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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8    민이의 산 댓글:  조회:1454  추천:0  2012-05-11
민이의 산 세상에선 엄마가 좋아, 엄마 있는 아이는 보배같아요.” 밤에 들으면 더욱 심란해지는 노래이다. 하지만 초인종은 민이의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음산하게 울어댔다. (아니, 오늘은 일찍 돌아오셨네. 취재가 일찍 끝나셨나?) 민이는 반신반의하며 출입문가로 달려가 투시경으로 밖을 내다보았다. 밖에는 아버지가 아니라 2층에 사는 친구 삼수가 헤벌쭉 웃으며 서있었다. (그럼 그렇게지…) 아버지는 아침에 훈춘으로 취재를 간다고하셨던것이다. 이런 날엔 의례 귀가가 열시를 넘기는 법이여서 인젠 응당 그러려니 하는 민이였다. (자식, 이 밤중에 웬 일이야?) 민이는 출입문 맞은켠 벽에 걸어놓은 시계를 흘끔 쳐다보며 건성으로 문을 열고 말했다. “임마, 이 밤중에 웬 동네돌이야? 넌 시간개념도 없니?” “히히히… 우리는 다 한 전호속의 전우가 아니냐? 그냥 한번 봐 줘라.” 삼수는 사람좋게 웃으며 끌신을 바꿔신고 민이보다 먼저 객실로 들어가며 너스레를 떨었다. “내 이럴줄 알았지. 너네 집 큰 동지가 벌써 왔을리 있나?” 삼수는 평소 아버지가 마땅치 않게 느껴질 때면 아버지를 “큰 동지”라고 부르는 습관이있었다. 민이는 그러는 삼수가 얄미워서 한소리 높였다. “임마, 큰 동지가 안 왔으면 작은 동지가 집을 지켜야지. 너까지 동네돌이를 하면 집은 어떻게 하니? 사람질 좀 해주라, 이 자식아.” “피이, 너 오늘은 잘못 맞춘거야, 오늘은 우리 집 큰 동지가 오지 않은게 아니라, 하나를 더 달구 왔다는거다.” 삼수는 쏘파에 덜렁 들어앉으며 괴상한 목소리로 신비하게 말끝을 맺었다. 그것이 이상스럽게 생각되여 민이는 삼수쪽으로 한발 다가서며 물었다. “하나를 더 달구 왔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챠~ 이번엔 진짜 죽이더라. 우리 아빠보다 아마 10살은 어릴걸…” “얌마, 점점 한다는 소리가…도대체 뭐야?” “나의 의붓엄마라 해야하는가? 아니지, 멋있는 말로 나의 준계모라구 해야지. 그것도 아니다, 우리 아빠애인이라고 해야 정확할걸…하하하하…” 주어섬기는 삼수의 목소리는 때에 맞지 않게 크게 들리고있었다. “미친놈이, 그것도 자랑이라고 떠벌이고 다니니?” 하지만 삼수는 민이가 못마땅해 하든말든 계속 말끈을 풀어헤쳤다. “다 쓸데 없는짓이야, 인젠 괜찮아, 우리 아빠, 벌써 몇번째야? 에잇, 오늘은 자리를 비켜준 값으로 50원을 벌었다. 너네 아버지가 오기전에 우리 양뤄챌(양고기뀀)이나 답새길가?” “자식, 뭐 우리 아버지도 너네 아버지하구 같은가 하니? 우리 아버진 아니야. 아니란 말이다.” 민이는 삼수에게 어깨를 으쓱해보이며 당당하게 말했다. 그러자 삼수는 모든것이 귀찮다는듯 리모컨으로 이 채널 저 채널 돌려보며 부산스럽게 지껄여댔다. “세상이 어쩌자구 이러는지… 엄마라는건 돈 벌겠다구 외국가서 헤매구… 아빠라는건 제 좋겠다구 녀자들이나 친하구… 난 뭐 하면 좋을가?” 민이는 망가져가는 삼수의 꼴을 쏘아보며 이마살을 찌프렸다. 사실 삼수에게서 이런 소리를 들은것도 한두번이 아닌지라 별로 신비할것까지는 없지만 어쩐지 삼수를 돌보지않고 늘 밖에서 돈다는 삼수의 아버지가 얄미워지고 그러는 아버지에게 반항심을 가지고 하루 새롭게 비뚤어져가는 삼수의 모습이 축은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삼수가 밉다가도 어딘가 또 통하는듯 느껴지는 모양이였다. 이만큼 민이에게도 나름대로의 아픔이 있었던것이다. 5년전 민이의 아버지는 어머니와 리혼을 결정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어린 나이라 아버지와 어머니가 어째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알수가 없었지만 눈물을 뿌리며 떠나가는 어머니를 바래면서 엉엉 소리내여 울던 정경만은 지금도 눈앞에 새롭다. 그날 그 후로 민이는 아버지와 둘이서 생활을 하고있었다. 민이의 아버지도 열여섯살 때 부모님을 다 여읜 분이라 민이는 평소에 어디로 갈 곳도 없었다. 전에 종종 다니던 외가집도 어머니가 없으니 발길이 돌려지지 않았던것이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것은 아버지가 사업의 여가에 특별히도 민이를 잘 챙겨주는것이였다. 하지만 기자사업을 하시는 민이의 아버지는 평소에 출장이 잦은편이라 저녁시간에 늦게 돌아오는것은 보통일이고 하루, 이틀 밤을 새우는것도 이젠 이상한 일이 아니였다. 이만큼 민이도 차츰 자기 집의 생활 리듬에 길들여지고있었고 그나마 평소에 자기를 위해 로심초사하시는 아버지가 계시는것이 대행으로 생각될 때가 많았다. (그래, 나도 14살인데 뭐, 다 컸지. 무서울것도 없구… 일에 바쁜 아빠만 바라볼수 없는것이 아닌가?) 민이는 가끔 이렇게 자신을 단속하며 나름대로 아버지를 돕느라 애를 쓰기도 했다. 이만큼 헴이 든 민인지라 2층에 사는 친구 삼수의 행동이 어처구니가 없을 때가 많았다. 사실 삼수의 처지는 민이보다 낫다면 낫다고도 할수있었다. 삼수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리혼한것도 아니고 그저 삼수의 어머니가 한국으로 나간지 6년철을 잡고있을뿐이였다. 그리고 삼수의 할머니가 늘 삼수네 집에 와서 집안일을 거들어주시군 했다. 그렇게라도 믿을데가 있어서인지 삼수의 아버지는 늘 밖으로 돌고 삼수는 그것이 미워서 늘 아버지와 맞서는것이였다. “임마, 여기서 이러구 있지말구 이젠 집에 가봐라!” 민이는 왼쪽 발로 삼수의 엉뎅이를 툭 차며 재촉했다. “싫어, 그 녀자, 아직 안갔을거야.” “그럼? 안 가면 너 오늘 여기서 잘거야? 그러지말고 돌아가서 아빠께 말씀드려. 이젠 잘 때가 됐다구. 벌써 아홉시가 지났잖아.” “말해서 들으면 좋지. 쳇 너도 너무 너의 아빠를 믿지 마라. 아빠들이란 다 그런거야, 늑대들이라구.” “자식, 우리 아빠가 어떻다는거야? 말끝마다 령감처럼… 우리 아빠는 세상에서 제일 점잖구, 또 제일 맘씨 곱구, 젤 열심히 살아가는 분이야.” “놀구있네... 여기서도 맘 편히 살수가 없구려. 후~ 이 피곤한 나의 령혼이여!” 삼수는 손에 쥐고있던 리모컨을 덜렁 쏘파우에 뿌려던지고 두팔을 벌려 으윽 기지개를 켰다. “그래, 갈란다. 가야지. 넌 너네 점잖구, 맘씨 곱구, 열심히 살아가는 아빠를 기다리며 바람벽이나 쳐다봐라. 오~ 불쌍한 나의 령혼이여, 구경 어디로 가야하나이까…” 민이는 노래조로 흥얼거리며 출입문가로 걸어가는 삼수의 뒤모습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임마, 곱게곱게 집에 들어가라. 밖에서 돌지말구.” “그래 알았나이다.” 소리와 함께 “탕!”하고 문닫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시 조용해진 객실에서 민이는 새삼스레 스물스물 기여오는 외로움을 만나고있었다. 어쩜 전에도 간혹 이런 기분을 느낀적이 있었던지는 모를 일이지만 오늘은 삼수의 열띤 목소리가 귀전에 맴돌아서인지 다시 뭔가를 조용히 생각해보고싶어졌다. (그래, 아버지는 참 열심히 사시는 분인거야, 그러게 해마다 선진사업자로 되여 증서를 타오는것이지. 그리구 다른 일이 없을 때는 언제나 제 시간에 집에 들어오시구. 그래, 아빠가 끓인 김치찌개는 또 얼마나 맛있다구… 김치찌개에 넣은 떡국대는 번마다 참 맞춤히 익었었지. 그래, 아빠는 나의 보호산이야. 그리구 나의 친구야, 그래… 아빠도 전에 그렇게 말씀했잖아.) 민이의 입가에는 저도몰래 환한 미소가 피여나기 시작했다. 아마도 재작년의 6월이였을것이다. 아빠는 어느날 문뜩 컴퓨터를 사들고 집에 들어오셨다. 너무도 뜻밖의 선물이라 민이가 입을 다물지못하자 아버지는 그렇게도 들뜬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셨다. “이젠 우리 민이도 컴퓨터를 만질 때가 된거야. 컴퓨터를 모르면 앞으로 사회생활을 할수가 없지. 자, 민이야, 앞으로 아빠와 컴에서 메일로 속심말을 주고받자. 알겠니?” 그날 밤 민이는 아버지와 함께 한메일에 아디를 신청하고 주소를 앉혔다. 비밀번호를 설정할 때 아버지는 서로 아는것으로 설정하자고 제기했다. 하지만 민이는 그것을 딱 잘라서 거절했다. 그러자 아버지께서 한술 먼저 뜨는것이였다. “자식, 아빠와 친구하겠다면서… 아빠것을 먼저 알려줄게. 아빠의 비밀번호는 ********번이야. 인젠 너의 걸 알려줘야지.” “안돼요. 메일이란 편지인데 그걸 어떻게 아빠께 알려드려요? 이건 분명히 은사권 침범이에요.” “뭐야, 은사권? 자식 다 컸네.” 그날 서운해하시던 아버지의 모습을 생각하면 민이는 지금도 웃음이 나왔다. 그날 그후로 아버지는 정말 민이의 메일에 어떤 내용이 오가는지를 통 묻지않고있었다. 간혹가다 요즘 어떤 불량메일이 뜬다는데 그런것은 체크하지 말고 그냥 삭제해버리라는 짤막한 조언을 줄뿐이였다. 민이는 이렇게 자기를 믿어주는 아빠가 그렇게 고마울수가 없었다. 헌데 삼수가 다녀간 오늘밤 민이는 짙어가는 외로움을 헤치고 문뜩 한가지 생각이 머리를 드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그래, 아빠는 평소 무슨 생각을 하실가? 그리구 어떤 사람들과 메일을 주고 받을가? 아빠에게는 정말 녀자친구가 없을가?) 생각할수록 커지는 궁금증을 걷잡을수 없었다. 민이는 조용히 컴퓨터앞으로 다가가 컴퓨터전원을 눌렀다. 이어 귀신에게라도 홀린듯 아빠의 메일을 헤쳐버리고 말았다. 아빠가 전에 알려주던 그 비밀번호를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있었던것이다. 민이는 후둑후둑 뛰는 가슴을 진정하며 메일을 하나하나 체크해나갔다. 3일전에 들어온 메일이였다. “사랑하는 나의 하늘이여, 오늘도 맑은 날이였나요? 어쩐지 당신의 얼굴이 보고싶어지네요…” 글을 읽는 민이의 심장은 팔딱팔딱 밖으로 튀여나올것만 같았다. (세상에 이럴수가, 이럴수가 있단 말인가!) 마우스를 쥔 손이 후둘후둘 떨려 제대로 굴릴수가 없었다. 민이는 아에 마우스를 옆에 밀어놓고 손으로 건반을 누르며 아래를 훑어내려갔다. “무지개”라는 아이디를 가진 한 녀자가 보낸 메일이였다. 분명 어른들이 말하는 련애편지였다. 민이는 두 눈을 꼭 감았다. 평소 아버지의 자애롭던 얼굴이 클로즈업 되면서 눈앞을 스쳐갔다. (아니야, 아니야!) 아무리 머리를 흔들어도 이건 사실이였다. 아빠에게도 녀자가 있는것이였다. 민이는 결김에 컴퓨터를 닫는 순서고 뭐고 다 걷어치우고 손으로 전원을 꾹 눌렀다. 그리고 씽하니 자기의 침실로 들어가 이불을 푹 눌러썼다. 목이 꺽 메여오면서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배반이란 어떤것인지를 처음으로 느껴보는 순간이였다. (나쁜 사람, 얼굴에 웃음을 띤 위선자, 거짓말쟁이…) 민이는 정말 여태껏 하늘이 무너지면 받쳐줄수 있는 기둥으로, 홍수가 터져오면 막아줄수있는 큰 산으로 느껴오던 아버지에게 이 세상에서 제일 나쁜 이름을 다 달아주고싶었다. (그래, 이젠 나 어쩌지? 아빠가 정말 계모를 데려오는걸가? 가 정말 나의 계모가 되는걸가?) 민이는 덮쳐드는 고통으로 머리를 잡아뜯었다. “세상에선 엄마가 좋아. 엄마있는 아이는 보배같아요…” 시간이 얼마나 흐렀는지 반갑지 않은 초인종이 또 청승맞은 노래소리를 내며 울려왔다. 민이는 이불을 꾹 눌러쓰고 죽은듯이 까딱 움직이지 않고있었다. 초인종소리는 한참을 더 울리다가 즘즉해지더니 이어 아버지의 자취소리가 들려왔다. “어, 우리 아들, 자는거야? 엉? 그런거야?” 술기운이 섞인 목소리와 함께 발자국소리가 침실밖에까지 왔다. 민이는 안으로 침실문을 잠그려는 생각으로 벌떡 일어섰다. 하지만 문은 벌써 아버지에 의해 열리고있었다. 민이는 아버지를 떠밀어 객실로 나가며 볼부운 소리를 했다. “또 취했어요? 정말, 아버지를 믿구 어떻게 살아요? 나, 랠 집에서 나갈래요.” “뭐? 미… 민이냐, 너…” “실망이예요. 실망! 나 아버지 아들 맞아요?” “너 오늘, 뭐 잘못 먹은거 아니야?” 너무도 뜻밖의 사태에 아버지도 잠간 갈피를 잡지못하는듯 싶었다. “그래요. 잘 못 먹었어요. 아님 왜 아버지의 그 가짜 얼굴에 속히웠겠어요? 미워요, 랠 이 집에서 나가겠어요. 아버지 맘대로 살아요.” “이 자식이 미쳤나?” 순간 아버지는 그 커쿨진 손으로 민이의 뺨을 쫙 울리부쳤다. “미워요!” 민이는 소리치며 몸을 홱 돌려 침실로 들어가 문을 잠가버렸다. 객실에서 아버지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민이야, 문열어! 문을 열란 말이다.” 민이는 손으로 두 귀를 감싸쥐고 어깨를 들먹이기 시작했다. 난생 처음 아버지에게서 맞은 뺨이 그냥 화끈거리고있었다. 그후에도 얼마간 아버지의 다급한 부름소리가 들리더니 드디여 조용해졌다. 한바탕 광기를 부리고나니 민이도 지쳤던지 소르르 굳잠에 빠졌다. 그날 밤 꿈에 민이는 꼬리가 아홉개 달린 구미호를 보았다. 이름은 “무지개”라고 하는데 하늘에서도 살고 숲속에서도 산다고 했다. 구미호는 아버지를 업고 어디론가 훨훨 날아가고있었다. “아버지, 아버지~” 민이는 손을 저으며 아버지를 쫓아가다가 “툭”하는 소리와 함께 깨여났다. 두 눈을 번쩍 떠보니 바닥에 떨어져있었다. 온몸은 땀에 흥건히 젖어있었다. 민이는 두 눈을 꼭 감고 그대로 잠간 누워있다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순간 굽혔던 다리가 펴지며 발치에 뭔가가 맞혀오는 감을 느꼈다. 민이는 놀라며 머리를 홱 돌렸다. 아빠였다. 민이가 잠든후 열쇠를 찾아서 잠겨진 침실문을 열고 들어오신 모양이였다. 아빠는 옷도 벗지 않고 이불도 덮지 않은채 잠들어있었다. 추우셨던지 힘껏 옴츠린 아빠의 몸은 생각밖으로 너무나 작아보였다. 민이의 눈앞에 비쳐진 아빠는 전에 홍수라도 막아줄수있을듯 커보이던 산이 아니였다. 녀자친구가 많은 삼수네 바람둥이아빠처럼, 홍실이의 학잡비를 마련하려고 힘들게 삼륜차를 모는 까아만 얼굴의 지쳐버린 홍실이 아빠처럼, 그리고 당뇨병으로 늘쌍 앓음자랑을 하는 병색 띤 가냘픈 철이네 아빠처럼 너무도 평범하고 또 평범한 나그네였다. 아버지는 술김에도 민이의 교복에 때가 있나를 살피셨던지 오른손에 교복바지를 꼭 쥐고있었다. 아버지의 그 초라한 모습을 보는 순간, 민이는 어쩐지 울고싶었다. 어제밤의 고깝던 생각도 얼마간 사라진듯했다. 그리고 엄마도 없이 저 가냘픈 몸으로 이 집을 꾸려가느라 힘드신 아빠를 위해 뭔가를 해드리고싶어졌다. 민이는 두 주먹을 꾹 쥐여보고는 허리를 굽혀 아버지를 안아올렸다. 아버지를 침실에 모셔다가 이불이라도 정히 덮어드리고싶어서였다. 민이는 두 팔에 힘을 넣어 천천히 아버지를 들어올리다가 왼쪽 팔에서 쏙하고 힘이 빠져서 그만 아버지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쿵”하는 소리와 함께 아버지께서 벌떡 일어나 앉으셨다. “민이야, 웬 일이냐?” “아버지…” 민이는 게면쩍게 아버지를 바라보며 말끝을 흐렸다. “참, 내가 왜 여기서 잤지?” 아버지도 뒤더수기를 긁적거리며 민이의 얼굴을 넌지시 바라보고 계셨다. “아버지, 아직도 무겁습니다.” “허허허, 그래? 자식…” 아버지께서 어설프게 웃으시며 민이의 머리를 툭 쳐주었다. 입에서는 아직도 술냄새가 간간히 풍겨오고있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목소리에는 어느새 힘이 들어가있었다. “암, 무겁지, 무겁구말구. 아버지는 산이니까. 우리 민이의 보호산이니까!” 아버지는 우줄우줄 침실을 향해 걸어가고있었다. 민이는 못박힌듯 선자리에 서서 아버지의 뒤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민이는 알겄같았다. 그랬다. 아버지는 산이 아니였다. 자기를 믿고 이 세상에 온 자기의 자식을 위해 산처럼 살려고 애쓰시는 너무도 평범한 아버지일뿐이였다   
387    진달래꽃 필 때까지 댓글:  조회:1596  추천:0  2012-05-11
미영이는  너무도  안타까와  두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하지만  여덟살내기 동생 춘봉이는 미영이의 마음을 아는지마는지 주먹으로 눈물을 씻으며 씨엉씨엉 령길을 내립니다.《춘봉아,너정말이러기야?그럼누나도아예가버리겠다.》 미영이는 내려가는 춘봉이의 뒤모습을 멀거니 바라보며 입술을 잘근잘근 씹다가 평소 춘봉이가 제일 무서워하던이 말까지 내뱉었습니다. 하지만 춘봉이는 여전히 머리도 돌리지 않고 내처 걷기만 합니다. 미영이는 그러는 춘봉이를 실망어린 눈길로 바라보다가 길섶에 있는 개암나무 그늘을 찾아앉았습니다. 생각하면 할수록 성나기만했습니다. (참, 철부지같은게, 돈이 어데 있어 놀이감나팔을 다 산담! 원,기가차서…) 미영이는 생각하며 손수건을 꽁꽁 감은 왼쪽손목을 만져보았습니다. 손목을 감은 손수건안에는 보풀이인 2원짜리 돈 한장이 들어있습니다.  오늘아침, 뒤집에 사시는 쌍가매네할머니가 돈 2원에 삶은 닭알 열알을 들고나오셔서 이렇게 말씀했습니다. 《얘들아,오늘  저수지에 가보아라.  오늘 그곳은  애들천지일게다.》 《그래,  오늘 6.1절이잖아.  누나, 우리 오늘 저수지에 놀러가자. 철호랑 영수랑도 오늘 저수지로 놀러간댔어.》 좋아  퐁퐁뛰는 춘봉이를 측은한 눈길로 지켜보며 미영이는 말없이 머리만 끄덕이였습니다.  미영이는 사실 오늘저수지유람구에  갈  생각이 없었습니다. 돈이 없는것도 원인이겠지만  그보다도  아버지어머니와 함께 즐겁게 뛰노는  제또래들을  보면 기분을 걷잡을수가 없을가봐서였습니다. 《고마아요.  할머니,  춘봉이를  데리고  저수지에  가보겠어요.》 《야―좋다.  우리도  저수지로  간다.》 춘봉이는너무도좋아손벽까지쳤습니다. 《그래, 그래야지. 애들이면  애들  다와야지.  어시들  없다구  기를  못펴서야  쓰겠니?  얼른  시걱먹고  떠나거라.》 쌍가매네할머니는  이렇게  걱정을  하시고는  돌아가셨습니다. 《누나,  우리  지금  저수지에가자.  응?  애들이  다  먼저가겠다.》 《춘봉아,  우리  약속할가?  오늘  저수지에  가서  아무것도  안사먹는다구.》 《왜?  방금  할머니  돈가져왔잖아?》 《건   남겼다가  며칠후에  간장을  사야해.  인젠  정말  돈이  나올데  없을거야.》 《참,  그럼할수  없지 뭐,  그래도  좋아.  우리  빨리가자.》 사실은 춘봉이와 이렇게 약속을 하고 저수지유람구에 왔던것입니다.  헌데  사달은 현성에서  왔다는 그 장사군의  진달래꽃나팔에서부터  생겼습니다. 연분홍진달래꽃모양으로 된 예쁜나팔이였는데《따따따…》 구성진 나팔소리까지울리는것이였습니다.  하나에  2원이였습니다.  저수지유람구에  들놀이를 온 춘봉이또래들은  아빠엄마를  졸라  하나씩  사서불었습니다. 《누나,  나팔을  한번  불어봤으면…》 춘봉이가  칭얼거리기시작했습니다. 《안돼,아침에  아무것도  안사먹는다고  했잖아?》 미영이는  가슴아픈대로  딱  잘라버렸습니다. 《나…사먹자는것도아닌데.  저  진달래꽃나팔이  얼마나  곱니?  우리  집마당에  폈던  진달래꽃처럼. 누나, 하나사줘, 응?》 《참,  너  정말  이럴줄알았더면  안오는건데…》 미영이는  얼굴을  붉히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깍쟁이.  흥,  누나,  나빠,  나빠!》 춘봉이도  덩달아  성깔을  부리며  령길을  내리기시작했던것입니다.   미영이는  춘봉이가  사라진  령길을  이윽토록지켜보았습니다.  행여나춘봉이가  《누나―》  하고 부르며 뛰여올듯싶었습니다.  하지만  한식경이나  지나도  춘봉이의  모습은  령길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미영이는  진정할수가  없었습니다. (이애가  정말  어데가버렸나?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혹시…) 불길한  생각이  뇌리를  쳤습니다.  미영이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춘봉이가  사라진  방향을  향해 잰걸음을  놓기시작했습니다. 마을어구에서입니다.  미영이는  끝내  춘봉이를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기쁨  먼저  무엇인가  가슴에  욱 치밀어오르는듯싶었습니다.  춘봉이보다  두살이나  이상인  수동이가  춘봉이의  등을  타고앉아서《쨔쨔…》 하고 소리칩니다.  그러면  춘봉이는  황소처럼《음매―음매―》하면서  엉금엉금  기여갑니다. 《춘봉아!》  미영이는  뛰여가서  두손으로  수동이를  콱  밀쳐  버리고는  춘봉이의  엉덩짝을  걷어찼습니다.  춘봉이는 앞으로  푹  엎어지며《앙―》 하고  울음보를  터쳤습니다.  그러건말건  미영이는  춘봉이의  멱살을  쥐여일구고는춘봉이의  뺨을  사정없이  한매  갈겼습니다. 《누나―》 춘봉이는  미영이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서럽게  울면서  말했습니다. 《수동이가  말했어.  날  한번  타보구야  진달래꽃나팔을  갖구놀게  하겠다구.》 《춘봉아―》 미영이는  흐느끼는  춘봉이의  어깨를  으스러지게  끌어안고  매섭게  수동이를  쏘아보았습니다.  눈에서는  불꽃이  툭툭  튀여나오는듯싶었습니다. 《가자,우리두  나팔사러  가자.》 미영이는  춘봉이의  팔을  잡아끌었습니다. 《가라,  거지같은게.》 수동이가놀려댑니다. "뭐,  우릴  거지라구?" 미영이는  춘봉이의  팔을  놓고  수동이의  머리칼을  움켜쥐고  흔들며  소리쳤습니다.  "우리가  누구때문에  이렇게  됐게?  이새끼야,  죽어봐,  죽어!" 수동이는  정말  죽는다고  고래고래  소리질렀습니다.  하지만  미영이는  직성이  풀릴 때까지  수동이를  때려준후에야  손을  뗐습니다.  저도몰래  눈물이  뚝뚝  떨어져내렸습니다.  미영이는  잘근잘근  입술을  씹으며  춘봉이의  팔을  끌고  집으로뛰여갔습니다. 철대문이  서러움에  떠는  오누이를  맞아줍니다.  미영이네  마당가의  진달래꽃나무가  두번째로  꽃이  피던  그해에  만든  철문입니다.  미영이는  문을  열고 마당에  들어서는  순간  "아버지!"  t하고  소리치며  풍덩  땅에  주저앉아  흑흑  느껴울었습니다.  "누나,  울지마.  누나가  울면  나  무서워." "춘봉아,  인제  우린  어떻게  살지?"  "누나,  울지마.  아버지가  말했잖아.  명년에  진달래꽃필 때면  엄마가  혹시  돌아올지도  모른다구."t "춘봉아!"t 미영이는  무서움에  오돌오돌  떠는  춘봉이를  품에  끌어안았습니다. 그러다가  와락  밀치며  히스테리적으로소리쳤습니다.  "거짓말,  모든게  거짓말이야.  진달래꽃필때면  돌아온다구?  아니야,  아니야!  다  우릴속이는거야!"t 미영이는  벌떡  일어서더니  진달래꽃나무를  뽑으려고  와락와락   힘을 씁니다. "누나야,  뽑지마.  진달래꽃나무를  뽑으면  엄마가  어떻게  오니?  응?  누나야"  춘봉이는  미영이의  두다리를  부여잡고  애처롭게  소리칩니다. "춘봉아" 미영이는  다시  풍덩  땅에  주저앉아  춘봉이를  끌어안았습니다.  눈물이  줄끊어진  구슬처럼  주르륵  굴러떨어집니다. "누나야,  우리  진달래꽃나무를  다시  심자,응?" 춘봉이는  무서움이  꼴똑  찬 두눈으로  미영이를  올려다보며  애원합니다.  미영이는  천천히  눈길을  돌려  뽑혀진  진달래꽃나무를  바라봅니다. 미영이의  눈앞에는  지난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납니다. 미영이네가  뒤동산에서  진달래꽃나무를   파다  마당에  옮긴것은  4년전이였습니다. 그해  2년간  한국에  로무를  나가셨던  수동의  아버지가  돌아오셨습니다.  마을사람들은  수동의  아버지가  무슨  돈벌이구멍수라도  가지고왔나해서  줄을쳐  수동이네  집을  찾았습니다. 처녀때  문학을  한답시고  미친듯이  글씨름을  해오던  미영의  어머니도  파멸된  문학가의  꿈을  부유한  생활로나마  미봉하려는  심사에서였던지  과분할  정도로  수동의  아버지를  찾아다녔습니다.  아니나다를가  수동의아버지는  미영의  어머니에게  묘한  돈벌이구멍수를  대주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미영의  아버지와  가짜리혼을  하고  한국사람과  위장결혼을  하는것이였습니다. 미영의  아버지는  미영의  어머니의  성화에  못이겨  끝내가짜리혼에  동의하고말았습니다.  미영의  어머니는  수동의  아버지에게  수속비로 돈 만원을 주고는 그의 연줄로  나이  많은  한국남자를  만났습니다. 그런대로  수속은  끝났습니다.  미영의  어머니는  한국으로  떠나기  며칠전  미영이와  춘봉이를  앞세우고  미영의  아버지와  함께  뒤동산에  올랐습니다.  진달래꽃나무를  파서  마당에  옮긴다는것이였습니다.  이듬해  진달래꽃이 필 때면  한국에서  딸라를  부쳐보낸다는것이였습니다.  이렇게  진달래꽃 피기를  5년을  거듭하면  미영의  아버지도   미영이네 오누이도 한국에 데려간다는것이였습니다.  그해  미영이는  열한살,  춘봉이는  네살이였습니다.  과연이듬해봄,  진달래꽃이  피는  계절에  미영의  어머니는  한국에서  딸라를  부쳐보냈습니다.  평생  시골에서조용히  살아오던  미영의  아버지는  처음으로  외국돈을  손에  들고  기뻐서  어쩔바를  몰라했습니다. 이듬해,진달래꽃이  피는  계절에  미영의  어머니는  또 딸라뭉치를  보내왔습니다.  그해  미영이네는  원래의  초가집을허물고  그  자리에  덩실한  기와집을  지었습니다.  그리고  벽돌로  담을  쌓고  철문까지  해달았습니다. 하지만  얼마후에  날아온  소식은  미영의  아버지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미영의  어머니가  한국에서  아기를  낳고  정식으로  살림을  꾸렸다는것입니다.  순박하던  미영의  아버지는  그런  타격을  받아당할수  없었습니다.  미영의  아버지는  완전히  타락해버렸습니다.  술만마시면  "진달래꽃필  때까지,  허허허...진달래꽃필 때까지"  하고  너털웃음을  하고  다녔습니다. 네번째로  진달래꽃이  피던  올해  봄,  미영의  아버지는  미영의  어머니가  한국에서  보내온  돈을  도박과  술놀이에  다  처넣고도  모자라  많은  빚을  남긴채  뇌출혈로  돌아가셨습니다.  운명을  하던  그날까지도  미영의아버지는  "진달래꽃 필 때가지,  춘봉아,  명년에  진달래꽃 필 때까지기다려봐라.  혹시  너 에미  돌아올런지"  하고 중얼거리다가  눈을  감았습니다.   "누나야,  우리  진달래꽃나무를 다시 심자.  명년에  진달래꽃 필 때면  어머니가  혹시  오실런지아니?" 춘봉이는  다시  한번  미영의  옷자락을  흔들어봅니다.  미영이는  와뜰  놀라서  춘봉이에게  눈길을  돌렸습니다.  기대어린  동생의  눈길이 맞혀옵니다.  미영이는  말없이  일어섰습니다.  춘봉이도  따라서  일어납니다. "춘봉아,  우리  함께  진달래꽃나무를  다시  심자." "좋아,  엄마가  오는  진달래꽃나무,  어서  다시  심어야지." 춘봉이는  입가에  상긋  웃음꽃을  피웁니다. "아니야,  춘봉아,  엄마가  오는  진달래꽃나무가  아니구,  춘봉이와  누나의  나무,  우리의  나무를  심는거야!"t미영이는  그  어떤  결심을  내리는듯  또박또박  힘주어  말합니다.  "우리의  나무라구?" 춘봉이는  모르겠다는듯  까아만  눈만  깜빡입니다. "그래,  춘봉이랑  누나랑  이  나무를  곱게   심고서  진달래꽃 필 때까지  억세게  사는거야!  그렇게  십년이고 이십년이고  춘봉이랑  누나랑  함께  사는거야!" 춘봉이는  누나의  말뜻을  알아듣기나했는지  그저  힘있게  머리만  끄덕입니다.   오누이는  정성들여  진달래꽃나무를  심어갑니다     
386    정말 싫다 댓글:  조회:1521  추천:0  2012-05-11
정말 싫다 2004년 6월 1일, 밤 9시 15분. 정말 싫다. 영수랑 철호랑 수영이랑에게는 오늘이 좋은 날일수있겠지만 나는 오늘이 정말 싫다. 믿던 사람에게 속히워 본 사람만이 이 시각 이 심정을 리해할수 있을것이다. 아빠께서는 한주일전부터 나에게 “6.1”절날 나와 함께 공원에 가서 그럴사한 명절을 쇠주겠다고 장담하셨다. 이 말을 듣고 나는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른다. 이튿날 나는 학교에 가서 영수랑 철호랑 수영이랑을 보고 큰 소리를 뻥뻥 쳤다. “6.1절날, 우리 아빠 날 데리고 공원놀이 간댔어, 타고싶은건 다 태워준댔어.” 영수랑 철호랑 수영이랑은 나의 말을 듣고 참 부러워도 했다. 사실 그애들은 비록 아빠, 엄마와 함께 산다지만 가정생활이 풍족하지 못해서 늘 하고싶은 일을 맘대로 하지 못한다. 근데 우리 아빠는 해마다 날 데리고 공원에 가서 타고싶은 놀이감을 맘대로 타게 하니 나를 부러워하는 그 애들의 맘을 알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고무풍선도 너무 커지면 터지는 법, 나의 꽃같던 꿈도 오늘 아침 보기 좋게 탁 터져버리고 말았다. 아빠께서 오늘 “우에서” 온 손님을 접대하고 새벽 3시에야 집에 돌아왔던것이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공원에 가자고 졸랐더니 아빠는 눈도 뜨지 않고 말씀하셨다. “바지호주머니에 돈이있다. 너절로 가지구 가서 놀아라!” 나는 아빠의 호주머니에서 돈 30원을 꺼내가지고 밖으로 나왔다. 아빠엄마와 히히닥닥거리는 놈들이 보기 싫어서 공원에는 가지 않고 난생 처음으로 PC방에 갔다. PC방에는 내 또래의 애들이 참 많았다. 아마 나처럼 아빠나 엄마께 속히운 애들이 엄청 많은가 보다… 2005년 6월 1일, 밤 10시 20분. 정말 싫다. 요즘은 아빠가 정말 싫다. 밤 열시를 넘겨 집에 올 때가 점점 더 많아지니 말이다. 맨날 우에서 손님이 와 접대를 하느라 늦는다고 말씀하신다. “우에서”란 어떤 곳인지? “우에서”온 손님들은 어떻게 생겼는지? 아마도 “우에서” 온 손님들은 가정도 없는 모양이다. “우에서” 온 손님들 때문에 올해 “6.1절”도 나 혼자 아빠의 바지호주머니에서 돈 50원을 꺼내가지고 PC방으로 갔다. 작년 “6.1절”에 첨으로 PC방에 들어설 때는 가슴이 떨렸는데 그새 나도 pc방에 습관이 됐는지 인젠 그 곳이 아니면 마음을 둘 곳이 없을것 같다… “그래도 속이겠다구요? 이 연길판에 소문이 자자해요.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구요. 그래도 발뺌이에요?” 어머니의 앙칼진 목소리가 객실을 지나 빈이의 침실을 뚫고 들어왔다. 빈이는 읽어내려가던 일기책을 활 던져버리고 이불을 뒤집어 썼다. “발뺌이라니? 당신 없는 5년사이, 내가 어떻게 살았는데? 빈이를 위해서 내가 어떤 고생을 하며 살았는데?” “빈이를 위해서라구요? 그 말 한번 아름답네. 흥, 빈이를 위하는 사람이 이런 짓을 할수가 있어요?” 엄마의 목소리가 뒤집어 쓴 이불귀를 지나 빈이의 귀를 어지럽게도 괴롭혔다. 빈이는 입술을 꽉 깨물고 두눈을 지긋이 감았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벌써 두달째 지구전을 하고있다. 인젠 듣기만 해도 신물이 나는 일이다. 빈이는 이불을 밀어내치며 벌떡 일어섰다. (뭐, 나를 위해서라구? 내가 없으면 저들이 어떻게 살건데?) 빈이는 오른발로 문을 걷어차며 객실로 나갔다. 문을 걷어차는 소리가 아버지와 어머니의 침실을 습격했던지 침실문이 열리며 어머니의 놀란듯한 얼굴이 나타났다. “빈이야, 너 웬 일이냐? 어디 아프니?” 어머니는 큰 일이나 생긴것처럼 쫑드르르 객실로 나와 빈이의 손을 부여잡았다. 빈이는 그러는 어머니가 싫어서 어머니의 손을 뿌리치며 소리질렀다. “그래요, 아파요. 아파서 죽겠어요. 죽겠다구요.” “빈이야, 에이구 내 아들아, 어디가 아픈데?” 파르르 떨리기까지 하는 어머니의 목소리는 빈이에게 말못할 거부감까지 안겨주었다. “어디가 아픈가구요? 알려줄가요? 마음이 아파요, 가슴이 아프다구요. 엄마에겐 마음이 있나요? 가슴이 있는가구요?” 빈이의 말에 어머니는 잠간 멍해있다가 손으로 빈이의 어깨를 툭 치며 곱게 눈을 흘겼다. “얘는 무슨 엉뚱한 소리를 하니? 몇년 보지 못했더니 영~ 엉뚱해졌네! 자자, 아침 먹구 우리 공원 가야지. 소학교에서의 마지막 인데 엄마랑 같이 가서 재미나게 놀아야지. 오늘 한 500원 메쳐볼가? 호호호호…” 맘껏 돈 쓸 일을 생각하니 웃음부터 나오는지 어머니는 아버지와 다툴 때와는 달리 제법 호들갑스레 웃어제꼈다. 빈이에게는 그러는 어머니가 점점 더 생소하게 느껴졌다. “됐어요. 엄마랑, 아빠랑 함께 가서 한 5만원 메쳐보세요. 저 오늘 할 일이 많거든요.” 빈이는 어머니와 더 싱갱이질 하기 싫어서 다시 자기의 침실로 들어갔다. 침실바닥에 펼쳐져있는 아까 보다 만 일기책이 눈에 안겨들었다. 빈이는 허리를 굽혀 다시 일기책을 주어들었다. 일기책에 담겨진 지난 일들이 눈앞을 스치면서 빈이는 또다시 가슴이 뭉클해졌다. 일기책에는 어머니가 떠난후의 5년간에 있었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담겨져있었던것이다… 어머니가 떠나던 해, 빈이는 아홉살이였다. 아홉살의 하늘은 그야말로 외로움의 그 자체였다. 아빠엄마사이에 눕겠다고 설치다가 아빠께 꿀밤을 먹던 일까지도 그리워 몸살이 날 지경이였다. 그래서 아버지를 졸라 큼직한 인형을 사서 안고 자보았고 외로움이 지나칠 때엔 슬그머니 아버지의 밋밋한 젖가슴에 손을 얹어보기도 했다. 그때면 아버지도 외로움에 떠는 빈이가 안스러워서인지 커쿨진 팔뚝으로 빈이를 꼬옥 안아주었다. 하지만 모든것은 어머니의 품을 대신할수가 없었다. 빈이는 그같은 외로움속에서 차츰 웃음을 잃어갔고 그의 여린 가슴에는 야금야금 얼음이 얼기시작했다. 얼음이란 참 이상한 물건임에 틀림이 없다. 첨엔 그냥 누군가가 살짝 다쳐도 부서지고 금이 가더니 차츰 두터워질수록 누가 다치는것도 발로 짓밟는것도 두렵지가 않았다. 오히려 누가 건드리지 않으면 따돌림을 당하는것 같아서 불안하기까지 했다. 빈이는 차츰 누군가가 자기를 다쳐주고 밟아주기를 기다리는듯한 자신을 발견했다. 하여 학교에 가서도 방법을 다 해서 누군가가 자신을 발견해주기를 바랐고 얼음속에 감춰두었던 무언가를 자기만의 일기책에 끄적거려보기도 했다. 세월이 류수라더니 과연 시간은 쉬지 않고 멀리도 흘러갔다. 돌아올것 같지 않던 빈이의 어머니도 5년이라는 세월을 용케 견뎌내고 지난 4월에 돌아왔다. 그날 빈이는 아버지와 함께 공항으로 어머니의 마중을 나갔었다. 이제나저제나 어머니를 기다리며 빈이는 나름대로 많은 생각을 굴려보았다. (어머니를 만나면 과연 내가 눈물을 흘릴가?) 빈이도 갈피를 잡을수 없었다. 흘러간 5년간의 그리움을 생각하면 눈물이 날것 같다가도 또 흘러간 5년간의 외로움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오지 않을것 같기도 했다. 빈이는 또 어머니의 얼굴을 그려보았다. 연길역에서 기차를 타고 심양공항으로 비행기를 타러 떠나던 어머니의 얼굴에는 가무스름한 주근깨들이 옹기종기 박혀있었던듯싶었다. 그리고 항상 근심에 싸여있던 얼굴에 눈까풀은 외까풀이였던것 같았다. 외할머니의 말씀에 의하면 어머니는 한국에서 참 고생을 많이도 하셨다고 한다. 첨에는 식당에서 사발을 부셨고 후에는 치매가 온 어느 집 할머니의 병간호를 하며 구박도 엄청 받으셨다고 한다. 빈이는 5년간 어머니께서 흘린 눈물을 합치면 도람통으로 다섯개는 될거라며 락루하시던 외할머니를 본적도 있다. (아마 어머니를 보고 내가 꼭 울거야. 그렇게 고생을 하셨으니 엄마의 신체가 얼마나 못쓰게 되셨을가? 주근깨는 아마 갈 때보다 더 많이 났을테지…) 빈이는 가슴이 쓰려나기 시작했다. 사실 지난 5년간 그 시각처럼 어머니를 진심으로 그려보기는 처음이였다. 어머니에 대한 죄스러운 마음도 갈마들었다. 그리고 어머니께 고마운 마음도 새록새록 생겨났다. 사실 그랬다. 겨울이면 입김이 모락모락 피여나는 25평짜리 단층집에 세를 들어 살다가 빈이에게는 이 고생을 물려줄수 없다면서 단연히 다니던 공장에서 이름을 긁어버리고 한국행을 결심했던 어머니였다. 그새 돈도 많이 부쳐와 100평방도 넘는 객실이 두개 달린 아빠트에 장식까지 그럴듯하게 해놓고 이사를 하게 되였다. 어머니의 희생이 아버지의 출세길을 열어놓았던지 어머니께서 보내온 돈으로 아빠트를 사던 그 해에 보통직원으로 일하시던 아버지가 과장으로 승진을 하셨다. 그해부터 아버지는 “우에서” 오는 손님들을 접대하는 일이 많아졌고 밖에서 밤을 새우는 일도 잦아졌다. 그리고 어머니의 전화를 받으면서 자주 다투기도 했다. 참츰 어머니께서 보내오는 돈 찾으러 가는 일도 뜸해지더니 지난해 부터는 아예 없는 일로 되여버렸다. 5년이란 참 긴 시간인가 보다. 빈이도 변했고 아버지도 변했다. 하지만 빈이는 연길역을 떠나갈 때 얼굴에 주근깨가 가무스름하게 났던 외까풀눈의 어머니만은 그대로 있을것 같은 생각이 갈마들었다. 순간 빈이는 눈물이 왈칵 쏟아져내리는것을 걷잡을수 없었다. 빈이는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게 머리를 숙였다. 그리고 주먹으로 눈물을 닦으며 자기에게 어머니가 이처럼 큰 존재였음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럴거야. 어머니를 만나면 눈물이 엄청 날거야. 쳇, 그래도 참아야지. 사내가 돼 가지구 눈물을 어떻게, 내가 울면 어머니는 더 가슴 아파할거야. 그래, 참아야지. 꼭 참는거야!) “나온다, 나와! 저기~, 빈이 에미 옳구나!” 외할머니의 목소리가 빈이의 사색을 깨뜨렸다. 빈이는 발돋음을 해가며 외할머니께서 가리키는 곳에 눈길을 날렸다. 선글라스를 끼고 빨간 웃옷을 화려하게 차려입은 귀부인이 커다란 려행용가방을 끌며 한들한들 걸어나오고있었다. 외할머니께서는 분명 “빈이 에미”라며 흥분을 하고 계셨지만 빈이는 좀처럼 그 녀인에게서 어머니의 옛 모습을 찾을수 없었다. 빈이는 빈이대로 빨간옷의 귀부인으로부터 눈길을 돌려 다른 곳을 둘러보았다. 그새 빨간옷은 검문소를 지나 어느새 외할머니의 손을 잡았다. “엄마, 아이고 우리 엄마, 이렇게 늙으셨네요. 이미지가 이게 뭐예요. 래일 나가서 스타일을 확 봐꿔드려야겠네요.” 빨간옷은 외할머니의 손을 잡고 호들갑을 떨다가 아예 외할머니의 목을 끌어안고 콜짝이기 시작했다. 빈이는 그러는 빨간옷을 바라보며 누구에겐가 뒤통수를 한대 얻어맞는듯한 감이 들었다. 그러건 말건 빨간옷은 외할머니의 목에서 손을 풀더니 목청을 한옥타브 높이며 빈이에게로 다가왔다. “아니아니, 이 애가 우리 빈이라구요? 아이고, 엄마키를 넘어섰네. 빈이야~” 빈이는 빨간옷이 쓸어질듯 자기에게로 덮쳐오는것을 한쪽으로 피해버렸다. 그날 저녁, 빈이네는 백산호텔 서울관에서 환영만회를 열었다. 친가집 와가집 해서 30여명이 3상을 차려서 풍성하게 한 때를 즐겼다. 그날 밤, 빈이는 누군가 소리지르는 바람에 놀라 깨여났다. “말해봐요. 그 년이 누군가, 어데서 굴러먹는 녀인가구요?” 정신을 추스리고 귀를 귀울여보니 분명 어머니의 목소리였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났어요? 서울에서 보지 못한다고 귀까지 멀었는가 했나보죠? 지난 가을엔 그 년하구 해남도에 려행까지 갔었다면서요? 흥 어디라구! 어림도 없어요!>. 히스테리에 가까운 어머니의 목소리는 한밤의 고요를 깨며 청승스럽게도 빈이의 귀속을 파고들었다. 그날 싸움의 도화선은 아버지가 과장으로 승진을 한후부터 밖에 다른 녀자를 두었다는것이였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 칠 소리지, 누가 어데서 어떤 소리를 했게 이 야단이요? 하늘이 굽어 본단 말이요! 당신은 그래서 2년간 생활비도 보내주지 않았소? 로임을 받아 빈이를 키우며 내가 무슨 돈으로 칭푸(애인)를 둔단 말이요?” 빈이는 어지럽게 들려오는 그 소리가 불안스러워 머리끝까지 이불을 뒤집어 썼다. 하지만 불안은 얄밉게도 이불귀퉁이로 기여 들어와 빈이를 괴롭혔다. (과연 아버지가 애인을 두고 살았을가? 온 손님이 과연 아버지의 애인이였을가? 이것이 정말이라면 아빠와 엄마는 과연 어떻게 되는것일가? 아무리 아빠와 엄마라 해도 떨어져 살면 이렇게 애인이 생기는것일가? 어른들은 참…) 그날 빈이는 이상한 꿈을 꾸었다. 꿈결에 자기가 아지랑이 하늘거리는 해변가에서 정처없이 달리고있었다. 그리고 뒤에서 빠알간 수영복을 곱게 차려입은 예쁜 녀자애가 소리치며 자기를 쫓아오고있었다. 빈이는 녀자애를 뒤에 두고 달리면서 말못할 쾌감을 느끼고있었다. 이때 누군가 빈이에게 이곳이 해남도의 은사탄이라고 알려주면서 애들이 이런 곳에 왜 왔느냐고 꾸짖는것이였다. 그 바람에 빈이는 와뜰 놀라 잠에서 깨여났다. 눈을 뜨고보니 해살은 이미 창문을 두드리고있었다. 빈이는 흐리멍텅한 기분속에서도 이상한 느낌이 들면서 가슴이 불안해났다. 그리고 아래쪽이 축축해나는 감이 들었다. 빈이는 본능적으로 오른손을 팬티속에 쑥 집어넣었다. 팬티가 흥건히 젖어있었다. 손가락에 찐득찐득한것이 만져졌다. 빈이는 깜짝 놀라며 손을 뽑아 눈앞에 가져다 댔다. 처음 보는것이였다. 어쩜 물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 했다. (어디서 생겨났을가? 죽을 병에라도 걸린게 아닐가?...) 빈이는 순간 말못할 불안에 온몸을 떨었다. 빈이는 벌떡 일어나 바지를 주어입고 아버지네 침실쪽으로 달려갔다. “아버지~아버지!” 아버지네 침실문은 열려져있었다. 하지만 아버지와 어머니는 보이지 않았다. 빈이는 그 걸음에 주방으로 달려갔다. 식탁우에는 돈 50원과 메모지가 놓여져있었다. “아버지는 어제 밤에 어디로 나간것이 들어오지 않았구나. 엄마도 일이있어 먼저 나간다. 너 절로 맛있는걸 사먹구 학교에 가거라. 엄마가.” 메모를 보는 순간 빈이는 아래다리에서 힘이 쑥 빠지는 감을 느끼며 걸상에 털썩 주저앉았다… 빈이는 어쩜 어머니가 돌아온 후의 두달도 채 못되는 시간들이 엄마가 떠났던 5년간 보다 더 길어보였고 힘들어보였다. 아버지와 어머니에게는 정말 다둘 일도 많았다. 꼭 첨에는 다른 일로 다투다가도 나중에는 “빈이가 아니면은”으로 돌아갔다. (내가 아니면 저들이 어떻게 살건데? 내가 없어지면 저들이 시름이 놓이겠지?) 빈이는 일기책을 서랍에 넣고 자물쇠를 잠근후 웃옷을 들고 침실에서 나왔다. “빈이야, 어데로 가니? 엄마하구 공원으로 가야지.” 어머니는 빈이한테로 쫑드르르 달려와 옷섶을 잡았다. “됐어요. 저 갈데가 있어요.” “소학교에서의 마지막 인데 오늘 잘 쇠야지.” “언제 어머니가 을 쇠줬어요? 저 인젠 을 쇠는 어린애가 아니거든요.” “애두, 난 그래두 오늘 한 500원을 메칠 생각을 했는데…” “메쳐보세요. 돈이 많으면 맘대루 메쳐보세요.” 빈이는 신을 신으며 날카롭게 내쏘았다. 그러자 어머니의 목소리도 곱지 않게 터져나왔다. “너 정말 말이 아니구나. 엄마가 없는 새에 너 잘못 번진게 아니냐?” “네, 잘못 번졌어요. 제가 죽일 놈이예요. 됐어요?” 빈이는 몸을 삑 돌려 문을 차고 나가서는 다시 쾅하고 닫아버렸다. 이어 어머니가 문을 열고 빈이의 뒤에 대고 소리쳤다. “빈이야~ 돈을 가지고 가거라. 돈을 가지구 가~” 빈이는 어머니의 간드러진 목소리를 뒤에 남기며 잰걸음으로 층계를 내렸다. 빈이는 저도몰래 공원쪽을 바라고 발걸음을 옮겼다. 거리는 오가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엄마아빠의 손에 이끌려 희희락락 깔깔대며 걸음을 옮기는 애들이 빈이의 눈에 거슬려왔다. “싸가지들, 뭐가 좋다구 깔깔이야. 깔깔대긴…” 빈이는 속으로 누구라 없이 욕지거리를 해대다가 공원다리란간에 몸을 기대고 섰다. 어쩐지 더 이상 공원을 바라고 가고싶지 않았다. 사실 말이지 빈이로서는 정말 소학교시절의 마지막 “6.1절”을 공원에서 여느 애들처럼 맘껏 즐기고싶었다. 올해 나이14살, 이 나이로 소학교를 마감해야 하고 “6.1절”을 마감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아쉬운 점도 많았다. 그래서 지난 4월 어머니께서 돌아온다는 소식이 왔을 때 저절로 기분이 좋아진것도 사실이였다. 어쩜 올해의 “6.1절”은 아빠엄마와 함께 공원놀이를 할수있을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었던것이다. 하지만 어머니가 돌아온 후의 집은 빈이가 공원놀이를 상상할수 있을만큼 평온한 풍경이 아니였다. 빈이는 공원으로 물밀듯 흘러가는 인파를 바라보며 저절로 울적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고있었다. (도대체 뭐가 잘못되여가고있는것일가? 옛날보다 돈도 많아 살기도 좋은데 아버지하구 어머니는 왜 자꾸 싸우시는걸가? 정말 아버지와 어머니의 말대로 내가 있어서 이렇게 되는것일가?) 생각이란 참 이상한가보다. 물고가 트이니 오만가지 생각이 한곬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그래, 내가 없어져버리는거야. 내가 없어져야 아버지와 어머니가 맘대루 살수가 있는거야.) 빈이는 다리란간에 비스듬히 기대고 섰던 몸을 추스리며 주먹을 꼭 부르쥐였다. (그래, 내가 없어져 주는거야!) 빈이는 결심을 내린듯 기차역전을 바라고 씨엉씨엉 발걸음을 옮겼다. 사람들 모두가 공원으로 가서인지 대합실은 여느 때 없이 한산해 보였다. 빈이는 호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혹시나 오늘 아빠엄마와 함께 공원놀이를 갈수 있겠는지 하고 생각해서 준비해두었던 돈이 손끝에 만져져왔다. 평소에 받아두었던 소비돈을 절약한것이 젖지 않았다. (어디로 갈가?)돈은 손끝에 만져져 오지만 마땅하게 가야할 방향이 선뜻 떠오르지 않았다. (북경으로 갈가? 그 큰 도시에 내가 살 곳이 없을라구!) 북경이라면 자신이있을것 같았다. 지난해 여름방학, 학교에서 조직한 캠프 때 북경으로 가서 열흘간 명승고적을 돌아보았던것이다. (그래, 북경으로 가는거야.) 빈이는 호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들고 매표구쪽으로 다가갔다. 매표구앞에는 서너사람이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고있었다. 빈이도 사람들 뒤에 자리를 하고 섰다. 빈이의 차례가 왔을 때였다. 갑자기 머리에 노랑물감을 들인 남자애가 뛰여오더니 앞에 끼여들며 매표구에 대고 소리쳤다. “북경, 북경까지 가는 침대표가 있나요?” 순간 빈이는 그 남자애가 자기를 얕보는것 같아 진한 모멸감을 느겼다. “줄을 서, 순서를 기다려야지.”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물어보려구 그러는데 안되니?” “안된다. 자식, 어데다 대구 반말이야?” 빈이는 저도몰래 주먹을 날려 남자애의 얼굴을 들이쳤다. 순간 남자애의 코에서 뻘건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남자애도 질세라 빈이에게 덮쳐들었다. 삽시에 둘은 서로 엉켜붙어 치고 박고 무섭게 돌아갔다. 그 시각 빈이는 자기가 누구와 왜 싸우는지도 알고싶지 않았다. 그냥 누군가를 때리고 싶었고 끊임없이 쳐야만 직성이 풀릴것 같았다. 빈이는 악악 소리치며 주먹을 날렸다. 역전경찰들에게 끌려 파출소 심문실에 들어간 빈이는 어쩐지 큰 일을 치르고난 기분이였다. “자식들, 어쩌라구 그렇게 쌈질이냐? 있다가 보자.” 말을 마친 담당경찰이 어디론가 나가면서 한마디 했다. 빈이는 입술이 터져 약간 부은듯했지만 기분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빈이는 머리를 돌려 노랑머리 남자애를 바라보았다. 남자애는 머리를 푹 숙이고 앉아있었다. 얼굴에 퍼런 멍이 들고 노랑머리가 푸시시해진것이 꼭 패전병같아 보였다. 빈이는 시뚝해서 입을 열었다. “야, 노랑머리, 아프냐?” “자식, 저렇게 됐는데 안 아파?” 어느새 왔는지 담당경찰이 빈이의 옆에 서있었다. 빈이는 담담경찰의 닥달에 끝내 아버지와 어머니의 휴대폰번호를 불고말았다. 반시간쯤 지나자 어머니가 먼저 파출소에 도착했다. 해당서류에 손도장을 찍운후 어머니가 빈이를 데리고 파출소문을 나섰다. 금방 대문을 벗어나자 빈이네는 씨엉씨엉 걸어오는 아버지를 만났다. 아버지의 기분은 말이아니였다. 아버지는 빈이를 보자 바람으로 주먹을 날렸다. “웬 일이예요? 애는 왜 패요?” 어머니가 악을 쓰며 아버지에게 달려들었다. “사람질도 못할 자식! 어디 와서 쌈질이냐?” 빈이는 뜻밖에도 너무나 기분이 차분해지는 자신이 이상하리만치 놀랍게 느껴졌다. “아버지, 언제 절 관계했어요? 왜 때려요? 내가 파출소에 잡혔다니 무서워요? 낯이 깎여요?” “너 정말 말이아니구나. 어쩜 이렇게 덜 익어버렸니?” “그래요. 내가 덜 익어벼렸어요! 어쩔래요? 내가 없어져 줄게요. 그래야 아버지와 어머니가 맘대로 살수있잖아요.” “빈이야, 걸 말이라구 하니? 엄마가 누굴 위해 사는데!” 어머니는 빈이의 어깨에 몸을 맏기며 울음을 터뜨렸다. 빈이는 그러는 어머니를 밀치며 쓴 웃음을 지어버렸다. “그래요. 어머닌 누꾸 땜에 사는데요? 그리구 아버지는 또 누구 땜에 사는데요? 저 때문에 살아요? 아니죠? 그 라는 사람, 오늘 이 장면을 봤으면 재미겠네요.” “너 뭐라구? 못하는 말이 없구나.” 아버지의 주먹이 또 어쩔사이 없이 날아와 빈이의 어깨에 박혔다. 그러자 어머니가 기를 쓰고 소리쳤다. “애는 왜 잡아요? 그 애 말이 틀렸어요? 아이구~ 빈이야, 너 다 컸구나. 다 컸어! 너 앞에서 이게 무슨 망신이냐? 어시들이 돼 가지구…” 어머니는 빈이의 목을 끌어안으며 넉두리를 시작했다. 빈이는 그러는 어머니를 밀치고 몸을 돌렸다. “빈이야~ 빈이야! 너 어데로 가니? 같이 가자~>. 빈이는 어머니가 소리치건말건 앞을 향해 뛰여가다가 마주오는 택시를 잡아탔다… 2006년 6월 1일, 밤 11시 45분 정말 싫다. 소학교에서의 마지막 “6.1절”을 파출소에서 보냈다. 생각해보면 정말 명절도 싫고 어머니도 싫고 아버지도 싫고 나 자신도 싫다. 어쩜 모든게 엉망진창이 된것 같다. 낮에 파출소에 있을 때는 두려운 감이 없었는데 다시 낮에 있은 일을 생각해보니 정말 무섭다. 내가 이대로 나가다가는 정말 감옥에 가는것이 아닐가? 어머니는 낮에 나를 보고 다 컸다고 했다. 열네살! 어쩜 정말 다 큰것 같기도 하고 또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할것 같기도 하다. 영수란 놈은 참 못났다. 아직도 잘 때 엄마옆에서 잔다고 한다. 그래서 아직도 아빠께 꿀밤을 얻어먹는다고 한다. 히히히히… 낮에 서점에 가서 “사춘기의 비밀이야기”라는 책을 샀다. 시간을 내서 잘 읽어봐야겠다.  
385    나의 동생 댓글:  조회:1228  추천:0  2012-05-11
금년에 열두살나는 나의 동생 철이는 웃기를 좋아한다. 그의 입은 항상 방그레 열려져있는데 박씨같은 이발사이로는 연신 “까르르,까르르”하는 웃음소리가 흘러나온다. 보아하니 그에게는 온통 유쾌한 일밖에 없는 모양이다. 어느 여름날이였다. 철이는 어머니의 사설도 못들은척하고 집안에서 빨간 고무공을 갖고 땅볼을 쳐댔다. 탄성으로 통통 떠오르는 뽈에 철이는 정신이 싹 팔린 모양이였다. 갑자기 “찰랑”하는 소리와 함께 고무공이 물독에 날아들어갔다. 김치를 담그려고 붉은 무우를 손질하시던 어머니께서 꾸지람을 하셨다. “이놈애, 잘했다. 잘했어! 어느 때부터 그만하라고 해도 말을 안듣더니, 인젠 그 물을 몽땅 퍼던지고 새물을 한독 잣아놔라!>. 철이는 어머니께 흘끔 눈길을 주며 혀를 홀랑 내밀어 보이는것이였다. 나는 철이가 영낙없이 닭똥같은 눈물을 똑똑 떨구리라 믿었다. 그러나 잔뜩 노여워하시는 어머니앞에서도 철이는 깔깔 웃어대는것이였다. “야~ 멋지구나, 뽈이 헤염을 치는구나. 해해해… 엄마, 재밌지? 글치?” “왜, 그 입을 다물지 못할가?” 결이난 어머니는 비자루를 꺼꾸로 잡아쥐셨다. 그러자 철이는 입을 꼭 다물고 우스운 손시늉을 해보였다. 그러더니 입을 삐쭉하며 문을 열고 어데론가 달려갔다. 그가 사라진쪽에서는 연신 “깔깔깔”하는 웃음소리가 바람에 날려왔다. 어머니는 어덴가 모르게 서글픈 생각이 드셨던지 “후~”하고 긴 한숨을 내쉬였다. “애비 없는 저 애를 잘 키워 큰사람을 만들자 했더니 안되겠구나. 애가 하루새롭게 글러가니.” 어머니는 몇년전에 병으로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는 모양이였다. 나의 눈은 저도모르게 젖어들었다. 그러면서 점심에 철이가 돌아오면 단단히 혼내놓으리라 윽별렀다. 점심 때가 되자 나는 자꾸 문쪽을 내다보았다. 철이가 문을 똑 떼고 깡충 뛰여들어올것만 같아서였다. 그러나 예상외로 열두시가 되여도 철이는 집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얘가, 정말 멀리 달아나지 않았을가?) 내가 이런생각을 굴리고있는데 어머니께서 나더러 나가 철이를 찾아보라고 하셨다. 나는 옷을 주어입고 밖으로 나갔다. 철이 또래들의 집을 다 돌아보았지만 철이는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나는 철이가 어데 가서 꼭 잘못되는것 같이 생각되여 안절부절할수 없었다. 어느덧 나는 우리 마을 물땅크 있는 곳까지 갔다. 이제 길 하나만 더 넘으면 뱀들이 욱실거리는 형제봉이였다. 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웬 달구지 구으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행여나 하여 그 곳으로 뛰여갔다. 한 30여세 되여보이는 아저씨가 밀차를 밀려 오고있었다. 밀차우엔 소꼴이 실려져 있었다. 나는 그 아저씨에게 물었다. “아저씨 키가 작고 눈이 까아만 아이를 보지 못했어요?” “눈이 까아만 아이? 응, 보았다. 보았지! 방금 흙구덩이에 빠진 이 밀차를 밀어주고는 저 앞산으로 가더라.>. “네? 앞산에요? 뭘 하러 간다던가요?” “뭐, 그래. 뱀잡으러 간다고했지, 뱀잡으러.” 아저씨는 멀리 사라졌다. 나는 철이가 아무곳이나 마구 헤덤벼치다가 정말 길이가 두발이나 되는 독사에게 물리울가봐 더럭 겁이났다. 나는 정신없이 형제봉으로 뛰여갔다. 나는 손나팔을 해들고 소리쳤다. “철이야~ 철이야~” 저쪽 산에서도 나와 숨박곡질하듯 같은 소리가 울려왔다. 나는 설사 철이가 산에 있다고 해도 메아리에 홀려 길을 잃을것만 같았다. 하여 다른 방법을 대보려고 집으로 돌아왔다. 어느새 철이가 집에 왔는지 어머니의 훈계가 한창이였다. “온 오전 어데 가서 놀다왔냐?>. “산에 가서 놀았지롱~” “옷은 어데가서 이렇게 흠빡 적셨느냐?>. “시원해지라구 흙구덩이에서 씨잉~ 구을렀지롱~” “뭐야?” 어머니의 격한 목소리가 울리더니 이어 비자루를 거머쥐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집안으로 뛰여들어갔다. “엄마, 그 애를 너무 욕하지 마쇼. 그 앤 방금 흙구덩이에 빠진 어떤 아저씨의 밀차를 밀어줬씀다. 그리구 또…” “알았다. 알았으니까 그만해!>. 어머니께서 성가신듯 손사래를 했다. 나는 어머니의 성격을 잘 아는지라 그저 입을 다물고 말았다. 이윽고 어머니도 분이 사그라졌는지 대야에 물을 퍼담아가지고 웃방으로 올라갔다. 한순간이 지났다. 갑자기 어머니가 소리질렀다. “뱀, 뱀이다!>. 뱀이라는 말에 나는 웃방으로 뛰여올라갔다. 유리병속에서 살모사 한마리가 입을 짝 벌린채 혀를 날름거리고있었다. 어머니는 기겁한 나머지 와들와들 떨고있었다. 나는 그제야 철이가 아까 형제봉에 가서 잡아왔음을 알았다. 철이는 웃방에 올라오지도 않은채 정지간에서 놀란 어머니를 올려다보며 깔깔 웃어대고있었다. “너, 너 미쳤니?” “히히히… 누나, 어른들도 뱀을 무서워 하는구나.” “너 정말 점점 장난이 말이 아니구나. 어머닐 봐라. 낯색이 다 질리셨다.” “꽃분아, 그… 그 뱀을 밖에 던져라.” 어머니는 후둑후둑 뛰는 가슴을 붙안고 겁에 질려 더듬거렸다. 나는 더 생각지도 않은채 유리병을 밖에 던져버리려고 했다. 이때 동생이 소리쳤다. “누나, 뱀을 밖에 던지면 더 무섭지? 내가 처치할게.” 철이는 나의 손에서 유리병을 빼앗아들고 밖으로 나갔다. 철이는 한참만에야 손에 꽁꽁 줴긴 만두 한개를 들고 집으로 들어왔다. 얼굴에 웃음을 찰랑이며 어머니쪽으로 다가갔다. “해해해… 어머니, 성내지말구 이걸 자셔요. 아까는 미안~ 한입에 꼴깍 삼켜야 해요? 자~” 철이는 억지로 만두를 어머니의 입에 밀어넣었다. 어머니는 마지못해 대강 씹어서 꿀꺽 삼켜버렸다. 철이가 어머니를 바라보며 짝짝 손벽을 쳐댔다. “엄마, 어떴소?” “뭐가? 꼬리대가리 없이 어떠냐구?” “아직도 무섭소?” “무섭다니? 웬 소리냐?” “크크크크… 엄만 방금 뱀심장을 먹었지롱~” “뭐… 뭐라니?” 어머니는 억이막혀 웃지도 울지도 못하시고 입만 떡 벌린채 한참이나 서계셨다. 하지만 철이는 여전히 철이대로 캐드득 거리며 종알거렸다. “엄마, 돌이네 할아버지가 그러시던데 뱀의 심장은 엄마처럼 심장병이 있는 사람들께 그렇게 좋다오. 옛날에 뱀의 심장 3개를 먹구 병을 뿌리채 뽑은 사람도 있다오. 크크크, 그런데 뱀의 심장을 자실 땐 환자가 몰라야 한다오.” 맑은 웃음을 캐드득 날리며 좋아라 손벽을 쳐대는 철이를 뚫어지게 지켜보시던 어머니는 순간 철이를 와락 끌어안았다. “요, 애물단지야!” 어머니는 철이의 얼굴에 주름잡힌 얼굴을 꼭 대고 마주 비비며 손으로 연신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셨다. 잠간 지나자 어머니는 속이 개운해지는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그만 픽 웃었다. (설마 뱀의 심장을 자셔서는 아니겠지?) 철이는 어머니의 말에 좋아서 퐁퐁 뛰며 소리쳤다. “봐라, 엄마 병이 났는다. 싹 났는다.” 나는 그때 분명 어머니의 눈에서 맑은 이슬이 맺혀 반짝이는것을 보아냈다. 저녁준비를 다 하고 웃방에 올라가 보니 철이는 책상앞에 엎드려 잠이 들어있었다. 아까 형제봉에 다녀오느라 퍼그나 힘들었던 모양이였다. 나는 깨워서 저녁을 먹이려고 조용히 철이곁으로 다가갔다. 책상우에는 철이의 책들이 널려있었다. 그속에서 일기책도 눈에 뜨였다. 나는 홀린듯 일기책에 눈길을 주었다. 삐뚤삐뚤한 글씨로 적은 일기가 나의 눈에 안겨들었다. “엄마는 정말 고생한다. 오늘 낮에 홍수엄마가 그러던데 엄마는 우리가 없으면 재가라도 할수있을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엄마는 우리에게 이붓아빠의 눈치밥을 먹이지 않기 위해 청상과부로 살아간다고 했다. 엄마가 불쌍하다. 엄마를 잘 해드려야겠다. 돌이네 집에 놀러갔다가 돌이네 할아버지께서 하시는 말씀을 들었다. 심장병에 뱀심장이 으뜸이란다. 그래서 오늘 형제봉에 가서 뱀을 잡아왔다…” 글은 여기서 끊났다. 하지만 나는 일기책에서 눈길을 뗄수 없었다. 저도몰래 코끝이 시큼해나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렇듯 사랑스럽고 속이깊은 동생의 누나라는것이 무척이나 자랑스러웠다. 나는 으스러지게 철이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철이는 꿈속에서나마 어머니의 병이 완쾌된것을 보았는지 입가에 예쁜 웃음을 함뿍 먹음고있었다.   
384    조금만 댓글:  조회:2071  추천:0  2012-05-09
조금만 조금만 틈이 있어도 씨를 심고 조금만 짬이 생겨도 풀을 뽑고 조금만 볕이 들어도 곡식을 말리고 조금만 줄게 있어도 마음이 설레는 어머니, 이 땅의 어머니들 
383    내려올 때 보았네 댓글:  조회:1899  추천:0  2012-05-09
내려올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꽃을 내려갈 때 보았다고? 그렇다면 늙은 시인이여, 그대 있는 곳은 지금 어디인가? 올라가려면 산 아래에 있어야 하고 내려가려면 산 위에 있어야 하는데, 산 아래면서 산 위인 그곳은 대체 어디인가? 위면서 위 아니고 아래면서 아래 아닌 데는 위도 없고 아래도 없는 허공뿐인데… 아! 늙은 시인이여, 그대 혹시 시방 거기에서 노래하고 있는 건가? 허(虛)면서 공(空)인 그곳, 시인이라면 한 번쯤 탐내볼 만한 별유천지(別有天地)!
382    예, 그러지요. 댓글:  조회:1538  추천:0  2012-05-08
예, 그러지요. 늦게까지 잔업을 한 박반장님은 퇴근버스를 놓치고서 시내버스를 타고 퇴근을 하게 되었습니다. 막 버스에 올라 탄 뒤 차비를 내기 위해 지갑을 열어본 반장님은 갑자기 난감해졌습니다. 지갑에는 동전이 하나도 없고 만원짜리만 몇장이 있었습니다. 만원짜리를 낼 수는 없는 일이고 한참을 망설이다 마침 의자에 앉아서 창 밖을 보고 있는 한 청년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어이, 지금 내가 만원짜리 밖에 없는데 혹시 동전 있으면 500원만 빌려 줄 수 있는가?" "예, 그러지요" 청년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기다렸다는 듯이 주머니에서 500원을 꺼내 동전통에 넣는 것이었습니다. 박반장님이 안산역에서 내리는데 마침 그 청년도 안산역에서 내렸습니다. 박반장님은 급히 그 청년의 손을 잡고 말했습니다. "어이, 자내는 날 어찌 믿고 차비를 빌려 주었는가? " 청년은 그냥 씩 웃었습니다. 그날 박반장님은 사양하는 청년의 손을 이끌고 제과점에 들어가 2만원짜리 커다란 케익을 사서 청년에게 선물로 안겨주었습니다.
381    건강하게 살려면 댓글:  조회:1677  추천:0  2012-05-08
건강하게 살려면 요즘 흔한 성인병은 대부분 혈관이 상해서 생기는 병이라고 합니다. 당뇨병, 고혈압, 동맥경화, 통풍... 모두 혈관이 막혀서 생기는 병입니다. 혈관이 막히는 것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두가지가 있는데 한가지는 운동을 많이 해서 근육을 쇠퇴시키지 않는 방법입니다.근육에 탄력이 있으면 피의 흐름이 원활해 집니다. 또 한가지는 뇌를 활성화 시키는 방법 입니다. 인간의 모든 활동은 뇌의 통제를 받게 되는데 면역체의 기능 역시 뇌의명령을 받아 통제됩니다. 뇌를 활성화 시키려면 플러스 발상을 하고, 가능한 머리를 싸매고 끙끙 앓는 일은 말라는 것입니다.매사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머리를 싸매고 걱정에 빠지면 뇌내 모로핀 분비가 중단됩니다. 의학자들은 사람이 건강하고 정신관리만 제대로 한다면 120-130세 까지는 살 수 있다고 합니다.
380    일과 가정 댓글:  조회:1721  추천:0  2012-05-07
일과 가정 가정과 사회에서 동시에 만족을 누리는 사람이야말로 행복한 사람이요, 성공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게 쉬운일은 아니지요. 고도로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그 성공을 얻기 위해 가정을 희생제물로 삼습니다. 왜냐하면 가정과 일은 둘 다 많은 시간을 요구하는데 가정에서 보내야 될 시간을 빼앗아 일에 써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생각해보세요. 일은 가정생활을 풍요롭고 아름답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하는 것인데, 오히려 일 때문에 가정생활을 희생하다니요.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어느것에 우선권을 두어야 할 지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것을 봅니다. 그러나 저는 가정의 행복을 위해서 회사의 중역 자리를 포기하는 사람도 보았고,막대한 손해에도 불구하고 퇴근후 술자리 약속을 하지않는 사람도 알고 있습니다. 회사가 무너지면 가정이 버팀목이 되어주고 피난처가 되어주지만, 가정이 무너지면 회사는 참으로 냉정하게 나를 버립니다. 일을 가정까지 가지고 오지 마세요. 꼭 필요한 것 외에는 더 가지려 욕심내지 마세요. 항상 여유와 유머를 잊지 마세요. 회사의 일 때문에 가족간의 약속을 어기지 마세요. 수입이 적어지더라도 가정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세요.
379    그러나 댓글:  조회:1568  추천:0  2012-05-07
그러나 눈의 색깔을 바꿀 수는 없지만 눈빛은 바꿀 수 있다. 귀로 나쁜 소리를 듣지 않을수는 없지만 들은것은 잊어버릴 수 있다. 입의 크기는 바꿀 수 없지만 입의 모양은 미소로 바꿀 수 있다. 빨리 뛸 수는 없지만 씩씩하게 걸을 수는 있다. 목소리는 음치이지만 휘파람은 불 수 있다. 물질로 남을 도울 수는 없지만 가만히 손을 잡아 줄 수 있다. 세상을 아름답게 치장 할수는 없지만 꽃 한송이 꽂을 수는 있다. 문제를 해결 해 줄 수는 없지만 기도해 줄 수는 있다. 비록 몸음 건강하지 못하다 해도 마음만은 건강할 수 있다. 오늘은 잘못했을 지라도 그러나 내일은 잘 할 수 있다.
378    립하날 등산길 댓글:  조회:1684  추천:0  2012-05-06
오늘 아침,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아플줄 알았는데 생각밖에도 개운하다. 어제 모아산등산에서 내 몸이  이긴것이다.   토요일은  "할머니등산대"활동일이란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할머니들도 정상까지 등산을 하는줄 알았다. 하지만 사실은 호랑이님앞에서 애교스럽게 률동을 하는것으로 등산을 대신하신다. 어제가 립하란다. 여름에 들어섰다고 할머니들이 말씀하셨다. 여름? 벌써 여름? 올해는 봄이 없은것 같다. 봄은 어디에 숨어있다가  부끄러움을 타며 조용히 사라진다.  떠나가는 봄을  손 저어 바래줄 생각도 하지 못한채... 
377    면접시험 댓글:  조회:1538  추천:0  2012-05-06
면접시험 많은 사람들이 실직을 당하고 있습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여기저기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자신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익히고, 영어를 공부하고, 자격증을 취득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장을 구하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힘든 시대입니다. 어느 회사에서 사원모집 광고를 내자, 예상대로 많은 사람들이 지원을 하였고 모두들 재능이 있는 유능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좀 색다른 방법으로 사원을뽑기로 하였답니다. "당신이 우리회사에 입사를 하게 된다면 무엇을 가장 먼저 하시겠습니까?" 면접관의 질문에 응시자들은 저마다 준비한 게획들을 유창하게 말하였습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예, 저는 가장 먼저 저 문짝부터 고치겠습니다." 찬란한 사업 계획을 펼쳐 보였던(?) 사람들은 다 떨어지고, 문짝부터 고치겠다고한 사람이 합격했음은 물론입니다. 가끔 면접실 바닥에 물건을 떨어뜨려 놓고응시자가 그것을 어떻게 처리하는가를 보는 것처럼 일부러 문짝을 덜컹거리도록고장내 놓았던 것입니다. 작은일에 충실한 사람은 큰일에도 충실한 사람입니다.
376    긍정적인 사람 댓글:  조회:1515  추천:0  2012-05-06
긍정적인 사람 세조왕은 사람을 벼슬에 임명하기 전 꼭 이렇게 질문을 하였다고 합니다. "인생을 60으로 할 때 그대의 인생은 몇년이나 남았는고?" "예 10년밖에 안남았사옵니다." "예 10년이나 남았사옵니다" 물론 세조는 10년이나 남았다고 대답한 사람을 썼습니다. 미국에는 임명제 사장이 많습니다. 사장 면접시험에 응시할 때 준비해야되는 서류 가운데 하나는 유명한 고전을 읽고 쓴 레포트라고 합니다. 레포트를 분석하여이사람이 긍정적인 사고를 가졌는지 아니면 부정적인 사고를 겨졌는지 판단한다는 것이지요. 아무래도 회사를 이끌어 가는데 부정적인 사람은 적격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어려움에 닥쳤을 때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자세로 살아가는 사람의 진가는 더욱 확연히 드러납니다.
375    창작소감 한마디 댓글:  조회:1718  추천:0  2012-05-04
창작소감 한마디   며칠전에 중학교 교원으로 사업하던 은이를 오늘 아침에 시장에서 옷장사를 하는 장사군으로 만들어버렸다. 은이가 내 심기를 건드려놓은것도 아니고 은이가 스스로 나에게 그렇게 하고싶다고 제의를 해온것도 아니다. 소설을 쓰다 보니 은이는 꼭 시장에서 작은 장사를 해야 했고 “죽벌이도 못하는” 장사에 매워 얇은 돈지갑을 만져야 했던것이다. 이것이 소설이다. 응당 옷장사를 해야할 사람을 구태여 교원으로 설정하게 되면 이야기를 엮어나갈수 없고 엮는다 해도 어딘가 억지스러움이 묻어있을것이다. 인물을 있는 그대로 생동하게 묘사하는게 작가의 재간이다. 생동하다는것은 곧 인물의 성격이 생활의 론리에 맞아야 한다는것일것이다.   쓰면서 늘고 늘면서 터득하는게 소설의 기법이다. 재밌다.  
374    똥파리와 건포도 댓글:  조회:1391  추천:0  2012-05-04
똥파리와 건포도 장사가 잘 되는 식당과 장사가 잘 안되는 식당이 서로 마주보고 있었습니다. 장사가 잘되는 식당은 잘되는 이유가 있었고, 장사가 안되는 식당은 안되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하루는 장사가 안되는 식당의 주인과 종업원이 장사 잘되는 식당을 보니 심술이 나서 견딜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훼방을 놓을 목적으로 장사 잘되는 식당에 손님으로 가장하고 들어갔습니다. "사장님, 제가 똥파리 한마리를 몰래 잡아왔거든요. 요걸 음식에 살짝 집어넣고..." " 아니! 이게 뭐야! 음식에 웬 파리가 들어있어? 어이, 이봐요! 이게 뭐야! " 장사 안되는 음식점의 주인과 종업원은 일부러 큰소리로 떠들면서 난리법석을 피웠습니다. 식당안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몰려들었고 종업원이 놀라서 달려왔습니다. 그리고는 음식 그릇의 파리를 물끄러미 바라 보더니 냉큼 집어서 입안에 넣어 오물오물 삼켜버리며 "손님..이건 파리가 아니라 건포도로군요." 하면서 사라졌습니다. (아마도 주방으로 들어가 다 토해냈을겁니다) 파리를 집어넣었던 두사람은 오히려 사람들에게 챙피를 당하고 식당을 쫓겨 나왔습니다. 장사가 잘 되는 식당은 이렇듯 헌신적인 종업원이 있었고, 장사가 안되는 식당은 이렇듯 꾀만 부리는 종업원이 있었던 것입니다.
373    죽음 앞에서 댓글:  조회:1387  추천:0  2012-05-04
죽음 앞에서 한 사업가 장로님이 암진단을 받고 병원에 입원을 했습니다. 평소에 감기한번 안 걸리고 열정적으로 활동하시는 분이라 그분이 암진단을 받으리라고는 아무도 상상을 못했답니다. 교회에서도 모범적인 신앙생활을 했고, 사업체도 비교적 정직하게 운영하려고 애를 쓰셨던 분입니다. 워낙 건강하셔서 암세포가 옴 몸에 전이되어 말기가 될 때까지도 몰랐던 것이지요. 그런데 목사님과 몇몇 분이 병 문안을 갔다가 그만 봉변을 당했습니다. "왜... 내가... 왜 하필... 나, 열심히 믿었잖아. 헌금도 내가 제일 많이 했잖아... 난 죽기 싫어. 하나님이 정말 있다면 이럴 수는 없는 거야. 아유 정말 야! 목사 너 이리와 봐! 너 네가 한 말에 책임 져. 하나님이 건강하게 지켜 주실거라고 설교했잖아? 응? 그런데 이게 뭐야?" 그 장로님은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아무도 그 믿음 좋은 장로님이 그렇게 확 변할 줄을 도저히 상상도 못했답니다. 전해들은 이야기라서 사실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소크라테스가 마지막 독배를 마시고 몸이 점점 굳어가자 그의 제자들이 통곡하기 시작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마비되어가는 입으로 이렇게 말했다지요. "이 무슨 괴상한 울음소린가? 사람은 조용히 죽어야 한다는 말을들었네. 제발 조용히 참도록 하게. 그리고 크리톤, 나는 아스클레피오스에게 닭 한 마리를 빚졌네. 자네가 잊지 말고 이 빚을 내 대신 갚아주게나." 그리고 1-2분 동안은 몸을 꿈틀거렸으나 이내 잠자리에 드는 듯한 평온한 표정으로 숨을 거두었다고 합니다. 이 또한 책에서 읽은 글이라 사실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372    즐겁게 살기 댓글:  조회:1425  추천:0  2012-05-03
1.지난일을 염려하지 마세요- 지난일에 얽매여 고민하고 염려하고 후회한다고 해서 지난일을 돌이킬수는 없습니다. 다 지난 일인데 뭐...하는 마음을 가지세요. 2. 무슨일이 있더라도 화를 내지 마세요 - 화를 내면 이성을 잃게 되고 그 뒤에는 후회할 일을 저지르기 쉽습니다. 3.언제나 현재를 즐기세요 -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기 때문에 불확실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래의 일은 미래에 가서 생각하기로 하고, 우선은 오늘을 최선을 다 해 즐겁게 사세요. 매일 매일 즐겁게 사는것이 평생을 즐겁게 사는 비결 입니다. 4.사람을 미워하지 마세요 - 남을 미워하게 되면, 미움의 감정은 그사람 보다도 자신의 마음을 더욱 상하게 하고 괴롭게 합니다. 5.미래는 하나님께 맡기세요 - 보험에 가입해 놓으면 마음이 한결 놓이는 것처럼 미래를 하나님께 전적으로 맡겨버리세요.
371    양보 댓글:  조회:1707  추천:0  2012-05-03
혹 어떤이는 양보를 하면 큰일이라도 나는 줄 알고, 절대로 양보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양보하는 것을 '지는 것'으로 믿는 사람입니다.   양보를 하면 자신이 손해본다는 생각이 마음속에 가득 하기 때문입니다.   로마에는 -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는 사람은 얼마 못 가서 양보할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된다- 는 격언이 있다고 합니다. 눈앞의 이해타산에만 빠르고 양보할 줄 모르는 잔재주꾼이 되지 말라는 뜻입니다. 혼자 똑똑한 체 하면서 작은것을탐내다가는 큰것을 잃는다는 뜻이겠지요. 평생토록 길을 양보해도 백보에 지나지 않을 것이며, 평생토록 밭두렁을 양보해도 한마디를 넘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말은 소학(小學)의 한구절 입니다. 성경은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지리라고 했습니다. 중국의 노자(老子)는  스스로 부추기는자는 공을 세울 수 없고 스스로 자랑하는 자는 오래가지못한다 고 했습니다. 마음의 평화를 되찾으면서 최후의 승리자가 되려거든 우선 양보할 줄 아는 슬기로운 아량을 지녀야겠습니다.  
370    폭풍우가 내리던 그날 * 구산산 댓글:  조회:2031  추천:0  2012-05-02
 폭풍우가 내리던 그날   구산산     너무 갑작스레 사정없이 퍼부었다. 정말이지 눈 깜박할 새에 세상이 물천지가 되여버렸다. 거리를 거닐던 사람들은 비를 피하려고 정신없이 헤덤벼쳤고 차들도 나는듯이 길을 조여갔다. 잠간이라도 속도를 늦추면 모두 물에 잠겨버릴가 두려워하는것 같았다. 가로등만이 대살같은 비줄기속에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있을뿐이였다. 뿌우연 빛을 뿌려주는 가로등은 마치 다른 세계에서 껌뻑거리는 불처럼 청승스럽게 느껴졌다. 시침은 밤 8시를 약간 넘기고있었다. 금방 저녁식사를 마치고 음식점을 나가려는 손님들은 대부분 비때문에 음식점문어구에 발이 묶여있었다. 이럴 때면 택시는 사람들에게 “노아의 방주”와도 같은 존재였다. 운수가 잘 풀리지 않는 사람은 아무리 애타게 손을 흔들어도 도무지 택시를 잡을수 없었다. 물론 자가용승용차를 몰고 왔다면 택시를 세우는것과 같은 촌스러운 역을 맡지 않고 내키는대로 몰아갈수도 있을것이였다. 자가용승용차가 아니라 우산마저 가져오지 않은 사람들은 별수 없이 음식점문어구에서 비가 끊기를 기다려야 했다. 일부 사람들은 식구나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구원을 청하기도 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음식점문어구에 서서 괜히 하늘에 대고 삿대질을 했다. 하늘을 향해 아무리 주먹질을 해도 해가 될것이 없으니 해볼만한 분풀이였던것이다. 허림봉은 쏟아지는 비줄기를 보면서도 웬 일인지 기분이 잡치지 않았다. 아니, 기분이 잡친다기보다 어딘가 모르게 상쾌한 기분이 스물스물 머리속을 치고들었다. 그런 기분은 식사를 하는 내내 그의 머리속에서 배회했다. 갑작스럽게 내리는 비줄기도 허림봉의 그 기분을 씻어내지 못하고있었다. 그의 옆에는 저녁에 금방 얼굴을 익힌 전청청이 서있었다. 그리고 청청이를 림봉에게 소개해준 방선생네 부부도 함께 있었다. 저녁에 식사를 했던 그 음식점은 림봉이네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었다. 하기에 비속을 그대로 뚫고 달려서 집으로 간다 해도 내의가 젖을 념려까지는 없었다. 그렇게 가까운 거리에 있는 식당이기에 림봉이는 자가용 승용차를 몰고 오지 않았던것이다. 하지만 방선생네 부부와 청청이네 집은 그 음식점에서 비교적 멀리 떨어져있어서 차를 타지 않고는 비속을 헤쳐가기 어려울것이였다. 저녁식사를 초대한 림봉이는 방선생네 부부와 청청이를 그대로 두고 혼자 비속으로 사라질수도  없었다. 하기에 림봉이는 사정없이 내리는 비를 근심스럽게 바라보면서 청청의 옆을 지키고 섰던것이다. 도무지 택시를 잡을수 없자 방선생의 부인이 어딘가에 전화를 걸어 구원을 청했다. 얼핏 들으니 딸에게 전화를 거는것 같았다. ―그래, 차를 몰고 와 나와 아버지를 마중해라. 비가 너무 억수로 내려서 근본 택시를 잡을수 없다니까… 뭐라구? 참…무슨 일이 그렇게 급한데… 어쩌다가 한번 손을 빌자니… 우리는 나올 때 창문도 닫지 않았거든. 그래, 비줄기가 집안으로 뿌리워 들어가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빨리 오너라. 이곳에 도착하면 전화해라. 우리는 북문대교의 “즐거운 만남”이라는 음식점에 있다. 방선생의 부인은 통화를 끝낸후 방선생을 보고 두덜거렸다. ―참, 맹랑한 계집애 같으니라구. 아무리 빨라도 반시간전에는 도착할수 없다 하네요. 어디서 제 좋은 노릇을 하고있는지, 나 참 원… 안해의 원망 섞인 푸념을 들으며 방선생이 입을 열었다. ―그놈이 반시간이라고 했다니 우리는 한시간쯤 기다릴 각오를 해야겠소. 그 말에 방선생 부인은 더 실망하여 긴 한숨을 내쉬였다. 허림봉은 그러는 방선생네 부부를 어떻게 위로해드렸으면 좋을지 몰라 난처해졌다. 그는 방선생네 가정정황에 대하여 아는것이 하나도 없었던것이다. 림봉이는 어느 한차례의 연회에서 우연하게 방선생을 알게 되였다. 방선생은 림봉이가 컴퓨터회사의 경리라는 소개를 듣고 인츰 림봉이에게 잘 보이려는듯이 다가들었다. 그러면서 자기는 컴퓨터라면 맹인이나 다름이 없어 작은 문제라도 생기면 두려움부터 앞선다면서 후에 일이 있으면 림봉이를 찾겠다고 말했다. 림봉이는 얼마든지 찾으라고 사람 좋게 대답하면서도 모든 컴퓨터회사에서 컴퓨터수리를 하는줄 아는 모양이라고 어이없게 생각했다. 사실 림봉이네 컴퓨터회사는 컴퓨터수리를 하는것이 아니라 주로 집단용호들의 근거리통신망건설을 했던것이다. 하지만 림봉이는 방선생의 청을 구태여 거절하지 않았다. 림봉이는 출판사 편집이라는 방선생에 대해 어딘가 존경심까지 들었던것이다. 게다가 성근하게 도움을 청하는 그 모습에 동정심도 생겼다. 그후의 어느날, 방선생은 과연 전화로 도움을 청했다. 들어보니 매우 간단한 일 같았지만 방선생은 마치 큰 적수를 만난듯이 과장해서 말했다. 림봉은 한 직원을 방선생네 집으로 보내여 컴퓨터를 수리하게 했다. 물론 비용 같은것은 받지 않았다. 그후에도 그 같은 일이 두번 더 있었지만 림봉이는 번마다 상징적으로 약간한 부품값만 받았을뿐이였다. 그로 하여 방선생은 림봉이에게 아주 좋은 인상을 가지게 되였고 또 그를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였다. 그런 교제를 하면서 방선생은 림봉이가 독신이라는것을 알게 되였다. 마음이 후더운 방선생은 자청하여 옛 친구의 딸을 림봉이에게 소개하였다. 비에 갇혀 무작정 문어구에 서있자니 어딘가 분위기가 어색한것 같았다. 문어구에서 손님을 마중하는 아가씨도 그들에게 몇번이나 3층에 올라가 차물이나 마시면서 편히 기다리라고 했다.  3층에는 에어콘까지 있다는것이였다. 림봉이는 그것도 괜찮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전청청을 힐끔 넘겨다보았다. 청청이도 문어구에 그렇게 서있는것이 어색했던지 인차 입을 열었다. ―그래요, 여기에 무작정 서있지 말고 올라가 차나 마시자요. 차는 제가 살게요. ―아니, 내가… 내가 사야죠. 림봉이가 다투어 말했다. 방선생네 부부는 서로 얼굴을 마주하다가 창밖으로 눈길을 돌렸다. 밖에서는 여전히 대살같은 비줄기가 쭈룩쭈룩 쏟아지고있었다. 방선생네 부부는 구태여 사양하지 않고 림봉이네를 따라 3층으로 올라갔다. 3층에는 “청아차원(清雅茶苑)”이라는 간판을 건 아담한 방이 있었다. 안에는 이미 적지 않은 사람들이 앉아서 차를 홀짝이고있었다. 어쩌면 모두들 비때문에 그곳에 발을 묶인 사람들인것 같았다. 청청이는 복무원에게 단칸방이 있는가고 물었다. 복무원은 그들을 자그마한 방으로 안내하였다. 방중앙에는 마작상이 놓여져있었는데 그곳으로부터 기분을 잡치게 하는 이상한 냄새가흘러나왔다. ―우리는 마작을 놀려는게 아니니까 상을 치워주오. 차만 마시면 된다니까. 림봉이 말했다. ―에어콘도 틀어줘요. 청청이도 동을 달았다. ―알겠어요. 제가 가서 리모컨을 가져올게요. 복무원이 살짝 웃었다. 사라지는 복무원의 뒤통수에서 눈길을 돌리는 순간 림봉의 눈길이 방선생의 얼굴에 가 멎었다. 그때 방선생은 웬 일인지 이마살을 잔뜩 찌프리고있었다. 림봉이는 방선생이 아마 이런 곳으로 자주 다니지 않아 습관이 안된 모양이라고 나름대로 생각하면서 입을 열었다. ―냄새가 안 좋네요. 그럼 우리 큰 칸에 나가 앉을가요? ―그렇지, 그래. 그래도 큰 칸이 공기도 좋다니까. 방선생이 맞장구를 쳤다. ―좋아요, 큰 칸이 시원하죠. 청청이도 따라 일어섰다. 네 사람은 이리저리 살피다가 창문과 가까운 자리를 찾았다. 청청이는 자연스럽게 창턱아래쪽으로 가서 앉았다. 방선생의 부인도 맞은켠 창문아래에 앉게 되였다. 상은 기차바곤에서 볼수 있는 차탁 같은 모양이였다. 림봉이는 인츰 청청이곁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러자 청청이와 가끔 어깨를 부딪칠수도 있었다. 그들의 맞은켠에 앉은 방선생네 부부도 몸과 몸이 닿을듯 붙어앉게 되였다. 비록 청청이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앉았지만 림봉이는 웬지 식사할 때처럼 청청이와 얼굴을 마주하고 앉는것이 더 좋다고 생각되였다. 마주해야 청청이의 눈길을 보면서 대화할수 있다고 생각했던것이다. ―어떤 차를 올릴가요? 철관음, 보이, 아미모봉, 그리고 죽엽청도 있어요. 복무원이 다가와서 물었다. ―국화가 있나요? 청청이가 물었다. ―있어요. 복무원이 당연하다는듯 가볍게 대답했다. ―좋아요, 전 국화를 마시겠어요. ―선생님, 무슨 차를 마실가요? 그리고 사모님은요? 청청이의 주문에 이어 림봉이 방선생네 부부를 건너다보면서 물었다. ―뭐, 얼마나 앉아있겠다구, 자네가 알아서 청하게. 방선생이 대답했다. ―그럼 국화차 한 주전자를 가져다주시오. 잔은 네개를 가져오구요. 그리고 락화생이나 해바라기 같은것을 좀 가져오구요. 복무원은 인츰 자리를 떠났다. 사실 국화차는 차집에서 제일 값이 싸다고 할수 있었다. 그것도 네 사람이 차 한주전자를 청했으니 그렇게 부담이 갈것도 없었다. 청청은 머리를 돌려 여전히 기승스레 쏟아지는 비줄기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비소리만 들릴뿐 창문에서 흘러내리는 비물로 하여 밖이 잘 보이지 않았다. 청청이가 근심스러운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 ―참, 어쩌면 좋아요. 오늘 우리 래래가 무서울거예요. ―래래? 래래라니? 그게 누군데. 방선생 부인이 모르겠다는듯 청청이를 바라보았다. ―우리 집 애완견 말이죠. 내 귀염둥이. 그 앤 비를 젤루 무서워해요. 특히 큰비가 내릴 때면 더하죠. 그 애는 아마도 지금 침대밑에 들어가있을거예요. 그밑에서도 부들부들 떨걸요. 내가 만약 집에 있다면 집안의 모든 전등을 다 켜서 그 애 담을 키워줄것인데… 청청의 목소리에는 근심이 가득 실려있었다. ―아니, 개가 그렇게 담이 작아요? 방선생 부인이 흥미있다는듯 한마디 했다. ―그래요. 아마도 그 애는 전생에 물에 빠져죽은 강아지였을거예요. 청청의 목소리는 약간 떨리기까지 했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우리 함께 가요. 이제 예예를 보고 아가씨를 집까지 데려다주라고 할게요. 방선생 부인이 청청이를 보면서 시름을 놓으라는듯 말했다. ―아니요. 괜찮아요, 괜찮다니까요. 그 애를 보고 오늘밤에 좀 단련하라고 하죠 뭐. 하기야 그렇게 담이 작아서야 쓰겠어요? 그 애도 좀 좌절을 당해봐야죠. 청청의 말에 림봉이는 시무룩이 웃었다. 림봉이는 청청이가 그렇게 자질구레한 생활적인 이야기를 하는것이 참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집값이요, 물가요, 교통두절이요 등 해결하기 어려운 사회문제들은 들을수록 머리만 아프다고 여겼던것이다. 림봉이는 청청의 말끝을 물고 자기는 비오는 날을 좋아한다고 말하고싶었다. 특히 비 내리는 날에 집에서 드르렁드르렁 코를 골며 깊은 잠을 자고싶다고말이다. 하지만 청청이 그 말을 듣고 자기를 아무 고상한 흥취도 없는 게으름뱅이라고 생각할것 같아서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꿀꺽 삼켜버렸다. 그러면서 비오는 날 자기는 청청이처럼 무드 있는 녀인들과 차를 마시며 한담하는것을 제일 행복하게 생각한다고 말해야 할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림봉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방선생네 부부가 맞은켠에 앉아있기에 자기들만의 이야기를 하기가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선생네 부부는 어딘가 조급했던지 수시로 손목시계를 내려다보았다. 더 세차게 내리는 비는 조금도 늦추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가끔 우르릉 쾅- 하는 우뢰소리까지 반주로 곁들이고있었다. ―어쩌면 좋아요. 참, 비물이 꼭 베란다에 들어왔을거예요. 돌아가자마자 반나절은 수습해야 할거예요. 방선생 부인이 불안해서 못살겠다는듯이 손바닥을 비비며 푸념을 하다가 인츰 목표를 방선생에게로 돌렸다. ―보세요. 나올 때 제가 말하지 않았나요? 창문을 닫자고말이죠. 그런데두 당신은 창문을 열어 통풍을 시켜야 한다고 했죠. ―아침 일기예보에서는 폭우가 내린다고 말하지 않았소.. 방선생이 입속으로 우물거렸다. ―그래요, 일기예보란 왕왕 행차뒤 나발이죠. 래일이나 돼야 폭우가 온다고 할거예요. 청청은 세상일이란 원래 그렇게 감을 잡을수 없다는듯 얼굴에 가는 웃음을 띠우며 동을 달았다. 림봉이는 방선생네 부부가 진짜 베란다에 물이 들어갔을가봐 근심할수도 있고 아니면 그 시간에 밖으로 나오는데 습관이 되지 않아 불안하게 느껴져 그럴수도 있다고  나름대로 생각했다. 하기에 될수록 방선생네 부부가 흥미를 느끼는 이야기를 끄집어내여 얼마간 불안을 해소해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림봉이는 방선생네 부부를 매우 고맙게 생각하고있었다. 그들은 림봉이가 여러 모로 만족해하는 청청이를 소개시켜준분들이였다. 하지만 림봉이는 청청이가 자기를 만족하는지 알수 없었다. 아마 후에 방선생에게 부탁해서 알아봐야 될것 같았다. 림봉이는 원래 집으로 돌아간후 자기가 직접 청청이에게 메시지를 보내여 주동적으로 다음 약속을 잡아볼가도 생각했다. 그런데 하늘이 그의 심사를 알았던지 이처럼 폭우를 선물하여 그들이 다시 마주앉게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3년전에 리혼한후 림봉이는 십여명의 녀인을 만나보았다. 그속에는 누군가 정식으로 소개하여 만난 녀인도 있었고 우연하게 만난 녀인도 있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첫눈에 마음 드는 녀인은 없었다. 열에 아홉은 첫눈에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나머지 한 녀인은 근본 림봉이를 눈에 차하지 않았었다. 그중 어떤 녀인은 보자마자 반감이 생기면서 소개시켜준 사람마저 원망하고싶었다. 림봉이가 만난 한 녀인은 마치 어느 유흥업소에서 금방 달려온 아가씨처럼 단장하였다. 그리고 그녀에게서 풍기는 분위기도 그러했다. 사실 림봉이는 한 사람의 외모보다 그 자태나 분위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어떤 녀인들은 만나자마자 단도직입적으로 로임은 얼마이며 집은 몇평방인가고 꼬치꼬치 캐여물었다. 지어 한달에 딸애에게 생활비를 얼마씩 지불하며 결혼후 자기에게 경제권을 맡기겠는가고 은근히 묻기도 했다. 그런 녀인들을 대할 때마다 림봉은 요강뚜껑으로 물을 떠먹은듯한 기분이 들어서 괜히 분하고 약이 올랐었다. 한동안 림봉이는 녀인들을 만나보지 않으려고 다짐했다. 하기야 마음만 먹는다면 홀아비도 유부남대우를 얼마든지 받을수 있는 세월이였다. 돈 쓰는것만 아까와하지 않으면 무슨 일인들 할수 없단말인가?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림봉이는 안정된 생활을 하고싶은 욕망을 떨쳐버릴수 없었다. 림봉이는 늘 나이가 더 들어 기력이 모자랄 때 누군가가 옆을 지켜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떨쳐버릴수 없었다. 사실 저녁에 집에서 나올 때까지만 해도 림봉이는 큰 희망을 품지 않았다. 방선생은 청청이가 림봉이보다 한살 어릴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니 이미 35살이 되는것이다. 전에 림봉이는30살 아래의 “애숭이”들속에서 상대를 고르리라 마음 먹었었다. 때문에 35살인 청청이가 썩 마음에 내키지 않았지만 방선생이 하도 열정적으로 주선하니 면목을 세워주는 셈치고 자리에 나왔다. 하지만 청청이를 보는 순간 림봉이는 그녀에게 끌려들었다. 사실 림봉이도 적지 않은 미녀들을 만나보았지만 청청이한테는 미녀들의 그런 매력만이 아닌 그 어떤 끌림이 있었다. 그래서 림봉이는 녀인은 직접 만나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청청이는 보자마자 입이 떡 벌어지는 미녀는 아니지만 보면 볼수록 호감이 가는 그런 스타일이였다. 특히 말할 때  목소리가 인상적이였다. 몸매도 보기 좋았는데 딱히 점수를 매기면 80점은 얼마든지 줄수 있었다. 나이가 좀 많았지만 실제 보기에는 5살은 어려보였다. 청청이는 여직 결혼을 한적이 없다고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시위생감독국에 배치 받았는데 지금껏 그 자리를 지키고있었다. 림봉이는 그쯤이면 자기에게 과분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방선생의 말은 조건이 너무 좋기에 여직껏 이 사람 저 사람 저울질을 했다는것이였다. 청청이는 방선생의 그 평가가 싫지는 않았다.  ―너무 늦었어요. 이제 해결하지 않으면 정말 누구도 꺾지 않는 꽃으로 시들어버릴거예요. 그럴수야 없지요. 늙은 꽃이라도 꽃이니까요. 청청이의 말에 림봉이는 그녀가 유머감각까지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청청이가 다른 녀인들이 그처럼 중시하는 재산문제에 대하여 일언반구도 하지 않는것에 더 큰 호감을 느꼈다. 되려 청청이쪽에서 자기는 집도 있고 높지는 않지만 그래도 로임이 있어서 능히 자립할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엄마가 날마다 시집을 가라고 닥달하지 않으면 독신주의를 주장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30살전까지 나는 누구의 소개로 남자를 만나는것을 용속하다고 생각했어요. 저의 할아버지께서는 언젠가 저에게 “자식이라면 부모에게 효도하고 순종할줄 알아야 한다.”고 말씀하신적이 있어요. 순종이요? 그래요. 순종하라면 해야죠. 그 말을 들으며 림봉이는 청청이가 가정교육도 반듯하게 받았다고 생각했다. ―청청의 할아버지는 우리 출판사의 로사장이라오. 문화인이지. 그리구 청청이 아버지는 문화국 국장이구 엄마는 의사이지. 청청이는 그들의 무남독녀라우. 어릴 때부터 장중보옥으로 자랐지. 그 말을 들으며 림봉이는 누군가의 “장중보옥으로 자란 애들에게는 나쁜 습관이 있지만 나쁜 심보는 없다.”던 말이 떠올랐다. ―음력설후에만 해도 전 남자 몇을 만났댔어요. 하지만 어느 한 사람도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마음에 안드는 정도가 아니라 참으로 가소롭다고 생각되였죠. 한 사람은 정말 웃겼어요. 글쎄 혼인광고에다가 이렇게 쓴거 있죠. “잘 생기고 체격이 좋으며 나쁜 기호가 없다. 차도 없고 집도 없지만 잠재력만은 무궁무진하다.” 나는 그 남자가 매우 유모아적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만나보았죠. 세상에, 그는 말그대로 아무것도 없는 빈털터리에다가 모양마저 그가 말하는것처럼 그렇게 좋은게 아니였어요. 그 남자는 자기의 창업계획에 대하여 잔뜩 불어댔어요. 그것으로 자기의 잠재력을 과시하려는것 같았어요. 하지만 그는 지금 세상은 잠재력만 가지고 살수 없다는것을 모르는것 같았어요. 집값이며 물가는 날마다 사람들의 한계에 도전을 걸고있지 않아요? 우리가 잠재력을 발휘했을 때 물가는 또 기록을 깨뜨릴것이니까요. 림봉은 청청의 그 관점에 박수를 보냈다. 똑 부러지는 그러한 관점을 누구든지 접수할수 있을것이라고 믿었다. 림봉이는 또 자기가 비록 리혼한적은 있지만 그래도 청청이와 대상이 될수 있다고 자부했다. 첫째로 자기의 외모가 괜찮다고 생각했다. 비록 그렇게 혀를 내두를만큼 잘 생긴것은 아니지만 오관이 단정하고 사람들에게 기분 좋은 인상을 주는 그런 스타일이였다. 그리고 크지는 않지만 자기에게 속하는 회사가 있고 차가 있고 집이 있고 적다고 할수 없는 저축도 있었다. 리혼후 딸애는 전처가 부양하기로 했기에 구태여 부담될것도 없었다. 그러한 정황들은 방선생이 이미 말해주었을것이니 청청이도 어쩌면 자기에게 어느 정도 만족하리라고 림봉이는 김치국부터 마셨다. 아니라면 청청이가 자기에게 말할 때의 눈빛이나 어조가 어찌 그렇게 빛나고 상냥스러울수 있을가? 지어는 어딘가 응석을 부리는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림봉이는 청청이의 모든 행동은 꼭 마음에 있는 사람앞에서만 보여줄수 있는것이라고 나름대로 생각했다. 복무원이 국화차를 올렸다. 림봉이는 천천히 차잔을 입가에 가져갔다. 슴슴한것이 아무 맛도 없었다. 림봉이는 자기 주장대로 철관음을 주문할걸 잘못했다고 후회했다. 담배를 피우고싶었지만 림봉이는 애써 참으면서 해바라기를 깠다. 청청이도 어색한 분위기를 메우려고 그러는지 말을 많이 했다. ―저요 비에 과민이 있는것 같아요. 선생님은요? 청청이가 림봉이쪽에 머리를 돌리며 물었다. ―비에 과민이라니요? 어떻게 하시는 말씀이죠? 림봉이 모르겠다는듯 청청이를 보면서 물었다. ―저는 비물을 보기만 하면 우울증이 생긴다니까요. 비만 내리면 저도 몰래 고독감이 스물스물 기여들어 비참하게 느껴지지요. 모든 녀인들이 다 저 같을가요? 청청이가 입가에 가는 웃음을 띠우면서 말했다. ―그럴수야… 절대 그럴수 없을겁니다. 림봉이가 인츰 그루를 박았다. 그러면서 림봉이는 문뜩 전처를 떠올렸다. 전처는 견강한것이 아니라 억세다고 표현해야 할것이였다. ―저 어릴 때는 이렇지 않았어요. 되려 비오는 날에 밖에 나가 놀기를 좋아했어요. 비물에 온몸이 흠뻑 젖어 들어와도 엄마는 책망 한마디 안했어요. 애들이 비를 맞으면 키가 빨리 큰다고 엄마는 말씀했거든요. 청청이가 동화이야기를 하듯이 차분하게 말했다. ―남자애들은 다르죠. 나는 비오는 날이면 늘 못된 장난을 하기 좋아했어요. 우산을 들고 교실에 들어가서는 녀자애들 곁으로 가서 “휘익―” 하고 우산을 돌리는거죠. 그러면 녀자애들에게 비물이 튕겼고 그 애들은 죽는다고 소리를 질렀죠. 그 소리를 들으면 왜 그렇게 기분이 좋던지… 림봉이도 동화를 쓰는듯 낮은 목소리로 엮어댔다. ―그래요, 그 시절에는 학급마다 그런 악동들이 몇명씩 꼭 있었죠. ―아마 이런것을 두고 세대공감이라고 하겠죠? 아니, 세대적인 회억이라고 하는것이 더 멋질것 같아요. ―그래요, 어릴 때 그처럼 즐겁게 비속에서 뛰놀았기에 커서는 비가 싫은것 같아요. 폭우가 쏟아지고 비바람이 불어치며 하늘이 검으락푸르락하면서 나무잎이 부르르 떨 때면 나는 웬지 까닭없이 울고싶어요. 비물이 줄줄 흐르는 저 창문유리처럼 한바탕 울고싶다니깐요. ―하하하… 림봉이는 청청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한바탕 소리내여 웃었다. 하지만 속으로는 만약 청청이와 단둘이 있다면 꼭 “다음에 비가 올 때면 내가 당신에게 전화를 해줄게요. 나는 당신이 우는것을 볼수 없으니깐요.”라고 말하리라 다짐했다. 지금 그런 말을 할수 없는것이 너무 안타까왔다. 남녀사이의 서정적인 이야기를 어찌 다른 사람들앞에서 할수 있단말인가? ―나는 비 내리는 날을 대단히 좋아하거든요. 비 오는 날에 잠을 자면 깊이 잠들수 있으니까요. 그렇죠? 방선생님. 림봉이는 일부러 목소리를 한 옥타브 높이면서 방선생을 건너다보았다. ―방선생이요? 저이는 자고만 싶으면 해가 중천에 떠오르든지 폭우가 쏟아지든지 관계치 않아요. 눕기만 하면 곯아떨어지거든요. 한밤중에 큰 비가 내려 내가 일어나서 창문을 닫아도 저이는 알지 못한다니깐요. 그러다가도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비를 본것처럼 나에게 “여보 어제밤에 큰 비가 왔었다니까.” 하고 이야기한다니깐요. 방선생이 대답하기전에 방선생 부인이 먼저 말허리를 당겨다가 흥미진지하게 꼬아나갔다. ―허허허… 그렇다니까. 나는 잠만 들면 누가 들어가도 모른다니까. 방선생이 수집게 뒤더수기를 긁적거리며 말했다. ―그래요? 저는 문화인들은 모두 신경쇠약증이 있는가고 생각했어요. 저의 엄마는 깊은 잠을 자지 못해요. 청청이가 방선생의 말을 받았다. ―사람의 성격은 직업으로 판단할수 없어요. 나같은 장사군이 되려 신경이 예민할수 있다니깐요. ―아닐걸요. 선생님은 아마 눕기만 하면 드르릉- 하는 수준일걸요. ―어떻게 하시는 말씀이죠? ―느낌이죠. 난 첫눈에 선생님이 편한 사람이라는것을 알아봤어요. ―칭찬으로 들어야겠네요. 림봉이는 걸걸한 목소리로 청청이의 말을 받았다가 짐짓 엄숙한 기색을 띠우며 말했다. ―비도 그래요. 점점 파괴력이 강해지는것 같아요. 여름이면 온통 비때문에 재해를 입었다는 소식들이죠. 어제는 비행기가 제 시간에 날지 못하고 오늘은 다리가 끊어지고 또 홍수에 가옥이 무너지고 수도관이 터져 물공급이 끊겼다는 등등 얘기죠. 어쩌면 래일 신문에 또 나쁜 소식이 실릴지도 모른다니깐요. ―그래요.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우리 어릴 때의 비는 그렇게 큰 파괴력이 없은것 같은데요. 청청이가 림봉이의 말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것은 아마 지금 시대가 정보에 눈을 뜬 까닭일거요. 전에는 정보가 발달하지 못해서 내 집앞에 물이 져야 홍수인줄 알았다니까. 방선생이 “어험―” 하고 건가래를 떼면서 점잖게 한마디 했다. ―그런것도 같네요. 전 가끔 이런 생각을 해요. 하늘에서 큰 비가 내리는것은 인간세상이 너무 어지러운 까닭이라구요. 그래서 큰 비를 내려 더러운 곳들을 씻어주려는것이라구요. 청청이 신비한 웃음을 입가에 띠우며 한마디 했다. ―참 좋은 말일세. 중문전업 졸업생이 다르다니까. 방선생이 싱글벙글 웃으며 청청이를 칭찬했다. ―그러니 방선생님께서 저한테서 먹물냄새를 맡으셨다는 얘기겠네요. ―허허허… 방선생은 대답하지 않고 웃기만 했다. 림봉이는 녀인은 30살에도 “먹물냄새”를 풍기기 쉽지 않을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의 녀인들은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현실적이여서 “돈냄새”만 풍긴다는 말이 있었다. 그때 방선생의 부인은 허리를 수긋한채 가려운 곳을 긁고있었다. ―사모님, 모기에게 물리셨나요? 청청이가 물었다. ―그런것 같아요. 모기란 놈은 나를 그저 놔두지 않는구만. 정말 성가시죠. 청청이는 인츰 옆에 있는 작은 가방안에서 모기향을 꺼내 부인에게 넘겨주며 말했다. ―이것을 뿌리세요. 효과가 괜찮을거예요 방선생 부인은 모기향을 받아다 가려운 곳에 몇번 뿌리고는 청청이한테 넘겨주었다. ―사모님, 쓰세요. 저에겐 또 있어요. 청청이는 가방안에서 작은 병을 꺼내보였다. 그것은 비타민 B2이였다. ―사모님, 이걸 잡수세요. 저한테로 다니는 한 손님이 알려주던데요, 이 약을 먹으면 땀에 일종 냄새가 묻어나와 모기들이 달려들지 못한대요. ―청청이, 자네는 정말 세심하기두 하네. 이런 약까지 지니고 다니다니. 방선생 부인이 청청이를 치하했다. ―여름에 꼭 필요한 약은 지니고 다녀야죠. 하지만 저절로 돈 주고 산것은 하나도 없어요. 손님들이 알아서 가져다주거든요.  그 말을 들으면서 림봉이는 정부기관에 출근하는 그녀에게 무슨 “손님”이 그렇게 많을가고 생각을 굴려보았다. 옆에 “여름에 필요한 약”까지 가져다주는 “손님”을 두고있다면 장사를 하는 자기와 별반 다를게 없지 않은가? 림봉이는 만약 청청이와 한집에서 산다면 소소한 약 같은것은 돈을 주고 사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방선생네 부부는 초조한 기색으로 연신 밖을 내다보았다. 비는 많이 누그러들었지만 딸애는 시종 나타나지 않았다. 약속했던 반시간이 지난지 오랬다. 그새 방선생의 부인은 몇번이나 딸에에게 전화하려 했지만 번마다 방선생이 막아나섰다. 딸애가 차를 몰고 오겠는데 밤길에 비속에서 위험하다는것이였다. 림봉이도 방선생의 말에 머리를 끄덕이였다. 사실 림봉이도 조급했다. 방선생의 딸이 빨리 도착하여 그들을 모셔갔으면 했다. 방선생네 부부가 돌아가야 청청이와 단둘이서 오붓한 시간을 보낼수 있었다. 하지만 방선생네 부부의 말은 딸애에게 아무런 권위성도 없는것 같았다. 아쉬웠다. ―기다리기 힘드시면 제가 집에 가서 차를 가져올가요? 림봉이가 시탐조로 물었다. ―아니, 그럴것까지야. 자네가 집에 간 사이에 우리 예예가 도착할걸세. 방선생이 홰홰 손을 내저었다. ―이럴 때면 저도 차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전에 한 손님이 저에게 차를 빌려 주겠다고 했어요. 하지만 면허증이 없기에 거절했죠. 그 말에 림봉이는 “차도 빌려 줄수 있단말인가?”고 생각하면서 또 깜짝 놀랐다. 아마 청청이가 하는 일이 대단할거라고 추측했다. ―이러고있을거면 차라리 우리 마작을 놀아요. 노느라면 시간이 빨리 갈거예요. 청청이가 새로운 제의를 했다. ―그 생각을 못했네. 우리 넷이면 딱 좋겠구만. 방선생 부인이 맞장구를 쳤다. 하지만 림봉이는 방선생이 그 제의를 반대하기를 바랐다. ―생각이 있나?  림봉이. 방선생이 림봉이를 건너다보았다. 그 바람에 림봉이는 난처했다. 생각이 없다고 하면 청청이가 기분이 잡칠거고 놀자고 하면 방선생이 난처할것이였다. ―저요? 아직 제대로 배우지 못했는데요. 림봉이는 겨우 그렇게 발뺌을 했다. ―그럼 우리 카드놀이를 해요. “지주를 때려잡는 놀이”, 그게 재밌잖아요. 사모님도 좋아하시죠? 청청이가 말했다. ―그럼 세분이 노십시오. 전 잘 모르는데요. 청청이가 말하는 그 놀이는 셋이서 하는 놀이라 림봉이가 양보하려 했다. ―아니지. 그래도 림봉이 자네가 놀게. 방선생이 림봉에게 사양했다. 복무원이 카드를 가져다주었다. 청청이와 림봉이와 방선생 부인이 카드놀이를 시작했다. 방선생 부인의 얼굴에 어려있던 초조한 기색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방선생 부인처럼 점잖아보이는 부인들도 카드놀이를 하면 그렇게 흥분할수 있다는게  림봉이는 너무 놀라웠다. 카드놀이를 하면서도 림봉이의 눈길은 청청이의 손에 쏠렸다. 희고 가느다란 청청이의 손은 20살을 갓 넘은 소녀의 손 같았다. 애써 손을 보양한것 같았다. 손목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비취손목걸이가 걸려있었다. 똑똑히 알수 없지만 그 손목걸이가 꼭 비싼것이라고 림봉이는 추측했다. 할아버지는 오랜 문화인이고 아버지는 국장이라더니 과연 그녀의 생활수준이 보통이 아닌것 같았다. 카드놀이에 흥이 오르자 청청이는 근본 비에 과민이 있는 녀인 같지 않았다. 청청이의 입에서는 수시로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지어는 옆집아줌마에게서 들을수 있는 그런 걸찍한 말까지도 툭툭 튀여나왔다. 방선생 부인도 다름이 아니였다. 그 모양으로 보아 청청이와 방선생 부인은 늘 카드놀이를 하는것 같았다.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방선생 부인의 핸드폰이였다. 방선생 부인은 카드놀이에 정신이 팔려 보지도 않고 방선생을 받으라고 했다. ―그래, 도착했니? 참 빨리 왔네. 나는 래일쯤 돼야 올줄 알았지. 그래, 맞아. 우리 3층 차집에 있다. 인츰 내려갈게. 방선생은 이미 딸이 도착했는데 문앞에 차를 대기 어려워 빨리 내려오란다고 전했다. ―급하긴요. 이 판이야 끝내야죠. 방선생 부인이 말했다. ―애가 급해하더란말이요. 방선생이 말했다. ―우린 온밤 기다렸는데요. 그 애가 한 십분 기다리는게 뭘 급하다고 그래요. 그 말에 림봉이는 빙그레 웃으면서 아무 패나 마구 던졌다, 빨리 놀이를 끝내야 했다. 청청이도 손을 맞춰주었기에 방선생 부인이 이기는것으로 마지막판이 인츰 끝났다. ―자네들이 합작해서 나를 이기게 했지? 방선생 부인도 그 눈치를 챘는지 웃으면서 말했다. 방선생 부인이 일어나서 가방을 주어들었을 때 갑자기 두 젊은 녀인이 3층으로 올라왔다. ―뭣들 하는거예요? 차를 대기 어렵다고 말했잖아요? 그런데두 여기서 카드놀이를 해요? 너무하시네. 한 녀자애가 뾰로통해서 쏘아붙였다. 목소리는 탁한것 같았지만 어조에는 습관적인 응석이 묻어있었다. ―예예가 왔구나. 청청이가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언니. 녀자애가 인사했다. ―너 어찌된 일이냐? 방선생이 이마살을 찌프리며 말했다. ―왜 그러세요? 여기까지 온것만 해도 괜찮은줄 아세요. 에어콘까지 있는 방안에서 카드놀이를 하느라 바깥날씨가 어떤지 모르시죠? 거리가 물바다로 됐어요. 발동이 끊긴 차도 많아요. 녀자애가 눈을 흘겼다. ―내 말은 그게 아니구. 방선생의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잠간후 방선생이 녀자애를 가리키며 인사를 시켰다. ―얘가 나의 딸 예예라네. 예예야, 이분이 전에 우리 컴퓨터를 수리해주시던 허경리시다. 말을 마친 방선생은 옆에 서있는 녀인을 가리키며 물었다. ―예예야, 이분은? ―네. 얘는 우리 회사의 소운이예요. 얘하구 함께 오길 백번 잘했죠. 얘 운전기술이 나보다 나아요. 내가 몰고 왔더라면 아직 도착도 못했을거예요. 예예는 자기 옆에 서있는 녀자애의 어깨에 오른손을 올려놓으며 종알거렸다. 머리칼이 길지 않은 그녀는 예예보다 키가 좀더 컸는데 어디에선가 본적이 있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림봉이는 손을 내밀어 예예에게 인사를 건넸다. 예예와 악수하는 순간 림봉이는 방선생이 무슨 일로 딸을 책망했는가를 알수 있었다. 요염하게 화장을 한 얼굴이며 무릎우를 껑충 올라간 미니스커트는 실로 방선생까지 얼굴이 뜨거워날 지경이였다. 하지만 림봉이를 놀라게 한것은 예예의 맵시만이 아니였다. 사실 림봉이도 그처럼 분장하고 차려입은 녀자애들을 수없이 보았다. 진정 림봉이를 놀라게 한것은 예예옆에 서있는 소운이였다. 림봉이는 분명 그녀를 만난적이 있었다. 아니, 그저 만난것만이 아니였다. 세상에. 어쩌면 그녀도 림봉이를 알아볼수 있을것 같았다. 림봉이의 얼굴이 삽시에 일그러졌다. 가슴마저 갑갑해났다. 방안의 조명이 어두웠을 망정이지 곁에 있는 사람들이 림봉의 얼굴표정이 급변하는것을 보아냈을것이였다. ―반갑습니다, 허선생. 그녀가 림봉이의 손을 가볍게 잡으면서 입가에 묘한 웃음을 띠웠다. ―이 비가 인츰 끊을것 같지 않구려. 급하면 우리 차에 앉아갈가? 자네들. 방선생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괜찮아요. ―참, 주책머리하구는. 괜한 걱정을 하잖아요? 우리 빨리 떠나요. 10시가 넘었어요. 집에 가서 비물을 퍼내야 할지도 몰라요. 방선생 부인이 방선생을 끌면서 말했다. 방선생네 일행 네 사람이 부랴부랴 자리를 떴다. 드디여 청청이와 림봉이만 남게 되였다. 림봉이는 청청이를 향해 벙긋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에는 방금전까지 넘쳐흐르던 그런 기쁨이 묻어있지 않았다. 예예와 함께 왔던 소운이라는 그 녀자애가 갈팡질팡 림봉이의 머리속을 헤집고있었다. 림봉이는 생각할수록 이상스러웠다. 방선생은 전에 딸이 친구가 꾸리는 도서회사에서 기획을 담당하고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딸이 나이트클럽으로 가서 기획한단말인가? 림봉이는 그녀가 확실히 자기를 알아보았을것이라고 생각했다. 악수할 때 그녀는 분명 “반갑습니다, 허선생.” 하고 말했다. 그날 림봉이는 술에 취한김에 그녀에게 명함장을 주었다. 그녀가 혹시 예예에게 그날 밤 일을 말한것이 아닐가? 예예에게 말한다면 예예가 또 청청이에게 말할것이 아닐가? 참, 세상이 좁다. 어쩌면 이 넓은 세상에서 그녀와 이런 방식으로 만날수 있단말인가? 림봉이는 자기의 불안한 마음을 숨기고저 일부러 청청이의 잔에 차를 부었다. 그런데 차주전자가 비여있었다. 림봉이는 손을 흔들어 복무원을 불렀다. 쭈룩쭈룩 쏟아지던 대살같던 비줄기가 어느새 보슬보슬 가랑비로 변했다. 하지만 완전히 뚝 끊지 않았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림봉이는 방선생네 부부가 돌아간후 청청이와 단둘이서 재미나는 이야기를 나누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림봉이는 그럴만한 흥이 사라져버렸다. 마치 도적질을 하다가 당장에서 잡힌듯한 거북함이 머리속에서 맴돌이쳤다. (괜찮아, 아무 일도 아니라니까.) 림봉이는 애써 자신을 위안하고싶었다. (리혼한지 3년이나 지나지 않았는가? 어느 남자가 3년 동안 녀인을 범접하지 않을수 있는가? 게다가 나는 아직 기력이 왕성한 정상적인 남자가 아닌가? 그런 정상적인 남자가 녀인을 잊고 “정조”를 지킨다면 그게 되려 이상한것이 아닌가? 청청이도 남자들과 래왕이 없었다고 누가 장담할수 있는가?) 아무리 자신을 위안하려 해도 림봉이는 갑갑해나는 마음을 달랠수 없었다. ―저요, 방금 참 재미나는 생각을 했어요. 선생님의 조건이 이렇게 우월한데 방선생님은 왜 자기 딸을 선생에게 소개하지 않았을가요? 청청이가 까르르 웃으면서 말을 꺼냈다. ―말도 안되죠, 그건. 방선생의 딸은 아주 젊은데요… 전 당금 40고개를 치달아오르지 않아요? 림봉이가 급하게 손을 내저었다. ―그런데 저는 웬지 예예가 오자마자 선생님의 기색이 변하는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천만에, 그럴수가요. 전 그 애에 대해 아무 느낌도 없습니다. 그 앤 아직 어린애거든요. ―호호호… 그 애, 그 애 하고 부르는게 아주 친절해보이네요. 청청이는 근본 림봉이가 근심하는 일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것 같았다. 청청이는 림봉이가 예예에게 마음을 뺏길가봐 신경을 도사렸다. 신경을 쓰는걸 보아 청청이가 자기에게 진짜 마음이 있다고 림봉이는 생각했다. ―친절하다니요. 허허허… 나의 눈에 예예는 분명 애라니까요. 그리구… ―그리구 또 뭐예요? 청청이가 급히 물었다. 이때 “띵동―” 하는 소리가 들렸다. 림봉이의 핸드폰에 메시지가 들어왔다. 림봉이는 인츰 핸드폰에 눈길을 모았다. 모를 번호였다. 림봉이는 메시지를 확인했다. “시름 놓으세요. 전 선생을 몰라요. 당신도 저를 모르죠?” 가슴이 철렁했다. 설마했는데 그녀는 확실히 림봉이를 알아보았다. 그렇게 메시지까지 보냈다는것은 그녀가 아직 림봉이의 명함장을 가지고있다는것을 말해주었다. 사실 서로 잊어버렸다면 그게 더 이상하였다. 그날 밤, 림봉이는 명배우처럼 생겼다는 느낌을 주는 그녀와 함께 밤을 새웠다. ―예예, 그 애 말입니다. 어리기두 하구 나의 리상형도 아니거든요. 림봉이는 핸드폰을 닫으면서 청청에게 말했다. ―참, 있잖아요. 방금 예예가 왔을 때 전 깜짝 놀랐어요. 그 애, 왜 그런 옷차림으로 나타났을가요? 화장은 왜 그렇게 요염하게 했구요. 길에서 보았다면 알아보지 못했을거예요. 청청이가 입을 삐쭉거리며 말했다. ―예예와 아주 익숙한 사인가 봅니다. ―아니요. 나하구두 그 앤 나이 차이가 많잖아요. 전에 두어번 만났었는데… 그 애가 어쩌면… 이상하게 변한것 같아요. 림봉이는 화제를 바꾸고싶었지만 딱히 무슨 말을 했으면 좋을지 몰랐다. 림봉이는 누군가에게 마음을 들킨다는것이 참말 기분 나쁜 일이라고 생각했다. 따져보면 림봉이는 누군가에게 마음을 들킨것도 아니였다. 스스로 자기에게 들켰다고 해야할것이였다.  그 순간, 림봉이는 더 이상 열심히 좋은 녀인을 만나서 안정된 생활을 하고싶은 남자가 아니였다. 어느새 그는 되는대로 기분을 맞추어가며 눈앞의 생활을 즐기고싶은 또 다른 림봉으로 변했다. 청청이는 확실히 좋은 녀인임에 틀림없었다. 하지만 청청이와 함께 한다며 꼭 무슨 사고라도 칠것 같은 위험이 도사리고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나이에 우리보다 몇살 어린 애들 하고 달라요. 알게 모르게 세대차이라는게 존재하잖아요. 청청이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림봉이도 얼굴에 별 다른 기색을 띠지 않고 머리를 끄덕이고는 후루룩 차물을 마셨다. 한모금한모금… 어쩌면 접때 아무 맛도 없다고 느껴지던 국화차가 어느새 제맛이 도는것 같았다. 국화차가 열을 내리워준다던 말이 생각났다. 림봉이는 자기가 진짜 열이 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남자들은 모두 나이 어린 녀자애들을 좋아하는가요? 청청이가 차를 마시다 말고 엉뚱한 물음을 던졌다. ―천만에요. 사람 나름이겠죠. 림봉이가 급히 머리를 저었다. (그래, 남자들은 모두 나이 어린 녀자애들을 좋아할것이다. 어느 남자가 나이 많은 녀인을 좋아할수 있겠는가? 하지만 어린 애들이 살림을 제대로 하지 못할것은 당연한 일이지…) 림봉이가 여기까지 생각했을 때 청청이 문뜩 집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목소리가 한껏 가라앉아있었다. 무엇때문일가? 림봉이가 생각을 굴리고있는데 청청이가 또 높은 소리로 웨쳤다. ―결산하세요. 복무원이 계산서를 들고 종종걸음으로 다가왔다. ―내가 계산할게요. 내가 한다니까요. 림봉이가 급히 나섰다. ―내가 말했잖아요. 내가 결산한다고. 청청이가 결산서를 확 나꿔챘다. 림봉이는 청청이가 확실히 기분이 상해있다고 짐작하고 잠자코 그녀를 바라보았다. ―뭐요? 180원? 무슨 차가 이리도 비싸요? 청청이가 소리쳤다. ―차 한 주전자에 80원이거든요. 고뿌 하나를 더하면 10원을 더 받아요. 그리고 해바라기랑, 락화생이랑 모두 해서 70원이구요. 그러니 180원이 맞잖아요. 손님들이 령수증을 요구하지 않으면 음료를 한병씩 드릴수 있어요. ―왜 령수증을 안받아요? 인츰 령수증을 가져오세요. 그리고 경리를 보고 눅게 하라 하세요. ―그럴수가 없어요. 복무원이 딱 잘라 말했다. ―그럴수가 없다니요? 그럼 당장 경리를 불러와요. 청청이가 눈을 부라리며 소리쳤다. ―경리가 지금 자리에 안계셔요. 복무원도 주눅이 들지 않고 말했다. ―경리가 없다구? 좋아, 그럼 매니저라도 있겠지? 그를 보고 경리에게 전하라구 해. 나는 위생감독국에서 나왔거든. 래일 당장 이 음식점에 대한 위생검역이 있을거야. 어디 이렇게 어지러운 음식점이 있어? 모기며 파리가 윙윙거리구… 청청이의 푸르뎅뎅한 모습을 지켜보면서 림봉이는 깜짝 놀랐다. 청청이의 어조와 얼굴표정 지어 말하는 내용까지 순식간에 그렇게 변하는것이 너무 상상밖이였다. 청청이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되였다. 그 순간 청청이는 더 이상 비가 오면 우울증을 앓는 “먹물냄새”가 풍기는 녀인이 아니였다. 복무원은 슬금슬금 청청이의 눈치를 살피면서 자리를 피하더니  인츰 책임자인듯한 남자를 모셔왔다. ―미안합니다, 참으로 미안하게 됐네요. 이 애는 금방 와서 세상물정을 몰라요. 미안합니다. 그 남자는 림봉이를 향해 허리를 갑싹거리면서 소인을 개여올렸다. 림봉이는 말없이 청청이를 향해 머리를 끄덕이였다. 그러자 남자는 인츰 청청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정말 미안하게 됐습니다. 모시려 해도 모실수 없는분들인데 이런 결례를 범하다니요. 오늘은 제가 청한것으로 합시다. 그렇게 하는겁니다. 그리구 갈 때 마른 음식들을 가져가십시오. ―사람을 뭘로 보는거예요. 전 종래로 남의 물건을 공짜로 안가져요. 청청이가 더욱 얼굴을 붉히며 소리질렀다. ―너 아직도 뭘 하고있는거냐? 빨리 가서 결산하지 않고… VIP가격에서 5할을 하란말이다. 령수증은 문화용품으로 떼드리구. 복무원은 달리다싶이 안으로 들어갔다. 남자는 여전히 허리를 굽석거리며 담배를 꺼내 림봉이에게 권했다. 순간 림봉이는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몰라 얼마나 난처한지 몰랐다. ―참, 오늘 무슨 비가 이렇게 오는지. 차잎을 보관하는 창고에 비가 샜지 뭡니까? 그래서 그만 그 일에 신경을 쓰다보니 미안하게 됐습니다. 너그럽게 생각해주십시오, 네, 너그럽게요… ―괜찮습니다. 정말 괜찮습니다. 시름 놓으십시오. 림봉이는 그 남자가 애처로와서 제쪽에서 되려 미안해했다. 하지만 한번 굳어진 청청이의 얼굴은 여전히 펴질줄을 몰랐다. 청청이는 복무원이 가져다주는 령수증과 나머지 돈을 가방에 넣고는 몸을 홱 돌렸다. 림봉이도 청청이를 따라내려갈수 밖에 없었다. 림봉이는 허둥지둥 청청이의 뒤를 따르는 자기가 어쩌면 청청이의 앞잡이라도 된것 같았다. 하지만 웬 일인지  갑갑하던 가슴만은 뻥- 뚫리는듯싶었다. 거리는 온통 물천지였다. 비는 이제 내리지 않았다. 림봉이는 택시를 잡은후 청청이더러 먼저 오르라고 했다. ―제가 댁까지 모셔다드릴가요? ―괜찮아요. 청청이가 칼로 자르듯이 한마디 했다. 청청이를 태운 택시가 물이 가득한 거리를 달리고있었다. 림봉이는 멀어져가는 택시를 멀거니 바라보았다. 큰 짐을 부리워놓은듯이 홀가분했다. 가로등은 여전히 빛을 뿌리고있었다. 림봉이는 혼자서 집을 바라고 걸음을 옮겼다. 길옆에는 폭우에 꺾어진 나무가지들이 어지럽게 널려있었다. 그리고 광고판이며 자전거며 하는것들도 어지럽게 넘어져있었다. 림봉이는 문뜩 청청이의 말을 떠올렸다. ―하늘에서 큰 비가 내리는것은 인간세상이 너무 어지러운 까닭일거예요. 그래서 큰 비를 내려 더러운것들을 씻어주려는것이겠지요. 하지만 하느님은 모를것이라고 림봉이는 생각했다. 그랬다. 세상은 그렇게도 물의 세례를 받아 당하지 못하고 적라라하게 자기의 본 모습을 드러냈다.   구산산: 녀. 1958년 항주에서 출생. 1983년 사천사범대학  중문계를 졸업. 주요작품집으로는 소설집 《구산산소설선집》, 장편소설《천당에서 당신을 기다릴게요》가 있음. 이외 산문집과 보고문학집 등이 있음.
369    모아산등산 그리고 그 후유증 댓글:  조회:1437  추천:0  2012-05-02
  종아리가 띠끔띠끔 아파나 질질 끌면서 층계를 내리는데 한 동료가 웬 일이냐고 물었다. “어, 글쎄, 아파서…” 뭐라고 딱히 대답하지 못하고 얼버무리며 화장실에 들어갔다 나와서 사무실에 올라왔다. 종아리가 아파나는것은 엄연한 사실인데 과연 무엇때문에 아픈것인가? 그냥 아프려니 하고 생각했지 무엇때문에 하고 그 근원을 따지지 않다가 동료의 물음에 근원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것이였다. 지난 4월 30일, 쏟아지는 해볕에 마음이 동해 올봄 들어 첫 모아산등산을 갔던것이다. 산중턱까지 올라가니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났다.  중도에서 포기할수도 없고 해서 쉬염쉬염 늘차게 정상까지 올라갔던것이다. 그날은 좀 힘겹다는 느낌뿐, 어디가 불편한것은 느끼지 못했는데 이튿날아침부터 걸음을 걸을라치면 다리에 통증이 느껴진것이다. 다행히 어제까지 휴식이라 움직이기 싫어서 진종일 컴퓨터앞에 앉아있지 않으면 침대를 등지고 누워 천장바라보기를 하느라 큰 불편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오늘 출근하여 다리를 많이 움직이게 되니 종아리로부터 오는 통증에 여간만 불편한것이 아니다. 참으로 입밖에 내기도 부끄러운 일이다. 모아산등산 한번에 며칠씩이나 종아리 통증을 느껴야 하다니. 지난 겨울,  뻐스를 타고 출근했다 뻐스를 타고 퇴근을 하고 휴일에는 방구석에 “방콕족”으로 붙박혀있었다. 그 바람에 내 다리에 엄살이 들어붙었나 보다. 사람은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생명은 운동에 있다.”는 명언도 생겼나보다. 움직여야겠다. 내 몸을 움직이고 내 머리를 움직이고 내 정감을 움직이고 내 배운것들을 움직이고… 내 생명이 살아있다는것을 느낄수 있게 악착같이 움직여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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