까지 기다리지도 못 했지만       누가 있다 방금 자리를 뜨자마자   누가 있다 깍지 속에서 풀려나와 눈보라 들판 속으로 들어가는        사랑이란    매번 고드름이 달리려는 순간이나 녹으려는 순간을 훔치던 마음이었다    또한 당신의 그림자와 마주 보고 달려 있었다         이제 들음들음 나도 갈 테고   언젠가 빈집에선   일생 녹은 자국이 남긴 빛들만 열리고 닫힐 것이다        그때에도 겨울은 더 있어서   누가 또 팽팽하게 매달리는 것이다   자유를 춥게 배우며   그 몸 얼음 난간이 되어                    시에서 제목은 반 이상 중요한 역할을 한다. 황학주의「사랑할 때와 죽을 때」는 멜로 영화처럼 달콤한 제목이다.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매력을 가진 제목이다.   ‘사랑’과 ‘죽음’이라는 단어 속에는 ‘아이러니’가 숨어 있다. 사랑하면 살아야 하는데, 사랑하기 때문에 죽는다(?) ‘사랑’과 ‘죽음’은 반어적이고 상대적인 언어조합이다. 두 단어는 불안전하고 미지정적인 위기감이 충돌하고 있다. 또한 극적 요소를 잉태하고 있는 사건을 유발시키는 갈등요소를 함의하고 있다.        예술은 자유를 추구한다. 시인은 무의식의 자유까지 확인하려 한다. 황학주의「사랑할 때와 죽을 때」는 어떤 시점과 관점의 자유를 추구하는 지 살펴보자. 시는 확대해석이 가능하고, 그 확대의 범주가 넓을수록 좋은 시다. 그러나 독자와 평자는 무한대적 범위를 가진 확대경으로 작품을 감상하지는 않는다. 자유를 위하여 죽은 6월의 젊은 피가 아직도 마르지 않은 이 땅, ‘자유’와 ‘죽음’은 엄숙히 검토되어야 할 주제다.        위의 시를 1980년대 ‘자유’를 위하여 희생된 젊은이들 목숨에 바치는 추모시로 해석하여 보자. 온 몸에 신나를 끼얹고 자살한 서울대 어린 대학생들. 학업을 중단하고 3D 산업 노동자로 숨어든 대학생들. 그 시대 자유를 위하여 데모 한 번 하지 못하고, 도서관에 숨어 공부만 하던 젊은이는 아마 죽을 때까지 친구를 향한 죄책감을 지니고 살 것이다.       오늘의 풍요와 자유는 80년대에 빚진 자유다.   매일 매일 ‘당신의 그림자와 마주 보고 달려 있’(3연 3행)는 이 땅의 양심과 지식은 고뇌한다. ‘나는 겨울을 춥게 배우지 못하고/ 겨울이 모일 때까지 기다리지도 못 했지만’(1연 1-3행) 그 겨울을 기억하는 것으로 사랑을 표현한다. ‘이제 들음들음 나도 갈 테고’(4연 1행) 너도 갈 것이다. 그러나 그날을 잊지는 않는다. 뇌와 눈과 손과 발에, 온 몸에 가 각인되어 있으므로.       그 은 자유와 목숨을 맞바꾸었다. 잘 먹고 잘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젊은 목숨을 고드름처럼 매달고 위험하게 떨어지거나 녹았다. 음식문화와 명품백과 아이돌에 열광하는 오늘날의 젊은 자유를 위하여 그들은 겨울을 춥게 보냈다. 건국대 높은 창가에서 꽃잎처럼 젊은 목숨들이 낙화하였다.       선각적 지식인은 예지한다. ‘누가 또 매달리는 것이다/ 자유를 춥게 배우며’ (5연 2-3행). 방만한 자유의 시대에 시인은 긴장감을 느낀다. 게으른 시대에서.  
566    시간은 / 김 규 화 댓글:  조회:698  추천:0  2018-12-25
시간은      김 규 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일직선을 그으며 간다   나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글을 쓴다   왼쪽은 과거이고 지금 쓰고 있는 쪽은 현재이고 아직 안 쓴 오른쪽은 미래이다   지금 쓰고 있는 내 손은 계속하여 오른쪽인 미래로 자리를 바꾸어 간다   현재는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바로 이 자리라고 펜 끝으로 말한다   과거는 그대로 기억의 창고에 머물러 있다가 꺼내면 희미 하게 나타난다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 캄캄한 밤을 헤쳐 나가기 위해 현재 를 만들고   드디어는 과거와도 한통속이다   현재 과거 미래가 하나로 뭉쳐 오늘은 밍밍한 펜 끝이다           * 김규화 신작시집 『햇빛과 연애하네』중에서                     ‘심심하지 않은 시’는 좋은 시다   지금까지 한번도 들어본 적 없고, 다른 시인이 쓰지 않은 ‘표현’은 좋은 시다   끝까지 읽고 몇 더 생각하며 ‘정독’하게 하는 시는 좋은 시다   제목과 내용이 따로따로인데, 한 맥을 가지고 제목과 각 연들이 힘차게 ‘관통’하는 시는 좋은 시다.   설명적이지 않은데, ‘철학’이 있는 시는 좋은 시다.     김규화의 「시간은」은 위의 여러 요소를 함의하고 있다. 쉬운 말로 이해되지 않는 문장은 없다. 그런데 여러 번 읽었다.   위의 시의 매력은 14행의 짧은 시가 갖는 힘이다. 1연 1행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일직선을 그으며 간다’라는 문장을 살펴보자.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글자를 쓴다’라는 사실에서 출발했다. 글을 쓰는 행위를 ‘객관적으로 사물화’하였다. 인생은 직선이다. 물론 왼손잡이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갈 수도 있다. 포물선이나 꺾은선 그래프를 그리거나 원으로 순환하는 디자인적인 인생도 있다. 그러나 위의 문장은 시를 향하여 직선의 일념으로 시를 쓴 시인이라면 그 의미를 안다.   2행을 살펴보자. ‘나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글을 쓴다’라고 단순하고 명료하게 글쓰기 행위 자체에 대하여 사실적으로 적고 있다.   위의 1, 2행의 문장은 모두 사실적인 문장이다. 그런데 인생에 대한 상징과 함축을 담고 있다. 시간과 공간을 내포하고 있는 확장된 문장이다. 그 문장에는 재해석과 직관이 있다.   1연 마지막 행의 ‘드디어는 과거와도 한통속이다’라는 반짝이는 문장을 들여다보자. 이 한 개의 결론적 문장을 도출하기까지, 시인의 체험과 체득과 여과의 긴 인생여정 과정의 희노애락이 생략되어 있다. 그 숨겨져 있는 ‘의미’를 찾는 것이 독자의 즐거움이다. 평생을 시에 바친 시인이 남기는 한 문장이다. 인생은 펜끝 하나다. 촌철살인의 명징한 문장이다.   시간에 대하여 쓴 시는 많다. 그러나 김규화의 「시간은」은 다른 시와 변별력을 갖는다. 14행의 짧은 문장은 모두 객관화되어 있다. 직관과 재해석이 빛난다. 집중하게 한다.  
565    꽃들 / 김 명 인 댓글:  조회:723  추천:0  2018-12-25
꽃들     김 명 인     낮잠에서 깨니 머리맡에 꽃소식이 당도해 있다 만선에 실려 오는 꽃나무 한 시절들 그대가 약속을 지키려 근근하듯이 꽃은 제철의 두근거림으로 한 해를 갱신한다 상청 이불 덮고 누웠으니 어디서 산비둘기 구구거리는 한낮 꽃 타래들, 다비에 든 듯 화염 사르는구나! 공손한 꽃아, 피고 지는 건 네 일이지만 나는 너를 빌려 쓰고 내일로 간다 연년세세로 물든 분홍 새 날개 펴니 거처 없이도 견디는 깃발처럼 혼곤한 신생의 새봄 안간힘으로 울뚝하다 오늘은 오늘 꽃, 수만 송이로 허무는 탑 버림받을 사랑이니 돌보라고 이 환(幻), 나에게 흘려보내는 건 아니겠지?           꽃은 ‘여성성’과 ‘미’의 상징으로 대표되며 시와 노래, 무용, 영화의 표상이 되어왔다. 김춘수의「꽃」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어느 시대에나 시인들은 꽃에 대한 이미지를 부둥켜안고, 새로운 표현을 고민하였다. 지금까지 발표된 시보다, 더 좋은 시를 쓰지 않으려면 ‘꽃시’는 이제 그만 쓰라고 선배시인들이 권고할 정도다. 그러나 아이러닉하게도 지금도 시인들은 여전히 ‘꽃시’를 쓰고, 독자들은 ‘꽃시’를 사랑한다.   김명인의 「꽃들」은 어떤 새로움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자. 첫째, 표현기법을 살펴보자. 1행 ‘낮잠에서 깨니 머리맡에 꽃소식이 당도해 있다 ’ 부분을 주목하여 보자. 피동형 표현기법이 감각적이며 젊고 신선하다.   둘째, 구조를 살펴보자. ‘꽃 이미지’를 상상력을 확장하여 < 낮잠- 개화- 꽃소식- 화염- 낙화(버림받은 사랑)- 환(幻) >이라는 ‘시 구조’를 전개한다. ‘꽃’이라는 사물을 인간의 ‘사랑’으로 치환하였다.   셋째, 사유와 철학, 직관을 살펴보자. 꽃을 환(幻)으로 해석하였다. 젊은 시절 불타는 ‘화염의 사랑’을 ‘다비식’으로 은유하고 있다. 오랜 직관과 사유로 얻은 철학이다.   넷째, 현재진행형 시 구조에 주목하여 보자. ‘혼곤한 신생의 새봄 안간힘으로 울뚝하다/ 오늘은 오늘 꽃, 수만 송이로 허무는 탑/ 버림받을 사랑이니 돌보라고/ 이 환(幻), 나에게 흘려보내는 건 아니겠지?’(12-15행) 부분이다. 대화와 질문 형식의 사실적 표현은 진정성을 갖는다. 시인과 시적화자의 사랑에 대하여 독자들은 궁금증을 갖게 된다. 시가 작가의 무의식의 발현이라면 시인의 사랑은 진행형이다.     15행의 짧은 시가 갖고 있는 확장된 공간이 넓다. 감각적 표현기법과 미의식. 철학과 사유. 진정성까지. ‘사랑은 환(幻)이다’라는 깨달음에 젖어― 뿌리는 줄기를 그리워하고, 꽃은 나뭇잎을 그리워한다. 나무테처럼, 반지의 둥근 원처럼. 어렵거나 재주를 부리지 않은 단어와 문장. 지하철에서 만나 하루 종일 가슴에 담고 싶은 시. 생각과 사념에 젖어 지혜를 얻는 시. 사람들이 사랑하는 시. 그 넓은 시 공간과 만난다.  
564    두꺼비 육아법 ​ ​​​ / 김 석 환 댓글:  조회:736  추천:0  2018-12-25
두꺼비 육아법 ​ ​​​     김 석 환 ​    1.   두꺼비 중에는 돌연변이 암컷 두꺼비가 있다는데 물 속에 알을 낳아 두면 천적들에게 먹힐 까 봐 제 배 안에 품고 있다가 부화기가 가까워지면 구렁이 굴을 찾아가서 스스로 잡혀 먹혀 구렁이 몸 속 무덤으로 들어간다. 부화된 두꺼비 새끼들은 구렁이 배 속 요람에서 죽은 제 어미 몸은 물론 고단백질 구렁이 몸을 먹고 자라다가 구렁이가 껍질만 남으면 드디어 세상으로 나온다.     2.   남은 생보다 더 무거운 짐을 실은 리어카 구렁이처럼 구불구불 휘어진 가파른 골목길 끝 고물상으로 들어간다   -요 며칠 새엔 너무 짐을 많이 실어 타이어 터지겠슈 -내일 모레가 장가 못 간 막내아들 생일인디 ...미역 한 꼭지 쇠고기 한 근 값... 채울라고 꼭두새벽부터 나와 뒤지다 보니 ...   일찍 뜬 별 하나 두꺼비 걸음새로 노파의 발자국을 헤아리다 은빛 다림줄을 내린다   어느 이교도들의 사원 돔형 지붕 같이 둥글게 휜 노파의 등 한가운데 추를 맞추려 초롱초롱 눈을 닦으며         김석환의『두꺼비 육아법』은 이야기 구조의 ‘옴니버스 소설 기법’의 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뱀에게 자신의 몸을 투척하여 새끼가 파먹게 하여 살리는 어미 두꺼비의 ‘살신성인’의 정신과 파지를 줍는 노파의 생을 ‘두꺼비’의 생애에 비유하였다. 위의 시는 하이퍼시 기법과 일반시의 ‘사유’구조를 합성한 2개의 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하이퍼시의 ‘링크’와 ‘모듈’ 구조와 ‘리좀’적 ‘사유의 확장’으로 분류할 수 있다.   위의 시를 하이퍼시의 ‘링크’기능에 대입하여 살펴보자. 하이퍼시의 ‘링크’기능을 적용하여 ‘1, 2’의 두 가지 이야기를 병렬기법으로 합성하였다. 2개의 독립된 ‘이야기’들은 독립적이고 등가적이다.     또한 ‘길다’라는 이미지를 ‘길’에 비유하여 ‘인생의 길’과 ‘링크’한다. 5개로 이루어진 각 연은 각각 ‘개별적’이고 ‘독립적’이다. ‘뱀의 긴 몸-구불구불 휘어진 가파른 골목길-두꺼비 걸음새의 별- 노파의 발자국-은빛 다림줄-돔형 지붕-노파의 휘어진 등- 추’ 등 ‘길 이미지’로 ‘링크’된다.     또한 ‘구렁이’를 중심어로 ‘둥글다’는 중심 이미지를 갖고 있다. ‘둥글다- 뱀의 길고 둥근 몸- 돔형 이교도 사원- 할머니 등’은 서로 이미지가 ‘링크’된다.     ‘링크’ 기능은 하이퍼시의 ‘모듈’구조를 적용할 수 있다. ‘모듈’기능은 각각의 독립된 다른 이야기의 합성이기 때문이다.     또한 위의 시에서 보여주는 스토리와 이미지의 복잡하고 다양한 ‘확장성’은 하이퍼시의 ‘리좀’ 구조의 확장성으로 분석이 가능하다.     위의 시는 하이퍼성을 배제하더라도 스토리의 ‘다양성’과 사유의 ‘확장성’이라는 매력과 깊이를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매력적인 시의 정의는 길어도 설명적이지 않다. 스토리는 압축된 소설구조를 가지고 있다. 진부하지 않고, 반전과 역설이 있다. 사건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시키며 빨리 읽힌다. 표현은 상투적이지 않으며 신선하다. 중심어들은 어디서 들어본 단어와 이미지가 아니다. 시인이 처음으로 개발한 단어의 합성과 개성적인 문장표현을 갖고 있다. 스토리는 길어도 지루하지 않으며 탄력적이다. 특히 시는 재미있어야 한다. 좋은 시는 계속 읽고 싶고, 외우고 싶어진다는 특징을 갖는다.
563    번지 점프 / 김기덕 댓글:  조회:753  추천:0  2018-12-25
번지 점프     김기덕       추락하는 몸엔 끈이 있다 심연에 떨어졌다가도 솟구치는 용수철의 힘 부도 맞은 아버지와 낙엽 사이엔 상대성 끈이론이 작용한다 버티던 줄을 놓아버린 여자는 아파트 옥상에서 화 단으로 떨어졌고 화살들은 돌아올 수 없는 숲으로 날아갔다 놓아버림과 매달림 사이에서 열매들은 방황한다 성년의 통과의례처럼 추락하는 하루의 절벽, 꽃잎들도 비명을 지른다 줄을 매는 하늘과 줄을 푸는 땅 사이에 비처럼 금 을 긋는 유성들 별들은 날기 위해 벽을 넘어 사다리를 오른다 먹이를 움켜쥐려 급하강하는 독수리 낚시에 꿰어 요동하는 물고기 끈에 매달려 붕붕 울고 있는 요요 팽팽히 나를 잡은 끈들의 매듭은 굳게 손가락을 걸 고 있다 탯줄의 숨소리 흐르는 양수의 강물로 낙하하는 씨 앗들 끈이 풀린다           “하이퍼시란 무엇인가?” 많은 사람들에게서 질문을 받아왔다. 김기덕의 「번지 점프」는 하이퍼시론에 입각하여 쓴 대표적인 작품이다. 하이퍼시의 중심 이론은 ‘모듈’과 ‘링크’와 ‘리좀’ 구조로 대표된다.   김기덕은 ‘끈’이라는 ‘사물’을 8연으로 이루어진 시에서, 각각의 다른 연과 ‘링크’시켰다. 그러나 각 연은 개별적이며 독립적인 ‘모듈’이라는 ‘소단위’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확산적 ‘리좀’ 구조를 갖추고 있다.   김기덕이 발의한 을 주목하여 보자. 1연: 번지 점프 끈- 용수철 끈- 아버지 추락의 끈 2연: 추락의 끈- 화살의 끈 3연: 열매의 끈 4연: 청춘의 끈, 낙화의 끈 5연: 유성우 끈 6연: 사냥으로 낙하하는 독수리 끈- 낚시에 매달린 물고기 끈- 끈에 매달린 요요 7연: 인생의 끈- 손가락 끈 8연: 탯줄 끈- 탄생 끈   위의 시는 8연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간생활과 동물, 식물의 여러 극한 생존과 소멸의 상황을 각 연은 독립적으로 주장한다. 작은 ‘단위조직’인 ‘모듈’은 서로 ‘링크’하며 ‘리좀’으로 확산된다. 소단위를 모아서 전체의 끈으로 묶는 방법이다.   각 연은 소단위 ‘모듈’인 각각 다른 ‘끈 이야기’를 나열형으로 평등하게 독립적으로 배치하였다. 그러나 각 연들은 독립적이며 개별적이지만, ‘끈’이라는 중심축을 중심으로 ‘제목’과 유기적 관계를 맺고 있다. 여러 상황의 각각 다른 이미지를 나열하며, 평행적이고 독립적인 전체를 이루고 있다. ‘리좀’ 그물망으로 확산시켜, 한 초점을 향하여 집합적으로 모여 있다.   위의 시 쓰기 방법론은 하이퍼 시론에서 주장하는 을 증거하고 있다. 1연을 빼버려도 시가 구성된다. 2연을 빼도 시가 구성된다. 3연을 빼도 시가 구성된다. 각각의 연들은, 내용이 독립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이퍼시는 ‘사물’과 ‘객관화’에 초점을 맞추면서, 자칫 감성과 정서, 감동을 무시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건조한 과학적인 미의식을 배제하여 문장이 시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삶과 죽음, 생성과 소멸은 인간이 영원히 궁금해 하는 탐구의 과제다. 김기덕은 위의 시에서, 냉철한 과학적 시선으로 시를 분석적으로 제작하였지만 ‘생’과 ‘사’의 문제를 직시하며 직관적 사유로 하이퍼시의 단점을 장점으로 전환시켰다.  
562    은빛 멸치 / 우 애 자 댓글:  조회:796  추천:0  2018-12-25
은빛 멸치   우 애 자   제 속에 바다를 가둔 은빛 멸치 바다의 비린 정을 놓지 못해 몸을 안으로 구부린다   잊히지 않는 깊은 생을 끌어안고 등 굽어지고 은빛 비늘이 벗겨져도 감지 못한 눈은 푸른 바다를 향해 달리고 있다   은빛 멸치는 어두운 상자 안에서 오래도록 아픈 꿈을 꾼다 길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데 끊임없이 길을 만들었던 찬란했던 시절만큼 가슴 시린 시간,   소금기에 하얗게 굳은 멸치 아픈 그림자를 지우며 은빛 비늘로 푸른 바다를 부른다         시는 ‘반어’와 ‘역설’로 만든 ‘구조물’이다. 거기에 ‘비유’의 꽃을 매달아 독자를 구인한다. 수필보다 솔직하지 못한 시는 ‘은유’로 병풍을 치고 시인의 감정을 숨긴다. 독자들은 그 위장술을 해독하며 즐거워한다.   우애자의 시에는 반어와 역설이 있다. 부정과 긍정의 미학이 실재한다.   아래 두 그룹의 시어들을 비교하여 보자. 첫 그룹의 시어들은 ‘절망’의 단어로 구조되어 있다. 삶은 ‘멸치’나 화자인 시인에게 모두 버겁고 어두운 절망이다.       등 굽어지고 (2연 2행)    비늘이 벗겨져도 (2연 2행)    감지 못한 눈 (2연 3행)    어두운 상자 안에서 (3연 1행)    아픈 꿈 (3연 2행)    길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데 (3연 3행)    소금기에 하얗게 굳은 (4연 2행)    아픈 그림자 (4연 2행)    저 은빛의 아득함 (4연 4행)     그러나 다음 시구에서는, ‘반어와 역설’로  ‘희망’을 이야기한다.    생을 끌어안고 (2연 1행)    푸른 바다를 향해 달리고 (2연 3행)      끊임없이 길을 만들었던 (3연 4행)    찬란했던 시절(3연 5행)    아픈 그림자를 지우며 (4연 2행)    은빛 비늘로 푸른 바다를 부른다 ( 4연 3행)    내 안의 푸른바다 (5연 1행)     시인은 작은 것, 슬픈 것에 자신의 감정을 덧씌운다. 프로이드는 시인의 무의식을 읽는다. 시인은 사물의 무의식을 읽는다. 독자는 사물을 통하여 시인의 무의식을 읽는다.   먹이사슬구도에서 희생된, 멸치가 먹은 미미한 사물― 멸치 뱃속에서 소화를 기다리는 음식찌꺼기들의 무의식도 읽어낸다. 소화불량을 앓는 바다와 어부의 24시간도 읽어낸다. 그물에 걸리는 순간부터-건조되기까지.   우애자의 시에는 ‘멸치’라는, 자신이 새벽경매에서 매일 만나는 건어물에, 자신의 생을 위장하여 반어적으로 숨겨 놓았다. 멸치는 시인 자신의 인생이다. 건조되어 가는 과정에서 등이 굽고, 은빛 비늘이 벗겨지고, 눈을 감지 못하고 죽어가는 부정의 순간. 그러나 그 눈은 푸른 바다를 향하고 있다.   시인을 아는 지인들은 비유를 확장하여 그 행간에 숨은 인내와 눈물을 해독해 낼 것이다. 현대인에게 요구되는 창의성은 문제해결력이다. 우애자의 시는 배반적 감정을 긍정적으로 재결합하여 ‘문제해결’을 하고 있다. ‘첫 부정’과 ‘끝 긍정’이 조화하여 ‘승화’를 이루었다. 인내하며 용기있게 사는 것은 창의적인 일이다. 삶에서 ‘부정’을 ‘긍정’으로 바꾸는 것은 힘이다. 시창작은 창조행위다. 시인은 에너지를 소모하며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561    봄소식 / 최창순 댓글:  조회:721  추천:0  2018-12-25
봄소식                                   최창순       한겨울 밭에서   숨 쉬는 소리가 들린다     귀 기울이면   개구리의 겨울잠 자는 소리   쑥 달래 냉이 다리 뻗는 소리     그뿐이랴   땅속에 움츠린 풀씨들   봄을 기다리는 소리     자연의 소리는   시기하지도 미워하지도 않고   공생하며 살아간다     사람들 사는 세상에는   언제쯤 봄이 올까?       * 최창순 시집, 『아내와 그네』 중에서               시는 한 뿌리에서 두 개의 나뭇가지를 뻗는 신기한 나무다. 그 뿌리의 속성은 둥글다. 그 줄기의 속성도 둥글다. 자양분을 전달하기 위하여. 둥근 원통 기둥에 물과 햇빛과 맑은 공기를 품고 산다.   그러나 모든 詩의 뿌리와 줄기가 둥근 것은 아니다. 가시를 가진 시의 줄기는 더러 납작하거나 뾰족하기도 하다.   모든 나뭇가지는 뾰족하다. 詩 나뭇가지의 끝도 뾰족하다. 앞으로, 위로, 옆으로, 더 뻗어나가 더 좋은 열매를 만들기 위하여.     최창순의 시는 둥글고 부드러운 줄기를 가지고 있다. 그 시에는 ‘시기’와 ‘미움’이 없다. 위의 시와 대조하기 위하여 다른 시를 한편 소개한다. 필자가 급히 쓴 봄소식을 기다리고 있는 ‘겨울 뿌리’에 대한 시다. ‘봄 원형’의, 봄소식을 기다리는 시점은 같다. 그러나 시의 관점이 다를 때, 절망과 희망은 다른 시 이미지를 만든다.  ‘시’라는 한 뿌리에서 뻗은 다른 ‘줄기’를 비교하여 보자.      바람 불고    눈 내리고    생장점까지 얼어붙을 것 같은 추운, 겨울밤    줄기, 잎새, 온몸 추위에 버리고    ―누워있는 자리    발목만 댕강, 캄캄한 땅에 갇혀 있다      눈을 꼭 감고    귀를 막고    숨도 쉬지 않고      혼자 애타게 기다리는, 봄얼굴    어디쯤, 봄 꽃바람 불어오고 있는가?     늦가을부터 봄까지 한 계절을 숨죽이고 기다리며 시는 성장한다. 더러는 다시 몇 계절을 순환하며 기다리기도 한다. 그래도 먹을 만한 열매를 맺지 못하여 주인에게 밑동이 잘려나가기도 하고. 어떤 시작 과정과 역경을 견딘 ‘시 나무’든, 시는 희망을 주는 ‘밝은 시’와 부조리를 고발하고 ‘지성’과 ‘이성’에 호소하는 ‘어두운 시’로 나눌 수 있다. 즉 ‘슬픈 시’와 ‘아름다운 시’가 존재한다.   최창순의 시를 읽으면 행복하다. 부드럽고 감동적이며 희망적이다. 필자의 시를 읽으면 자연의 이치를 파헤쳐 근원에 대한 궁금증을 갖게 하지만 그 ‘톤’은 슬프다. 항거와 억압이 있다. 같은 내용을 이야기하지만 이렇게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다른 사유를 이끌어낸다.   ‘공생’과 공감을 이끌어내는 최창순의 ‘봄소식’은 세상에게 주는 선물이다. 독자에게 주는 행복이다. 지하철역에서 자주 만나고 싶은 시 얼굴이다.   
‹처음  이전 27 28 29 30 31 32 33 34 35 36 37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